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봄 | 이수정 이병창
춘천인형극장 대극장에서 봤던 ‘극단 봄’의 대표작 <도서관 생쥐>는 대극장 무대를 가득 채우는 다양한 무대 소품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었고, 그 사이를 오가는 생쥐 인형의 움직임이 무척 귀여워서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다.
최근에는 ‘극단 봄’의 대형 인형을 다양한 축제에서 자주 만난다. 거리의 사람들 속에 이 대형 인형들이 등장하면, <걸리버 여행기>가 현실이 된다. 순식간에 관객들을 소인국 사람들로 만든다. 대형 인형의 존재감에 등장만으로도 축제 분위기는 더욱 흥이 난다. ‘극단 봄’은 명실상부 국내 대형 인형의 대표 극단이라 할 만하다.
작은 골목을 끼고 송내어울마당 맞은편 건물 지하에 들어가면 생각지도 못한 공간이 등장한다. 지하 임에도 높은 층고가 인상적이다. 굉장히 넓은 공간이 습한 기운 없이 쾌적하다. 작은 사무 공간을 제외하고는 거대한 인형들과 인형극 소품들이 정리되어 있는 공간과 제작 공간이 구분되어 있다. 층고가 높으니 대형 인형을 제작하기에도 용이하다. 한쪽에서는 신작 작업이 한창이다. 인형극 제작 작업은 물론이고, 여러 청년 예술인들이 멘토링 교육을 위해 찾아오는 이곳, ‘극단 봄’의 공간이다.
*일시 : 2025년 10월 20일 (월) 오전 10시
*장소 : 극단 봄 작업실 (경기도 부천시)
*참여 : 이수정, 이병창, 김해일, 이슬기
Q. 두 분이 만나신 이야기와 인형극을 시작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히 미술 전공자로서 인형극계로 왔던 때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이수정 화실 오빠였어요. 화실에서 처음 만났고, 후에는 각자 다른 대학교에 진학했어요. 원래는 내 친구를 소개해주려고 오랜만에 연락을 했는데, 오히려 그게 서로를 좀 인식하게 했어. 그러고 나서는 가는 데마다 만나는 거예요. 과천현대미술관에 수업을 하러 갔는데 거기 이 분이 계신거야. 우리 교수님과 동향이라고 그 자리에서 또 만나고, 우연히 계속 만난 것이 인연이 됐죠. 3학년 때부터 정식으로 만나서 결혼을 했어요.
저는 조각을 전공했고, 방송 인형 쪽 일과 연결이 되면서 인형극을 알게 됐어요. 역시 조각가인 남편이 독일에 공부하러 갔을 때, 제가 인형에 관심이 있는 것을 아니까, 프랑스 샤를르빌 인형극제에 같이 가보자며 일정을 만들어줬어요. 거기서 인형극에 대한 새로운 눈이 완전히 떠졌죠. 돌아와서 극단을 창단한 거예요. 처음 인형극계에 왔을 때 주변에서 엄청난 환영을 받았어요. 인형극은 미술을 베이스로 하는 작업이잖아요. 미술 전공인 것을 굉장히 환영해줘서, 오자마자 참 훈훈하고 고마웠죠.
이병창 극단 시작한 지 20년이 넘어가는데, 요즘 같으면 그렇게 환영할 수 없어. 오히려 경쟁자로 보고, 귀찮게 볼 텐데, 그때는 인연이 되려고 그러는지 모두가 따뜻하게 맞아주고, 품앗이로 서로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서로의 필요한 부분을 보충해주면서 그렇게 친한 몇 개의 팀들이 끌고 가주었지. 우리는 그 추진력을 받았어요. 만약 요즘 시작을 했다면 극단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관계도 못했을 것 같아요.
