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문(門)-5

제5화. 궁궐

by 지그프리드

- 서문 -

이 글은 역사적 인물들만 역사에서 차용하고, 나머지 이야기들은 모두 허구입니다.

소설적 상상력이므로, 실제 역사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 등장인물

주요 인물

- 담유화(18세) : 여고생 '한유라'. 21세기 현대 대한민국에서 살다가...

갑자기 삼국시대 백제라는 나라에 떨어진 여고생 소녀

- 부여구(25세) : 백제 13대 어라하. 근초고왕. 냉혈한. 키가 9척에 달하고 무예와 궁술이 뛰어남

- 담고(65세) : 담유화의 아버지. 백제 달솔이라는 직책에 귀족이며, 인자하지만 병약함

- 동이(15세) : 담유화의 시녀. 담유화가 기억을 잃은 것에 대해 안쓰럽다. 항상 챙겨주고 싶음

- 연우랑(40세) : 담고 달솔의 가신이며, 담유화에게 무술을 가르쳐 주고 보호하는 경호원임


백제조정

- 부여융 : 백제 온조계의 마지막 후손

- 내신좌평 진고도 : 백제의 내신(왕명출납) 좌평이며, 최대 귀족세력의 수장임

- 위사좌평 진정 : 백제의 위사(경호처) 좌평이며, 진고도의 동생

- 조정좌평 해구 : 백제의 조정(형벌. 감옥) 좌평이며,

최대 귀족세력이나 온조계를 주군으로 모심

- 병관좌평 : 백제의 병관(군사) 좌평

- 내두좌평 : 백제의 내두(재정) 좌평

- 내법좌평 : 백제의 내법(의례) 좌평

- 목라근 자 : 백제 장수. 가락 7국을 평정한 장수

- 사사노궤 : 백제 장수


고구려 조정

- 고사유 : 고구려 16대 태왕이며, 고국원왕

- 막리지 : 고구려 국사를 총괄하던 관직


마한 조정

- 목지국왕 : 마한 수장국인 목지국왕, 목지국의 위치는 대략 익산으로 보임

- 침미다례국왕 : 백제에게 끝까지 저항한 마한 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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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궁궐


백제 한성으로 돌아오는 길은 무척 고되고 힘들었다.

지금의 유화의 신세는 영락없는... 잡힌 포로 신세랄까?

한시도 부여구의 옆에서 떨어질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뒤쳐지면... 금세 옆으로 불러들이고... 하는 통에 죽을 맛이었다.

"그대는... 그때 왜 나루터에 나온 것인가? 무언가를 찾으려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제가 그 나루터에서 빠져서... 기억을 잃었다기에... 다시 가서 확인해보려 했었습니다.."

"그래.. 그럼.. 가서 확인한 게 뭐지?"

"그게...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확인한 게 무엇인지.. 저 자신도 혼란스러워서..."


지금 유화도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그걸 설명하라니...

아직도 자신이 왜 여기에.. 이곳으로 왔는지는 도통 모르겠다는 거다.


부여구는... 수심에 가득 찬 유화를 보고서는 더 이상 묻질 않았다.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남방경략을 끝내고 돌아오는 백제 군사들에게 백성들이 모두 나와 만세와 환호를 질렀다.

그런 모습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일련의 무리들이 있었으니...

부여융과 해구 일행이었다.

이들은 이번 원정에 본의 아니게 딸려 감으로 해서 아무런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부여구가 남방으로 한성을 비운 사이에 한성을 장악하려던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이윽고, 부여구가 궁성에 들어오고 있었다.

조정의 모든 신하들이 어라하를 맞이하고 있었다.

"어라하.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감축드리옵니다."

"감축드리옵니다."

"고생 많으셨소. 짐이 궁을 비운 사이... 잘 이끌어주어서 고맙소. 내두좌평."

"어인 말씀이옵니까? 어라하의 흥복이십니다"

"들어가십시다."

"예. 어라하."


이윽고 부여구가 어좌에 않았다.

옆에 있던 내두좌평이 조서를 읽어 내려갔다.

"이번 남방경략에 가장 큰 공을 세운 목라근 자, 사사노꿰는 앞으로 나오라."

"예"

"어라하께서 이르시길, 가락 7국을 정벌한 목라근자, 마한 열국 정벌에 선봉장 사사노궤 장군에게

제1품 달솔에 봉한다. "

두 장군은 현재 품계가 제5품 한솔에서 네 계단이나 뛴 제1품 달솔에 봉해진 것이기에 감격해 마지않았다.

