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라는 이름

산이 좋다. 그래서 필명이 산이다. 2025. 12. 17.

by 산이

산이 좋다. 산에 가면 나무도 있고 꽃도 있고 바람도 불고 물도 흐른다. 흘러간 세월만큼의 무게를 어깨에 싣고 산을 오른다. 나무숲을 지나고 풀 숲에 핀 작은 이름 모를 야생 꽃을 보고 말없는 미소를 던진다. 너도 참 힘들게 사는구나. 어쩌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 사이에 용케도 지치지 않고 쉼 없이 잘 살고 있다고 용기내고 있는 나처럼 야생화, 너도 척박한 환경을 견디며 참 힘들게 꽃을 피우고 있구나 하며 야생 꽃에게 감탄한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고 살며시 더 가까이 다가간다. 열심히 살고, 잘 살았으니, 이제 산을 오르며 바람도 맞고 물도 적시며 쉬어 보자고 나는 산을 찾는다.

산이 좋아 산이라 이름한다. 오래전부터 산이라 불러 주길 바랬다. 긴 장음으로 산이! 참 정감 가는 발음이다. 크지도 않고 우람하지도 않은 야트막한 구릉 같은 산이 올망졸망 어우러져 마음마저 포근한 산! 산이 좋다. 필명으로 산이를 좋아한다. 비록 무명이지만 시도 쓰고, 삶과 일상의 마음을 담은 깊은 글도 쓴다. 산이는 글로 마음을 정화하고, 글로 명상하며 글로 소통하는 이를 만나고 싶다.

작은 산이 모여 큰 산이 되듯이, 사소한 글이 모여서 잔잔한 울림이 있길 바란다. 잘 쓰는 글도 좋지만, 삶의 진솔함이 묻어 있는 글이 좋다. 읽어 주는 이가 없어도 혹여 스쳐 지나가다가 우연히 접하는 이에게 작은 울림이 있어도, 글을 쓰는 이의 마음이 전달되어 좋다. 나지막한 구릉의 오솔길을 걸으며 절로 나오는 흥얼거림이 진정한 즐거움이듯이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나오는 곳이 바로 산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산은 각자 자기가 사는 집 주변의 이름 없는 산들이다. 가까이 있어 쉽게 오를 수 있어 사실 고마움도 몰랐다. 하지만 잠시 쉬고 싶을 때나 시간이 날 때, 언제나 갈 수 있는 곳이다. 산에 올라도 좋고,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어도 좋고 산기슭의 나무 밑에 앉아 있어도 마음이 편안하다.

병풍 같은 산이라서 좋다.

보라! 저기 조금 오막하게 너른 터에 앉아 바라볼 수 있는 산이 얼마나 멋진가. 매일매일 바라봐도 지겹지 않다. 안빈낙도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달이 있는 밤이면 청풍명월이 바로 이곳을 두고 하는 풍경! 아니겠나? 산수화처럼 바위가 수려하다. 팔 폭 병풍에 그려진 동양화의 진수를 느낀다. 산이 좋다. 산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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