이수정 ‘예술무대 산’의 지연이, ‘작은 세상’의 미경이가 방송인형 제작실에서 알게 된 동생들이었어요. 한동안 연이 끊겼었죠. 인형극 일을 하려고 춘천인형극제에 왔더니 이 동생들이 먼저 이 일을 하고 있더라고. 친했던 동생들이라 이 일에 발을 잘 딛을 있도록 소개도 해주고 많이 도와줬어. 일하는 데 너무 큰 도움이 됐죠. 음악가도 소개해주고 배우들도 소개해주고, 처음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좋은 사람들 다 소개 받았죠. 재현 씨(‘인형극단 아토’ 대표), 수정 씨(‘달콤쌉싸름한 인형극단’ 대표)도 그때 알게 되고. 주호(‘파브르 인형극단’ 대표), 수진 씨(‘극단 야’ 연출), 혜경 씨(‘개구쟁이 인형극단’ 연출)는 나랑 동갑이에요. 셋이 처음 만나자마자 친구가 됐죠.(이병창 경래 씨(‘개구쟁이 인형극단’ 대표)는 나랑 동갑이고.) 규미언니(‘극단 상사화’ 대표)는 나보다 어린 줄 알았더니 언니셨고.(웃음) 그때 춘천 가면 모두가 가족 같은 그런 분위기였죠. 미경이 재봉 솜씨가 좋아서 일도 많이 도와줬어요. 인형극계의 보석 같은 존재였는데, 지금은 인형극계를 떠나서 참 아쉽죠. 당시에는 인형극단의 아이들도 어려서 다 고만고만하니까, 춘천인형극제에 가면 아이들끼리 같이 돌아다니고 놀고하니까. 어느 팀이 신작 한다고 하면 모조리 다 가서 보고, 이야기해주고, 인형극인들은 착하니까 앞에서는 나쁜 소리를 안 해.(웃음) 신작하면 여러 팀을 볼 수 있는 기회였지. 지금은 각자 독립적으로 하고, 선배도 후배도 없는 시대가 됐으니까 분위기가 다르죠. 우리가 시작할 때는 좋은 선배들과 동료들이 있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에요.
이병창 나는 처음부터 인형극단에 확 들어간 것은 아니고 조금씩 조금씩 도와주면서 일을 한 거죠. <Pop-up! 아주 특별한 그림여행>에는 애착이 있어. 그때 굉장히 열정적으로 했어. 이 작품 하면서 인형극 세계로 훅 들어온 것 같아. 이 작품으로 애든버러 국제연극제에 다녀오고 나서는 힘이 빠져서 내 일을 좀 하기도 했죠.
이수정 극단 대표를 하는 것이 좀 버거워서, 남편에게 대표직을 권했더니 남편은 본인의 정체성을 인형극인보다는 조각가로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그럼 할 사람이 없으니까, 그리고 내가 좋아서 시작한 거니까, 대표직을 계속하고 있는 거예요. 생각지도 못한 일들까지 대표가 다 해야 하니까 힘들었는데, 10년까지는 어렵게 하다가, 계속 익숙해지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남편과 작업실을 같이 쓰다 보니까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할 일이 많아요. 오만 일 많아서 다 힘든 것 같긴 한데, 그중 제일 힘든 건 작품 만드는 거였어. 작품 하나 뽑아내는 게 점점 더 힘들더라고요. 창단하고 1년에 작품을 하나씩 했으니까, 20년 좀 넘었는데 작품이 30여 개가 되고, 레퍼토리 되는 것은 그중에 삼분의 일 수준인 것 같아요. 일 년에 두 개 할 때도 있었고, 사실 그동안 극 공연을 많이 했는데, 이제 대형 인형으로 유명해지니까 얼떨떨하기도 하죠.(웃음)
Q. ‘극단 봄’의 작품을 보면, 역시 미술적인 요소가 강하다고 느껴져요. 작업하실 때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이수정 처음에 작품 만들 때, 미술 책 펴놓고 명작들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우리가 이것만 다 해도 평생 못 하겠다, 이것들을 소스로 해서 해보자고 했었죠. 그래서 <Pop-up! 아주 특별한 그림여행>도 그렇게 탄생한 거죠.
