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오늘은 드디어 발표날.
지난주 수·목·금 동안 상사분이 부재였던 덕분인지 회사 분위기가 너무 조용하게 흘러가서 오히려 긴장감이 더 커졌다.
출근길에도 대본을 달달 외우며 걸었는데, 발걸음마다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
아침 9시, 상사분이 출근하시고 발표 전에 간단히 리허설을 해보자고 하셨다.
작은 미팅룸에서 12장의 PPT와 6천 자 대본으로 모의 발표를 시작했다.
전체 발표 시간은 8분 정도. 대본 자체는 문제없었지만 PPT에 적힌 여러 기술 약어들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질문이 들어오자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모르는 단어는 왜 넣었냐”라고, “빼먹어서 혼나더라도 모르는 내용은 넣지 말라”라고 하셨다.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욕심이었나 보다.
월말회의는 보통 10시에 시작해서 5시에 끝난다.
중간에 언제 발표가 잡힐지 몰라 마음은 계속 두근거리고, 집중도 잘 되지 않았다. 첫 회의라 더 떨렸다.
회의가 4시 반을 향해가던 시점, 연말 회식도 준비되어 있어 마무리 분위기였다.
그때 상사분이 말씀하셨다.
“원래 오늘 발표시키려 했는데, 아직 내용이 부족해서 한 달 더 보자.”
좋은 건가? 시간이 늘었으니 더 잘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만 커졌다.
발표를 못한 아쉬움은 잠시 미뤄두고 회식 장소로 이동했다.
호텔 뷔페. 요즘 결혼식 덕분에 뷔페가 지겨워지고 있었는데, 호텔이라 그런지 음식이 꽤 맛있었다. 올레!
가볍게 와인도 마시고, 화요도 부어라 마셔라 하다 보니 어느새 10시.
2차로 가자는 분들과 함께 호텔 라운지바에서 위스키까지 마셨다.
지난주에 마신 술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 ‘이러다 내일 출근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리에 떠다녔다.
요즘은 기본 센스가 된 숙취해소제를 챙겨서 돌리고, 집으로 가는 길.
내일의 나는 고생하겠지만… 미안하다, 내일의 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