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공사의 추억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안방 천장 공사날이다. 길고 긴 11일간의 인내를 끝으로 안방은 이제 새롭게 태어난다. (내일은 도배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2-3시간 소요 예정이라 그 정도는 일도 아니다.)
남편은 오늘을 위해 출근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과 나는 이른 공사 시간에 맞춰 등원을 서둘렀다. 9시가 되기 전에 우리는 집문을 나섰고 공사는 약속했던 시간인 9시 정각에 시작했다.
커피도 마시고 천천히 들어오라는 남편의 배려에 아이들 등원을 모두 완료하고 카페에 들렀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켰다. 핸드폰도 보고 책도 보며 좀 여유를 부려볼까 했지만 혼자 공사판을 지키고 있을 남편이 마음에 걸려 얼른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도착하니 걱정했던 나의 마음과는 달리 남편은 첫째 아이의 침대에 누워 편안히 쉬고 있었다. “왔어?” 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남편. 여유롭게 있다 오라는 그 말은 아마도 남편의 큰 그림이었던 것 같다. 아-나는 너무 순진했다.
어쩔 수 없이(?) 오후 늦게 끝날 공사판을 옆에 두고 우리는 식탁에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을 도란도란 나누기 시작했다.
일 얘기, 글 쓰는 얘기, 날씨 얘기, 주식 얘기. 끊임없이 나오는 하릴없는 이야기들. 한 곳을 바라보며 우리 부부는 가벼운 무게로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할 말이 사라지니 책을 드는 내게 남편은 불쑥 아빠와 아이의 귀여운 모습이 담긴 릴스를 책 앞에 갖다 댄다. 부모와 아이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정말 치트키다. 같이 뭉클해하며 웃는다.
이번엔 읽던 책이 지루했던 내가 갑자기 책을 덮고 남편에게 뭐라 뭐라 말을 한다. (거슬러 생각해 보니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대문자 T인 남편은 대문자 F인 나를 위해 기다렸다는 듯이 적당한 리액션을 해주었다. 그게 또 마음에 들어 나는 하하-웃고 말았다.
결혼을 하여 아이 둘을 낳고 우리 둘이 이렇게 이야기해 본 적이 있던가. 생각해 보니 거의 처음이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사치였다. 아이 둘을 키우며 전우애로 정신없이 살아왔기에 사치스러운 시간보다는 효율적인 시간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연애할 때는 정말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많은 대화를 했다. 창밖의 바람이 부는 방향에 대해 얘기했고, 얼마나 라테아트가 어려운지에 대해 얘기했다. 줄지어 걸어가는 귀여운 유치원 어린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아주 오랫동안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안방 공사도 이제 막바지다. 모두 최선을 다해 고쳐주고 계신다. 덕분에 온전히 둘이 대화하며 시간을 보낸 오늘이 훗날 다 추억으로 남겠지. 시끄러운 공사장 배경소리는 덤이다.
언젠가 또 기회가 된다면 남편과 하릴없는 대화들을 아주 길게 나누고 싶다. 미안하지만 뚝딱뚝딱 공사장 소리는 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