이병창 <Pop-up! 아주 특별한 그림여행>이 ‘극단 봄’의 대표작인데, 그림에서 다양한 요소들이 튀어나오는 거거든. 그게 모티브가 뭐냐면, 공포영화 <링>을 보면 우물에서 귀신 나오는 그 장면 있잖아. 너무 무섭고 충격적이었어. 그런데 저걸 공연으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영화를 엄청 좋아했죠. 8·90년대 비디오 황금기에 웬만한 영화는 다 본 것 같아. 그래서 영화적으로 연출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공연을 만들 때, 우리가 잘하는 것은 우리가 하고, 아닌 것들은 전문가에게 맡기자고 했어요. 예술은 1등만 존재하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러면 잘 쓰는 작가를 붙여서 해보자. 아마 인형극단 중에서는 우리가 전문작가를 처음 붙였을 거예요. 주변에서는 연극 대본과 인형극 대본이 다르다고 우려를 했지만, 문제점이 보이더라도 힘든 부분은 맡기고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부분을 하자고 했어요. 연극 베이스가 아니니까 처음부터 작가분이 있었죠. 대본 작가들이 극을 쓸 때 연출적인 부분도 염두에 두니까, 음악도 작가의 머릿속에 있거든요. 그러면 대본에 맞는 음악가를 소개해줘요. 우리는 잘 모르는 분야니까 고맙죠. 또 인형극 쪽에도 소개를 해줘서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맞아 떨어져요. 음악이 진짜 중요하잖아요. 음악은 우리가 못 건드리겠더라고요. 지금은 대충 분위기는 알겠어. 그래도 전문가가 한 거 못 따라가. 그렇게 엮어 나갔죠.
인형 조종 같은 경우는 인형극 선배들 도움을 받기도 하고, 조종법을 같이 고민하기도 했어요. 그 시대에 조현산 대표(‘예술무대 산’)와 박경래 대표(‘개구쟁이 인형극단’)가 조종도 잘했던 것 같아요. 인형 움직임을 같이 연구하면서 헤쳐 나갔어. 같이 고민하면서.
Q. 지금 ‘극단 봄’은 청년 배우들이 무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시는 것 같아요. 청년 예술인들과 계속해서 같이 작업하시죠. 또 멘토링 사업도 처음부터 계속 진행해 오셨고요.
이병창 초반에는 (이수정) 대표도 인형극 배우를 했었죠. 지금은 젊은 배우들 많이 세우죠. 배우들이 배우를 해야지. 예전에는 연극 전공생들이 인형극으로 못 넘어 왔는데, 이제는 잘 넘어오니까 서로 좋은 점이 많은 것 같아. 열심히 배우고 하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연극 베이스가 있으니까, 사람 연기가 되니까 무대에서 보이는 게 훨씬 풍성해져요.
이수정 춘천인형극제 인형극 아카데미나 멘토링 사업을 하면서 열정 있는 청년 예술인들을 많이 만나고 있죠. 각자 다른 매력이 있는 친구들을 꾸준히 만나고, 몇 년 동안 이어지면서 만나니 좋죠.
멘토링 사업에서는 하이브리드 인형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하이브리드 인형을 처음 봤을 때 너무 멋지고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인형극 아카데미에 두다 파이바(네덜란드 ‘Duda paiva company’ 설립자/안무가)가 와서 하이브리드 인형 워크숍을 한다고 했을 때, 단박에 달려갔죠. 후에 하이브리드 인형으로 시니어 대상 프로그램을 했어요. 열 명 정도 어르신을 모집해서, ‘당신의 이야기를 인형극으로 올린다’는 컨셉으로 진행을 했어요. 자기 인생에 가장 재밌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주시면 그걸 작가님에게 쓰게 했어. 50분 공연이 나왔는데, ‘내 이야기가 적네, 많네’하면서 얼마나 난리가 났는지. 8남매 중에 막내인 할아버지가 자기소개를 하면서 시간이 조금 길어진 거야. 그러니까 할머니들이 짜르래.(웃음) “거기 빼요, 안돼요.” 하면서. 이 분들은 또 자기 이야기가 하고 싶고, 재밌고 슬픈 이야기들에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나고. 그런데 하이브리드 인형으로 구현하는 게 좋았던 게, 자기 몸에 인형이 매달려 있고 그 존재로 이야기를 하니까 연기하는 데 부담감이 없다는 거야. 등퇴장만 해도 무대 존재감이 압도적이었죠. 어르신들이 직접 옷도 사서 입히고 애착인형처럼 좋아했죠. 그 뒤로 한 3년은 밥 사줄게, 술 사줄게 하면서 연락을 주고받았죠.
