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사전정보)
먼저 지금 내가 속해있는 팀 상황을 요약하면 10명 규모이다. IT회사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인 편이다. 각자 담당 파트가 명확하게 나뉘어 있고 사원부터 부장까지 모든 직급이 있다. 나보다 이 회사에 먼저 입사한 팀원도 있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팀원도 있다. 남여 성비도 딱 중간이다. 지금 팀에서 난 팀장으로는 3년 정도되었고 총 리더로서 경험은 7년 정도 되었다.
나에겐 팀장으로 리더십이라는 거창한 말을 쓰기에는 사소하고 하잘것 없는 나만의 팀 운영 원칙들이 있다.
첫번째, 나부터 일찍 출근하고 제일 먼저 퇴근한다.
두번째, 팀원들과 다양한 단톡방을 최대한 활용한다.
세번째, 팀원들의 생일과 경조사, 설/추석 명절을 챙긴다.
네번째, 회식 자리에서는 제일 귀퉁이에 앉고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다섯번째, 팀원들이 나보다 낫다고 여긴다.
1.
꼰대같지만 일찍 출근하는건 나부터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다. 인사팀이 지각을 한다는 건 개인 뿐 아니라 팀 전체에도 조직문화 차원에서 허용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9시 출근이면 8시 반 정도에는 오려고 한다. 그대신 제일 먼저 퇴근한다. 6시가 되면 제일 먼저 일어나고 도망치듯 나온다. 그래야 팀원들이 내 눈치를 안보고 갈 수 있다.
2.
난 업무방식이 효율을 따지다보니 가능하면 정보를 공유하고 동일한 사안을 여러번 전달되고 수정되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그래서 각종 업무별 팀내 단톡방을 활용해 자료와 배경, 목적 등을 여러 사람에게 한꺼번에 전달하고 동일한 가이드를 주는 편이다. 그대신 민감하고 중요한 정보들인 만큼 팀 전체 단톡방, 각각의 최소한의 담당자들만 들어가있는 단톡방들을 모두 필요에 따라 활용하고 있다.
3.
우리 회사는 팀장 직책비가 있다. 일종의 팀을 잘 관리하라고 부여되는 수당 개념인데 나는 그것들은 정말 팀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일과 경조사, 1년에 두번 설과 추석은 빠지지 않고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매번 똑같지 않은 선물로 그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고민해서 선물해준다.
4.
내가 원래 사교적이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회식 자리의 주인은 팀원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부러 자리는 항상 제일 구석자리에 앉고 팀원들이 먹고싶은것 그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게 하고 난 뒷방 늙은이처럼 구경하는것이 즐겁다. 몇일전에는 팀송년회를 했는데 내가 건배사 같은걸 싫어하는걸 알아서인지 제일 나이많은 사람부터 제일 어린 친구까지 모두가 돌아가면서 건배사를 했다. 덕분에 3차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난 와이프 핑계를 대고 겨우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
5.
이게 가장 중요한 건데 나는 나보다 우리 팀원들이 각자 더 전문성이 있다고 믿는다. 내가 그들보다 더 먼저, 많이 해봤기에 요령도 있고 일이 돌아가거나 될것 같은지 흐름이나 직관 것도 어느정도는 생겼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고 아재가 되어서 그런지 어제 알았던 것도 기억이 안나고, 문서에 오타도 많고 심지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꼼꼼한 기획, 신선한 아이디어도 팀원들이 더 고민하고 나보다 잘 안다고 믿는다. 이 믿음이 있어야 신뢰 기반으로 팀이 굴러간다.
결국 나도 선배들에게서 닮고싶은 모습을 어설프게 흉내내거나 그들에게 본받고 싶지 않은 점들이 쌓여서 지금 내 모습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