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나를 불안해한다

잎틈 에세이 #6. 무너지지 않으려는 마음과 무너지는 순간 사이에서

by 잎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정신없이 살고 있지만,

그래도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지금이 몇 시인지는 알고 살아간다.

평범한 전업주부로서 제2의 삶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런데도 가지고 있는 질환 때문에 계속해서 나 자신을 의심한다.

다시 직장을 다녀볼까 하다가도

근거 없는 불안과 자신 없음이 먼저 찾아온다.

과연 내가 직장생활을 다시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정작 나조차 확신하지 못한다.


이 마음은 가볍지 않다.

매일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나를 눌러온다.


그러던 어느 날,

금요일인 걸 알고 있었음에도

딸아이를 영어 학원에 보냈다.

그 학원은 월요일과 수요일에만 간다.


퇴근한 남편이

“애가 왜 집에 없어?”라고 묻는 순간,

나는 그제야 상황을 깨달았다.


시간표를 보니 초등 3학년 수업 시간이었다.

겨우 7살인 아이를 그 수업에 보낸 것이다.


급히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데리러 가겠다고 했는데,

지난주 수업 하루 빠졌으니 잘 됐다며

보강해주고 있었다고 하셨다.

당황하셨을 텐데, 감사하고 죄송하고

조금은 민망했다.


그런데 그 감정보다 먼저 밀려온 건

또 다른 감정이었다.


‘도대체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는 걸까.’

‘큰 애들 사이에서 아이가 불편하지 않았을까.’

‘이래서 직장생활은 다시 가능할까.’


그 생각들이 눈물을 끌어냈다.

사소한 실수였는데

그 사실 자체가 충격으로 크게 느껴졌다.


선생님의 괜찮다는 말도,

남편의 위로도 그때는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아픈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 하는 생각이 자리했다.


한참을 울고 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나는 정말 괜찮을까.

정신이 없는 건 둘째 치고,

이렇게 쉽게 무너지고 좌절하는 내가

정말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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