이병창 멘토링 참여한 친구들 중 애틋한 친구들이 많죠. 멘토링 수업을 하면서 기본적인 조각 제작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기 때 입체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살짝 가르쳐 주었죠. 이게 굉장히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2기 때부터는 멘티들에게 아예 정식으로 조각 수업을 알려줬어요. 석고 뜨는 작업이 하기 힘든 작업이에요. 넓은 작업실에서 해야 하고, 베테랑 경험자가 인도를 해줘야 해. 그래서 멘티들이 좋은 거 배워간다고 하지. 입체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바로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걸 통해서 배우들이 제작에 대한 자기의 몰랐던 능력을 새롭게 깨닫기도 하고. 다들 너무 좋아하니까 또 우리도 계속 하게 되지. 입시생 대하듯이 편하게 대한다고 하고 “너 이러면 인서울 못해”(웃음)하면서 진행하면 좀 더 편해하지. 그러면 어려웠던 대표들이 어렵지 않게 느껴지지.
Q. 저희가 볼 때 ‘극단 봄’은 끊임없이 시도하고 배우는 극단인 것 같아요.
이병창 작년에 영국의 라이트 퍼펫 워크숍을 다녀왔거든요. 겨울에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데, 영국 여행 가는 것 자체가 좋았고.(웃음) 가서 한 열흘 있었어요. 거기서 놀란 게, 일정이 굉장히 빡세. 나도 독일 유학 가긴 했지만 IMF 때문에 꿈을 다 못 이루고 왔기 때문에, 해외 예술가들과 같이 작업하고 싶은 그 마음이 늘 있었어요. 이번에 가서 같이 작업을 하는데, 30대
의 젊은 외국 친구들이 체력도 좋고, 쉬지도 않고, 먹는 것도 대충 먹고 완전히 몰입한 그 모습이 정말 멋있었어. 쿨하고, 예술가적인 모습이. 메커니즘을 배우는 것도 좋았지만 그들과 함께 한 열흘 간의 경험이 정말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이 나이에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니까.
이수정 영국까지 가서 워크숍을 받은 이유는, 대형 인형을 라이트 퍼펫과 적용해서 조금 더 심화시켜서 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동안은 극장 공연을 주로 했지만 대형 인형을 좀 더 파고 싶은 생각이 있죠. 그런데 대형 인형은 지원사업에 맞춰서 가다 보니까, 그 기회가 많지는 않더라고요. 완전히 아날로그적인 것보다는 기술을 결합해서까지 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기회가 오면 제가 바로 잡아야 하니까 지금 그것들을 찾아보는 중이에요. 올해도 4월까지 안 움직이다가 지금은 엄청 바쁘거든요. 1년에 한 6개월 딱 바쁜 것 같아요. 체력이 예전 같진 않아서, 오는 일만이라도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어요.
Q. 두 분이 함께 일하시면서 자녀 양육은 어떻게 하셨나요?
이수정 아들 하나 있는데요, 이제 서른세 살이에요. 아들이 어릴 때는 친정엄마가 키워주셨죠.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극단을 시작했거든요. 정신 차려보니까 애가 쑥 커있었고.(웃음) 애를 키워야 하는데 작품을 키우고 있었지. 엄마가 그러세요. “네 덕분에 내가 재밌었다.” 친정엄마가 가까이 계시니 우리도 도움을 많이 받았죠. 곁에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육아하면서 일하기 정말 힘들 것 같아. 심지어 대형 인형 할 때는 엄마가 오셔서 소일거리로 단순 작업을 도와주시기도 했어요.(웃음) 아이가 방학 때는 지방 공연도 같이 다니고 했지만, 시간이 금방 갔어요. 고등학교 가서는 학교에서 늦게 오니까 허전하고, 군대 갔을 때도 허전하고, 이제 완전히 독립하니까 마음 한편이 휑해요. 아들은 문화콘텐츠과를 나왔어요. 이 일을 좋아하고, 군대 가기 전에는 스태프로 일도 많이 도와줬어요. 그런데 군대 다녀와서는 대형 인형을 보고는 “엄마, 내가 이런 일을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이병창 미술은 불확실한 분야니까, 아들은 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어릴 때부터 인형극을 보고 자라고, 급할 때 투입을 시키면 인형도 곧잘 다루고, 스태프도 잘하고. 또 미술도 시켜보면 잘하는 거야, 이러면 안 되는데.(웃음) 세월이 흐르고 나서, 아들이 군대 다녀오고 나서 아들에게 “내가 극단에서 빠질 테니까 네가 이제 극단 일에 적극적으로 해 봐라.”라고 권했거든. 그랬더니 그 다음날 짐을 싸고 나갔어. 아는 형 회사에 바로 취직했어. 나중에 이야기하기를 이 일을 해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아빠의 그 말이 도화선이 됐대. 자기는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는 것을 확인을 했대. 단계 없이 나간 것 같아서 마음이 섭섭하긴했지. 아들이 독립하고 나니까 또 많이 배우고 있어요.
