햇살과 마주하는 화분의 식물
남동향으로 창이 난 아파트 베란다는
11월 늦갈 아침이면 햇살 가득 따스함이 온다.
창가 호접난이 웃으며 꽃을 피우고 살며시 인사를 건넨다.
육십 중반으로 세월을 먹은 초로, 아니 제이의 삶을 사는 이에게는 참 조용하고 안락한 시간이다.
화분에서 생명이 다해 낙하한 꽃을 주우며 중얼거린다.
어제까지는 괜찮았는데 하면서.
문득 삶, 우리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천년을 살 것 같았는데, 갑자기 찾아온 흉통이 내일의 운명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것처럼.
하지만 화분에 피어있는 호접난은 여전히 아름답게 웃는다.
동지로 향하는 햇살은 비스듬히 누운 채로 말없이
호접난, 개발 선인장, 고무나무, 드라코, 홍콩야자 등등
모성애 가득 품어 안고 하하 거린다.
햇살이 보듬은 식물이 서로 사랑으로 교감하듯
이들과 함께 살아 숨 쉬는 나도 같은 공간에서 하나 되는 정서로 미소 짓는다.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소리 없이 잔잔한 손길로.
차를 우리고 적당한 온기로 식을 때까지 기다리며
창가를 바라본다.
비스듬히 누워 힘을 잃어가는 햇살과 작별하며 포근하게 감싸준 햇살의 마음을 챙긴다.
차를 마신다. 쌉싸름한 맛의 뒤끝은 은은한 단맛으로 입안이 감미롭다. 기다림이 주는 맛의 향연처럼 차맛은 인생을 녹여 놓은 듯 다채롭다.
햇살 가득한 곳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창가의 화분에서
반려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식물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깊고 깊은 곳에서 고요의 정적으로 다가와 나를 깨운다.
정중동처럼 움직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의지 즉 하고자 하는 욕망은 자유를 갈구한다.
그것은 마치 빛의 영양분과 함께 반려식물의 마음을 읽고 사랑의 손길로 보듬는 주인의 정성이다.
티끌보다 작은 나의 별은 허공에 뜬 수없이 많은 별 중의 하나지만,
별 중의 별이기에 푸른빛으로 우주를 밝힌다. 나는
그곳에서도 아주 작은 미물이기에 존재 가치도 없다.
하지만 나의 반려식물은 오늘도 동지 녘에 가까운 햇빛을 받으며 웃는다.
주인님! 그대는 사랑스러운 동반자라고. 사랑은 인생의 위대한 창조주라고. 세상은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귓속말을 남긴다. 나의 반려식물이.
2025. 11. 17. 보금자리에서 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