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취업까지 하면 얼추 육아가 끝날 줄 알았다.
결혼하고 임신을 하고 배가 나오면서 몸이 무거워지다 보니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입덧이 심하지 않아 먹는 건 잘 먹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막달에는 서 있어도 힘들고
앉아 있어도 힘들고
누워 있어도 힘들고
어쨌든 모든 게 힘들었다.
빨리 아기를 낳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
그렇게 아기를 낳고 몸은 가벼워졌는데 (나왔던 배는 거의 안 들어갔지만)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밤새 수유하고 기저귀 갈고 밤잠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먹을 시간이 없어 아기를 안고 싱크대에 서서 대충 때우면서 너무 지쳤었다.
차라리 뱃속에 있을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첫 돌이 지나면서 밤에 통잠도 자고 낮에도 잠깐씩 혼자 앉아 놀기도 하고 그렇게 좀 나아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뒤뚱뒤뚱 걸어 다니며 화초를 꺾어 놓고 화장품을 방바닥에 바르고 과자봉지를 거꾸로 들어 다 쏟고...
하루 종일 온 집안을 어지르고 다니고 그 뒤를 따라다니며 치우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차라리 누워 있을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유치원 가고 초등학교를 가니 공부를 시켜야 했다.
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붙잡고 숙제와 학습지 문제를 풀게 하느라 씨름을 하다 보면 큰 소리로 야단을 치고 서로 화가 나는 것이었다.
특히 처음 받아쓰기를 할 때는 하나만 틀려도 큰일인 것 같았지.(지금 생각하면 웃긴다)
차라리 집안을 어지르고 그걸 치우러 따라다녔던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가니 대학 입시와 가까워지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없어지고 걱정은 되고.
그래도 공부하라는 잔소리보다는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특히 고3 때는 말은 안 했지만 대학을 못 가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에 밤잠도 못 자고 걱정이었었다.
차라리 같이 앉아 받아쓰기와 학습지 문제를 푸느라 씨름하던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대학을 들어가고 나니 정말 맘이 편해졌었다.
2학년 때까지만.
취업이라는 높은 문턱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졸업반이 되고 자소서 쓰고 면접준비를 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쓰럽고 걱정도 되고.
아이가 힘들면 부모는 그보다 몇 배 더 아프고 쓰린 건데...
돌아보면 육아의 난이도는 점차 상승하는 것 같다.
한 레벨 한 레벨 올라갈 때마다 너무너무 어렵다.
고난이도의 레벨인 취업까지 잘하고 나니 정말 맘이 후련할.....
줄 알았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이가 남친을 만나는데 내 맘에 전혀 들지 않는다.
내가 이야기를 해도 들은 척도 안 하고.
나는 앞날을 보고 걱정을 하는데 아이는 지금 재밌고 좋으면 된단다.
대학이나 직장은 맘에 맞지 않으면 다시 갈 수 있지만 결혼은 얘기가 다르다.
이제는 최고난이도의 결혼이 남아 있는 것이다.
설마 결혼하고 나면 내 아이들뿐만 아니라 며느리, 사위까지 1+1의 육아가 다시 시작되는 걸까.
그럼 그 다음은 내 자식의 자식까지의 육아가 기다리고 있고.
물론 그때는 알아서 잘들 살아 갈테고 직접 관여는 하지 않겠지만 부모의 마음은...
어느 정도의 육아 레벨업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어렵고 끝이 보이질 않는다.
끝나지 않는 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