이수정 우리도 이제 더 일해 봐야 10년 정도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 지금까지 해 놓은 것이 너무 아까운데 어떻게 하나, 아들이 이어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어요. 그렇지만 그건 아들이 원해야 하는 거지, 억지로 할 것은 아니니까.
Q. 부부가 인형극단을 함께 운영하시면서 장점과 단점이 있으시다면요. 그리고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풀어 나가시나요.
이수정 극단 하기 전에는 싸울 일이 없었어요. 다른 일을 했으니까. 같이 일하면서부터는 일하는 방식, 성격이 다르니까 갈등이 생기죠. 이제는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그 페이스대로 두자고 생각하죠. 나는 나 할 것만 하고, 각자 한 것을 합치자. 그 밑에는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생각이 깔려있어요.(웃음) 갈등 과정을 겪어 봤자 마음만 상하고, 내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믿고 맡기자. 물론 시점에 대한 갈등이 생기기도 해요. 지금은 해야 완성이 될 텐데, 그래도 알아서 하겠지, 하면서 마음을 비우지.
이병창 두 예술가가 하나를 하기 위해서는 부딪힐 수밖에 없고, 조화롭게 하는 것 자체가 엄청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그럴 때는 각자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추게 공부를 해야 해. 그게 안 되면 분업화를 해야지. 억지로 서로에게 맞춰 달라고 하면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게 되죠. 그래서 부부 극단이 힘든 것 같아. 최근 들어서는 조각 하는 작업은 개인전 위주로만 가고 있어요. 지금은 극단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데, 신경을 많이 쓸수록 부딪히는 게 많이 생기니까, 적당한 거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그게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계속 봐야 하니까. 예전 작업실은 2층과 지하, 생활 공간은 3층이었어. 그때는 공간 분리가 되니까 서로 안보면 돼.(웃음) 그때는 조화롭게 살았죠. 확실히 갈등이 덜 생겼어.(웃음)
Q. 인형극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이수정 저는 후배들에게 무조건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냥 무조건 엉덩이로 해라. 다른 건 없는 것 같아요. 거기에 조금 더 보태자면, 사실 나도 잘 못하는 거긴 한데.(웃음) 너무 작업만 하다보면 세상하고는 아예 등지게 될 때가 있잖아요. 그러지 말고 세상에 흐름을 좀 맞춰 가다 보면 일에도 도움이 되고, 나도 프레시한 사람이 될 것 같아요.
이병창 다른 예술 장르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미술관에도 가고, 다른 장르의 공연도 일부러 보고, 다른 분야 사람도 만나서 이야기도 해보고. (이수정 ‘엉덩이’랑 정반대되는 이야기네.(웃음)) 인간에 대해서 좀 더 잘 알면 좋겠어요. 해답은 거기 있는 것 같아요. 인문학 관련 책도 읽고요. 예전에 술을 엄청 좋아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옛날만큼 먹지도 않으니까. 요즘에는 책을 많이 읽고 있어요. 삶이 훨씬 좋아졌어요.
[극단 봄]
2003년에 창단했다.
공연 예술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고
친근한 인형을 매개로 이야기를 만들어
감성을 충족시키는 작품 제작을 목표로 한다.
다양한 예술 장르와 인형극의 융합을 시도하며,
대형 인형을 활용한 야외 거리 공연도 전문으로 한다.
봄의 따스함처럼 무대 위에서 꿈을 그려나가는 공연단체다.
네이버블로그 blog.naver.com/theatrebom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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