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만 모르는 <아는 형님>의 불편함

'아는 형님'을 보고..

by 안자쿵야

고등학교 교실에 30~50대 남성들이 교복을 입고 앉아 있다. 이들은 여성 전학생의 신고식을 보고 입학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전학생은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춤과 노래, 장기자랑 등을 요구받는다. 신고식을 마친 그들은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한다. 그들을 향한 남성 출연자들의 이상한 집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는 형님>이 선택한 웃음코드는 성적인 농담, 폭력적인 개그, 성 역할 애드리브다. 토크와 콩트가 골고루 가능하다는 연예인들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5년 넘게 진행되면서 JTBC 장수 예능으로 자리 잡았지만, 여성 출연자를 대하는 방식에 관해서는 늘 논란의 여지가 있어 왔다.


<아는 형님>은 7명의 남성 출연자가 게스트를 전학생으로 맞으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보여 준다. 여성 게스트는 ‘형님’들의 요구에 따라 가상의 연애 대상이 되거나 게임이라는 명분으로 원하지 않는 스킨십을 하게 된다. 이때 여성은 ‘형님’들과 동등한 지위의 인간이 아닌, 유머감각을 뽐내는 소재 혹은 장난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예능에서 말조심하면 어떡하노”

멤버들은 소리치기, 농담 던지기, 스킨십 요구 등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여성을 ‘예능’에 이용한다. 강호동은 소녀시대 서현에게 첫 키스 경험을 물었고, 서현이 “뭐 이런 걸 물어보지?”라고 받아치자 “예능에서 그럼 뭘 물어보니?”라며 윽박을 질렀다. “머리가 텅텅 비었네” 등의 무례한 발언을 들은 배우 한채아는 “말조심해”라며 불편함을 드러냈지만, 돌아오는 답은 “예능에서 말조심하면 어떡하노!”였다. 민경훈은 배우 전소민에게 줄 선물로 빨간색 종이컵 비키니를 만들어 스스로 입어 보였으며, 김희철은 여성 게스트에게만 스킨십을 요구하거나 담배 개그를 사용하여 순수하지 않은 여성이 담배를 피운다는 인식을 깔기도 했다.


<아는 형님>은 각종 논란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일종의 방패로 ‘예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다. 프로그램이 불쾌하고 불편하다는 시청자의 꾸준한 반발에도 제작진의 태도는 안일하기만 하다. “출연자들이 베테랑이라 알아서 수위조절을 잘하고 있으며, 여성 출연진들이 당황하거나 정색하는 부분도 예능일 뿐, 다들 기분 좋게 촬영을 마치고 간다”는 것이다. 불편한 상황이 여성 게스트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형님’들은 왜 유독 여성 게스트가 당황할 때 즐거워 보일까? 게스트가 당황하거나 정색하는 부분을 ‘예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능’은 방패가 될 수 없다.

<아는 형님>은 대중에게 ‘새로운 방식의 예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러한 포맷의 프로 그램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다수의 고정 멤버가 소수의 게스트를 맞이했던 호스트 중심의 예능인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천생연분> 등을 생각하면 <아는 형님>의 이중 억압 포맷 은 새롭기보다 오히려 퇴보한 듯하다.


뿌리 깊은 역사와 사회 현상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각각 다르게 있어 왔으며,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정 성별, 남성이 권력을 쥐고 있는 현재의 젠더 불평등 상황 아래에서는 여성의 모든 동의를 참된 동의라고 볼 수 없다. 로날드 드워킨은 “대중문화의 가장 인기 있는 형태, 가령 연속극이나 광고에서 제시되는 여성에 대한 시각은 소수 집단이 시청하는 영상보다 평등에 훨씬 더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게스트가 실제로 느끼는 불쾌함, 모멸감과 재치를 구분하 지 못하고 “예능일 뿐”이라며 일관하는 태도는 젠더 불평등 사회에 커다란 힘을 싣는다.


“예능에서 말조심 안 하면 어떡하노!”





- 2021년에 쓴 글로,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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