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화'는 좀 아껴둬요.

화도 에너지니까...

by 상처입은 치유자

한 후배 동료가 비장하게 다가왔다.

"따로 얘기 좀.."


무섭다. 후배들. 저 다섯 단어는 언제 들어도 다리가 후들후들했다.


일단 이야기 들어나 보자 생각했다. 피할 수 없었다.


"블라블라. 저 화나는 게 맞는 거죠?"

억울함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동의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비상이다. MZ에게 무조건 동의해야 하나? 아.. 이 후배한테 찍히면 어떡하지? 나..'꼰대'되면.. 별 생각이 다 내 주위를 공전하고 있었다.


"음... 왜 기분이 나빴어요?"

정신을 차리고 차분하게 물어보았다. 화를 내기 전 후배의 감정에 작은 공간을 두었다.


"어... 그러니까... 나한테 미리 말도 안 하고 떠넘기는 거 같고.. 딱히 왜 기분이 나쁜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화내기 전에 조금만 더 알아봐요. 굳이 에너지 쓰지 말고..."


적막한 내 핸드폰에 개인 카톡 1이 찍혀있었다. 나에게 흔한 일은 아닌데.

[알아보니 이러저러하더라고요. 선배님 하고 이야기하니까 화도 풀렸어요.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 내가 화가 나는데 그것이 정당한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화가 나는 대로 둔다. 그럴 수 있으니.


그러나 화를 내는 건 다른 문제다. 화를 아무 데나 내고 싶지 않다.


그 에너지로 나는 우리 집 사춘기 외계인과 조우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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