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흐리다

간이 콩알만 한 사람

by 그유정

오늘 날씨는 참 흐리다. 요 며칠 날씨들이 좋았던 것 같은데 오늘은 유독 흐린 느낌이다.


어제는 꽤 즐거운 하루였다. 아이 유치원 졸업식에 보낼 축하 영상을 가족들과 찍었는데 모두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섞어 준비한 대사를 말하는 것이 영 어색했다. 어색하니 튀어나오는 웃음들이 그래도 발랄하고 깜찍해서 자꾸 NG를 내도 재미있었다.


문제는 홀가분하게 아이들 다 재우고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었다. 책을 읽는 시간은 좋았다. 문제는 유튜브였다. 정치에 크게 일가견이 없는 내가 유튜브의 유난히 친절한 알고리즘 덕분에 다른 나라들의 크고 작은 정치적, 경제적 문제들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접하게 되었다.


너무나 자극적이고 걱정스럽고 무서운 이야기들. 간이 콩알만 한 나는 일부러 알고 싶지 않은 정보들이다. 그렇지만 어젯밤은 무슨 자신감인지 실눈을 뜨고 그 문제들을 유튜브와 블로그, 뉴스를 비교해 가며 열심히 보았다.


내가 이 무시무시한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한 밤 중에 이렇게 찾아보고만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기 전엔 속 시끄러운 것들은 보는 것이 아니랬는데.‘ 맥주 한잔의 취기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겨우 잠에 들었다. 새벽에도 결국 한두 번 깼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바라보니 날도 흐리다. 햇빛이 쨍했으면 뭔가 마음을 소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텐데. 괜히 흐린 날씨 탓을 하는 것 같다. 일기예보를 찾아보니 눈 또는 비가 올 예정이라고 한다. 차라리 눈이었으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좋아 방방 뛸 아이들이 보고 싶다.


앗 근데,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카페 직원분께서 새로 나온 커피라고 맛보시라며 한잔 주신다. 가라앉은 마음에 감사함이 깃든다. 웃으며 잘 먹겠다고 했다. 공짜 커피 덕분인지 서로 바라보고 지었던 미소 덕분인지는 몰라도 마음에 살짝 빛이 들어왔다.


나는 복잡하기도 하지만 단순한 모습이 더 큰 사람이라 곧 무거운 마음이 괜찮아질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불편하고 무섭더라도 세상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작은 노력이라도 보태고 싶다.


세상은 점점 살기 힘들어지기에 고통에 무뎌지는 것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살아있는 존재로서 그저 무뎌지게 둘 수는 없다.


아주 나중에 ‘역시 그건 정말 나빴었고 저건 정말 선한 것들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어른으로 남을 수 있기를. 아직 덜 어른인 나는 진심으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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