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거대한 분리: 이성의 왕좌, 감응의 추방
2부 거대한 분리: 이성의 왕좌, 감응의 추방
제3장 광장의 소음, 영혼의 질문
1절. 신들의 황혼: 견고한 세계의 균열
시간이 흘러 인간의 세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지고, 빨라졌으며, 무엇보다 시끄러워졌다. 2장에서 사냥꾼의 귀환 이야기가 낮은 목소리로 울려 퍼지던 고요하고 내밀한 동굴은 이제 까마득한 과거의 희미한 유적이 되었다. 인류는 더 이상 수십 명 단위로 흩어져 살지 않았다. 그들은 비옥한 강가에 모여들어 거대한 마을을 이루었고, 마침내 단단한 흙벽돌이나 돌로 높은 성벽을 둘러 자신들의 세계를 외부의 혼돈으로부터 분리시킨 도시를 세웠다. 메소포타미아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이집트 나일강의 풍요로운 삼각주에서, 인더스강의 광활한 평야에서, 황허강 유역의 비옥한 토지에서, 인류는 농업이라는 혁명적인 기술을 통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잉여 생산물을 안정적으로 축적하기 시작했다.
이 잉여는 단순히 배부름의 문제를 넘어, 인류 사회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 즉 거대한 분업과 계급의 탄생을 가져왔다. 모두가 매일의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사냥과 채집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지자, 남는 시간을 사용하여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새로운 계급들이 등장했다. 공동체를 다스리고 법을 집행하는 왕과 관료,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도시를 지키거나 다른 도시를 정복하는 군인,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게는, 2장의 주술사로부터 물려받은 ‘이야기’의 힘을 독점하고 체계화하여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사제 계급.
특히 이 사제 계급은 2장에서 사냥꾼이 즉흥적으로 만들어냈던 신화들을 거대한 체계로 발전시켰다. 동굴 벽에 희미하게 새겨졌던 소박한 약속은 이제 도시 중심부에 세워진 거대한 신전의 육중한 대리석 기둥에 정교하고 화려한 부조로 조각되었고, 파피루스나 점토판 두루마리에 복잡하고 장대한 서사시와 신들의 계보로 꼼꼼하게 기록되었다. 각 부족의 소박했던 조상신이나 이름 없는 자연의 정령들은 이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고 인간의 삶 모든 영역을 관장하는, 위대하고 때로는 변덕스러우며 인간적인 감정까지 가진 신들로 격상되었다. 메소포타미아의 하늘 신 아누와 땅의 신 엔릴, 이집트의 태양 신 라와 죽음과 부활의 신 오시리스, 그리고 그리스 올림포스 산 정상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는 제우스와 헤라, 아폴론과 아테나. 그들은 저마다의 이름과 복잡한 가족 관계, 질투와 사랑, 분노와 자비심을 가진, 마치 강력한 힘을 가진 인간과도 같은 존재들이 되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이제 이 신들의 거대한 드라마 아래 남김없이 ‘설명’되었다. 풍년이 들면 그것은 풍요의 여신 데메테르가 인간에게 미소를 지은 덕분이었고, 끔찍한 지진이 일어나 도시 전체가 무너져 내리면 그것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분노하여 그의 강력한 삼지창으로 대지를 뒤흔든 결과였다. 걷잡을 수 없는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는 것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그녀의 아들 에로스가 쏜 보이지 않는 황금 화살 때문이었고, 치열한 전쟁터에서 승리하는 것은 전쟁의 신 아레스나 지혜의 여신 아테나 중 누가 더 총애를 베푸느냐에 달려 있었다. 심지어 술에 취해 이성을 잃는 것마저도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의 신성한 광기에 사로잡힌 것으로 이해되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현상의 원인을 묻을 때 ‘어떻게(How)’ 작동하는지를 따지지만, 고대인들에게 세상은 아직 ‘누가, 왜(Who & Why)’ 그랬는지를 밝혀야만 비로소 이해되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 신들의 이야기는 그들에게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설명’이 될 수 있었다.
