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창살 너머로 길어 올린 밤

by Vibbidi Vobbidi


960px-Van_Gogh_-_Starry_Night_-_Google_Art_Project.jpg Vincent Van Gogh - Starry Night - Google Art Project (퍼블릭 도메인 파일)


작품: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 1889



밤 11시,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이 그림 앞은 유독 시끄럽다. 붓이 캔버스를 긁고 지나간 자리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은 이걸 천재의 열정이라 부르며 감탄하지만, 사실 이건 열정 같은 뜨거운 단어로 담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쇠창살이 박힌 요양원 창가에서, 자꾸만 밑바닥으로 가라앉으려는 정신을 붙잡고 사투를 벌이던 한 남자의 거친 숨소리다.


고흐에게 이 밤하늘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었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소음과 눈앞에서 미친 듯이 일렁이던 빛을 잠재우기 위해, 그는 물감을 짓이기며 그 떨림을 캔버스에 쏟아 넣어야만 했다. 붓질 하나하나가 그에겐 비명이었고, 캔버스는 그 비명을 받아내주던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는 멋진 그림을 그리려던 게 아니라, 단지 제정신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싶어서 붓을 휘둘렀다.


그림 아래쪽의 불 꺼진 마을의 집들은 고요하기만 하다. 그토록 평범한 일상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던 이방인은 끝내 저 낮은 지붕 아래로 내려가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이 단잠에 빠져 있을 때, 그는 홀로 밤하늘의 별을 제 집 삼아 세상과 연결될 마지막 가닥을 찾고 있었다.


우리는 이 처절한 외로움을 명화라는 이름으로 너무 쉽게 소비한다. 그가 죽음과 맞바꾸며 그려낸 이 고독은 이제 세련된 미술관의 조명 아래서 비싼 입장료를 내고 구경하는 볼거리가 되었다. 그의 고통이 깊을수록 우리는 감동을 느끼고, 그의 광기가 짙을수록 그림값은 치솟는다. 어쩌면 그의 삶은, 우리가 가볍게 사는 엽서 한 장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고흐는 누구를 감동시키려고 이 별들을 그린 게 아니다. 그저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이 떨림을 알아주길 바랐을 것이다. 명화라는 수식어를 걷어내고 나면 캔버스 위에 남는 건 위대한 예술가가 아니라, 밤새도록 떨리는 손으로 붓을 쥐었던 한 남자의 젖은 눈물이다.


자정을 가는 이 까만 시간, 요동치는 저 하늘 아래서 우리가 느끼는 전율은 정말 예술적 감동일까.

아니면, 상처받아 희망의 별을 찾던 그를 향한 동정일까.



Vibbidi Vobbi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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