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는 들어오지만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는 대한민국 경제의 구조
우리 몸의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인 ATP는 각 세포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를 받아 생산된다.
이 산소를 달러에 비유해 본다면,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스스로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산소 발생 장치’를 보유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체적으로 산소를 발생시킬 수는 없지만, 수출을 통해 외부에서 산소를 공급받아 사용하는 구조다. 최근 반도체 산업의 회복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어서, 외부로부터의 산소 공급 자체는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산소가 ATP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우리 몸의 각 세포는 생존할 수 없다. 환율의 상승은 바로 이 ATP 전환 효율이 크게 저하된 상태를 의미한다. 산소는 유입되고 있지만 혈관 순환의 장애로 말초까지 전달되지 못하거나, 각 세포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를 만들어내는 효율 자체가 현저히 떨어진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순환 저하는 국내에서 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못하는 현상, 즉 양극화로 나타난다. 또한 미토콘드리아 공장의 효율 저하는 각 기업의 비효율적 경영과 구조적 부실에 비유할 수 있다.
정부는 경제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양적 완화라는 처방을 선택하고, 심장의 펌핑을 강화하려 한다. 그러나 혈관 기능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그 에너지가 말초까지 전달되기 어렵다. 도로가 막힌 상황에서 차량만 늘리는 것처럼, 산소가 제대로 돌지 못한 채 혈액량만 증가하면 정체는 오히려 심화될 뿐이다.
부실 PF가 누적된 상황에서 괴사 된 조직을 정리하지 않은 채, 겉으로 드러난 균열만 임시로 봉합하고 있다면 미토콘드리아의 효율이 회복되기 어려운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상태가 곧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우리 경제는 산소를 들이마실 수 있고, ATP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본적인 기능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생존 그 자체가 아니라 효율과 방향에 있다. 혈관을 다시 열고 막힌 순환을 정리하며, 미토콘드리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회복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 역시 우리 몸과 마찬가지로, 무작정 심박수를 높인다고 건강해지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산소가 아니라, 산소가 제자리에 쓰이도록 하는 질서다. 부실을 정리하고, 자금이 흘러야 할 곳으로 흘러가게 하며, 기업이 다시 효율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회복은 언제나 조용하게 시작된다. 환율이 먼저 안정되고, 변동성이 잦아들며, 자금이 다시 말초로 스며들기 시작할 때 우리는 뒤늦게 “아, 이미 좋아지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지금은 그전 단계, 몸이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불필요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시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