이처럼 단단하고 정교하게 짜인 신화의 세계관은 청동기 시대의 거대한 제국들에게 놀라운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했다. 세상은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는 혼돈이 아니라, 신들의 의지와 관계라는, 비록 복잡하지만 이해 가능한 ‘이야기’가 되었다. 1장의 사냥꾼이 눈보라 속에서 느꼈던 개인적이고 처절한 ‘감응’과 그로부터 길어 올린 ‘정당화’는 이제, 정해진 절차와 달력에 따라 신에게 수십 마리의 살찐 황소를 제물로 바치는 거대한 국가적 제의(祭儀) 속에서, 모든 시민이 함께 경험하는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집단 경험으로 승화되었다. ‘왜 나는 이 고통을 견뎌야 하는가?’라는 개인의 실존적 물음은, ‘어떻게 해야 우리 도시가 하늘 신 마르두크의 총애를 계속 받을 수 있는가?’ 혹은 ‘어떻게 해야 아폴론 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을 수 있는가?’라는 거대한 사회적 질문으로 대체되었다. 신화는 거대한 심리적 방패막이자, 수백만 명의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의 질서, 하나의 운명 공동체 아래 묶어두는 강력한 사회 통합의 접착제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흔들림 없는 안정감 속에서, 그리고 농업 생산력 증대로 인한 전례 없는 번영 속에서, 아주 미세하지만 다른 종류의 질문들이 조용히 싹트기 시작했다. 신화라는 오래되고 단단한 가죽 부대가 더 이상 온전히 담을 수 없는, 새로운 시대의 포도주가 에게해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만나는 이방인들의 너무나 다른 신들과 이야기들. 신전의 사제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과 때로는 위선적인 모습들. 그리고 아무리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기도를 올려도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와 역병의 참혹함. 이 모든 것들이 신화의 절대적인 권위에 아주 작은 의심의 틈새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원전 1200년경,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거대한 재앙이 동지중해 세계 전체를 휩쓸었다. ‘바다 민족’이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해양 세력들이 해안 도시들을 침략하고 불태웠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거대한 지진과 수십 년간 이어진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사회 시스템 전체가 붕괴했기 때문이었을까? 이유가 무엇이었든, 그 결과는 참혹했다. 그리스 본토를 지배했던 강력한 미케네 문명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고, 아나톨리아 고원을 호령하던 철옹성 같던 히타이트 제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며, 위대한 이집트 제국마저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기나긴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찬란했던 청동기 시대의 거대한 궁전들은 불타고 폐허가 되었으며, 복잡했던 문자 기록 시스템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수백 년간 이어질 암흑기가 찾아왔다. 견고해 보였던 신들의 세계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고,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었던 신들이 과연 자신들을 보호할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 깊은 회의에 빠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끔찍한 붕괴의 폐허 속에서, 역설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었다. 거대한 제국들이 사라진 에게해 주변에는, 이전 제국의 변방에 불과했던 수많은 작고 독립적인 도시 국가, 즉 ‘폴리스(polis)’들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돋아났다. 아테네, 스파르타, 코린토스, 테베, 그리고 소아시아 해안의 밀레토스와 에페소스. 이들은 이전처럼 강력한 왕과 폐쇄적인 사제 계급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거대한 관료제 사회가 아니었다. 척박한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깥 세계로 끊임없이 눈을 돌려야 했던 이들은 필연적으로 외부 세계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살길을 찾아야 했다.
그들은 배를 타고 흑해 연안의 곡창지대로, 풍요로운 이집트의 나일강 삼각주로, 멀리 서부 지중해의 시칠리아와 남부 이탈리아 해안으로 나아갔다. 그리스의 상인들과 용병들은 자신들의 배에 올리브유와 포도주, 도자기뿐만 아니라, 항해 중에 만난 이질적인 문화와 풍습, 낯선 신들과 그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함께 싣고 돌아왔다. 이 새로운 이야기들은 더 이상 신성한 경외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때로는 흥미로운 가십거리로, 때로는 비교와 비판의 대상으로 소비되었다. 그리스의 폴리스들은 점차 다양한 생각과 문화가 만나고 충돌하는, 활기차고 소란스러운 용광로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용광로의 가장 뜨거운 심장부에서, 인류는 신화의 시대를 지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