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은 회식장소로 간 오리집에 전시된 그림입니다. 오리집을 직접 운영하면서 틈틈이 오리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이 그림을 브런치에 올린다고 해서 오리 고기를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사장이 누구인지 얼굴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오리집도 처음 가본 곳이며 오리 소품과 그림, 오리에 진심인 곳입니다. 이곳을 찾느라 오리무중 했지만 오리를 걸어 오리집에 도착했습니다. 꼬꼬가 아닌 오리를 먹는다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닙니다. 같이 즐겨보시지요.
홍인호 작가
‘오리’라는 모티브가 예술작품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화폭 속에서 화려한 색과 거침없는 터치로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마치 꿈에서 보는 장면처럼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오리로 재탄생했다.
작품평을 위해 함께 해 준 남원 갔다 온 친구, 오리농장 주인, 오리 뽑기 달인, 회식하러 온 친구가 맘대로 꽥꽥거렸고 특별히 오리집 종업원이 지나가는 나를 붙잡고 한 말씀하셨습니다. 감상평을 시작하겠습니다.
남원 갔다 온 친구: 이 오리는 말이야. 내가 작년에 남원에 월매 누님과 한잔하고 뻗은 다음날 마침 미스 춘향오리대회가 있어 참석했는데 그때 미스 선에 당선된 오리 아가씨가 맞아. 주둥이가 길고 빼어나서 내가 유심 있게 보았지. 얼마나 말을 교양스럽게 꽥꽥되던지 이곳에 전시되어 있을 줄은 몰랐네. 미스춘향오리대회가 끝나고 미스오리 선을 보려고 남원시내가 마비될 정도였어. 수많은 모태솔로들이 미스오리 선과 선을 보려고 줄이 서울까지 섰어. 니그들이 봐도 홀딱 반하게 생겼지. 우아한 한복에 빼어난 미모에 주둥이 어디 하나 흠잡을 때가 없어. 내가 들은 이야기인데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작가가 이몽룡 오리 분장을 하고 그렸다는 이야기가 있어.
오리농장주인: 저 두 오리는 제가 키우는 오리입니다. 틈만 나면 잡으라는 미꾸라지는 안 잡고 연애질을 하고 있죠. 농장집에 있는 아내의 빨간 구두, 제 검은 구두와 옷을 훔쳐 입고 온 것입니다. 무거운 화분은 왜 들고 왔는지 이해는 되지 않네요. 제가 뒤에서 지켜봐도 이제는 간이 부어서 대놓고 연애를 합니다. 이 모습을 본 저는 파랗게 질리기까지 했습니다. 이 참에 사장님께 한 마리 잡아 진흙구이를 맡길까 합니다. 그러면 다른 한 마리도 따라서 진흙구이가 되겠다고 할지, 농장으로 돌아올지 궁금해집니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이 둘 중 한 마리는 거위입니다. 어려서 오리와 함께 먹고 자고 해서 정체성을 잃고 오리인 줄 알고 있습니다. 절대 오리집에서 이 오리를 보면 말해서는 안 됩니다. 멘붕이 와서 털을 다 뽑아 버리고 백숙이 되겠다고 난리 부릴지 모릅니다.
오리 뽑기 달인: 여기에 있는 오리들은 제가 전국 방방 곡곡 아니 전 세계를 돌며 인형 뽑기 가게에서 오리를 뽑아 온 것입니다. 저는 오리 뽑기를 위해 한 살 때부터 오십 년 동안 날린 돈만 해도 수천억입니다. 오리인형을 뽑기 위해 연구소를 차려서 직원들과 매일 아침 미팅을 하고 해외, 국내로 출장 보내어 오리인형을 뽑게 했습니다. 오리를 뽑지 못한 직원은 해고가 되었고 돈을 별로 쓰지 않고 인형을 뽑아온 직원에겐 포상으로 석촌호수 오리배를 유람을 시켜 주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비싼 오리인형은 검은 오리로 제가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직접 뽑아온 것입니다. 시가 30억 원입니다. 몸은 검지만 황금알을 낳는 오리입니다. 황금알을 낳기 전엔 저렇게 입을 벌리죠, 황금알이 발등이 떨어져 발등이 깨지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밑에 가운데 보이는 얼룩진 오리는 아프리카에서 뽑은 얼룩오리입니다. 간혹 이 오리들을 먹겠다고 억지 부리는 손님이 계시면 검은 오리 빼고 요리해 드립니다.
회식하러 온 친구:주변에 백색 버드나무 가지 보이시죠?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희귀 나무입니다. 어디에 있는지는 저도 알지 못하지만 이상한 소문은 들었습니다. 이 잎을 딴 물을 마시면 온 세상이 하얗게 보이고 머릿속도 하얘지며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 되어 오리로 변하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얀 버드나무 연못에 갇혀 살게 되는 것이죠. 지금 보는 저 하얀 오리가 제 친구인데 그 물을 마시고 오리로 변해 버렸습니다. 슬픔도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합니다. 제가 이름을 불러도 못 듣고 고개를 돌리지도 않습니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르겠지만 사장님이 버드나무 잎으로 사람을 오리로 만들어 훈제시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집의 어떤 물도 마시지 않습니다. 제 친구가 여기서 사라지면 아마도 훈제되어 식탁에 있을지 모릅니다.
오리집 종업원: 그림 앞에 오리를 세어 보고 있는 나에게 오리종업원은 말했다. 손님 이건 비밀인데요. 꽃을 세어 보시면 안 됩니다. 오리는 그저 사람을 꼬이기 위한 미끼일 뿐입니다. 사람들이 오리를 세어 보다가 꽃을 세면 돌아버려 미치광이 꽃으로 변해버립니다. 저도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에 꽃을 세어보다 미치광이 꽃으로 변하여 미친 듯이 활짝 폈습니다. 운 좋게 술 취한 취객이 아내를 갖다 준다고 저를 꺾는 순간 사람으로 돌아왔죠.
글심저격: 그걸 왜 저에게 말씀하시는지?
오리집 종업원: 손님은 여기에 꽃으로 묻히기 너무 아까운 분이십니다. 회식모임 때 서빙하러 갔을 때 기억 못 하시겠지만 저에게 팀이라고 100만 원 수표를 주신 분입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말씀하시는 게 너무도 지적이시면서 교양도 있는가 하면 때론 골 때리고 재미있으신 분이셔서 글을 쓰는 작가 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 은혜를 갚기 위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