"어라하의 성은에 감사하옵니다."

그에 따라 나머지 인원들도 포상이 이뤄졌다.

새로 경략한 정복지에 주둔군을 편제하고, 지방 태수들을 차례로 임명했다.

항복한 옛 마한의 열국들의 왕들에게는 명목상의 벼슬들이 주어졌다.

다만, 가락 7국은 직접 복속하는 대신 거수국으로 남게 하여, 신라를 견제하게 했다.

항복한 열국들의 자제들을 일정기간 한성에 머물게 하여 백제의 선진 문물을 배우게 했다.

실상은 정복지들의 반란을 사전에 막기 위한 인질 정책이었다.


본의 아니게 끌려온(?) 유화는 궁궐 안쪽 후원옆에 조화 전에 기거하게 되었다.

어찌어찌 간청해서 사가에 있는 동이를 불러올 수 있었다.

"아가씨... 유화 아가씨. 괜찮으셔요??"

"네. 저는 괜찮아요. 아버님은 괜찮으신가요?"

"네. 이제는 거동이 괜찮을 만큼 호전되셨어요. 아니.. 근데.. 이게 무슨 일이래요?

왜 아가씨가 여기 궁궐에 계신 거죠???"

"에휴... 저도 모르겠어요... 도망이나 갈까요?"

"에? 택도 없는 소리 마세요.. 어라하께서 화내시면 경을 칠 거예요."

"그..... 쵸??? 에휴... 내가 이 뭔 고생이야... 여기에 와가지고..."

울상이 된 유화였다.


국사 시간에 배운 한성 백제... 그것도 최 전성기를 구가한 근초고왕 때에 와 있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본인이 여고생이었던 '한유라'가 여기에 왜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목에 걸려있는 이 펜던트 목걸이가 실마리인 것 같았다.

'한유라'... 서서히 기억이 나고 있었다.

요즘에 하도 충격을 많이 받아서인지도 몰랐다.

'나는 분명히... 학교를 마치고... 잠깐 공원에서 뭔가에 이끌려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그때 내가 어디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어... 멈춰 섰는데....'

그 순간.... 석촌동 고분군에서 가장 큰 적석총 무덤 앞에서 서 있었던 기억이 솟아났다.

'그래... 그 무덤이 근초고왕? 의 무덤이었어... 아...'

뭔가에 이끌려 근초고왕의 무덤 앞에 서 있었고, 갑자기 밝은 빛에 휩싸여 욱리하 나루터에 떨어졌는데,

마침 그때 담유화라는 아가씨가 있었고, 담유화의 몸에 영혼이 들어간 것이었다.

'근데... 그럼.. 이 몸의 원래 주인은 어디로 간 거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이 세계에 오게 된 것이 우연 같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끼~~~ 욱'

올빼미가 음산하게 우는 늦은 밤이었다.

조정좌평 해구의 저택 안 깊숙이에 있는 밀실에서 부여웅과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전하. 이번 전장에서 부여구를 없앨 수 있었는데... 이 놈이 간파했던 모양입니다.

계속 감시를 하니... 저희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러게 말이오. 저 괘씸한 부여구를 없앨 수 있었는데... 하늘이 무심하군."

"전하. 심려치 마시옵소서. 보위를 찬탈한 저 부여구를 죽일 기회는 반드시 다시 올 것입니다."

"음...."


유화가 후원에 연못옆에 있는 정자에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그 옆에는 동이와 몇 명의 시녀가 따라가고 있었다.

세상 무너진 듯...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가고 있었다. 연신 투덜거리면서...

'젠장... 내가 왜 여기 답답한 궁궐에 갇혀서 이게 무슨 꼴이람...

나에게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호구로 여기는 군... 에혀.. 내 신세야....'

연못에 다다르니... 부여구가 정자에 서 있었다.

등지고 서 있었는데... 풍겨오는 아우라가 엄청나 보였다.

'뭐지? 이 분위기는????'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정적을 깨는 궁녀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어라하. 유화 아가씨를 모셔왔나이다."

그제야.. 부여구가 뒤를 돌아다봤다.

손으로 까딱이며... 이리 오라는 손짓을 했다.

'이런... 저 건방진 손짓은 뭐야??? 에혀.. 내 신세야...'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신세 한탄을 하면서 정자에 올라갔다.

"이름이 유화라 그랬던가? 담고 달솔가의 여식이라...

그대의 정체가 뭐지?"

"네???? 정체요??? 그게 무슨...."

"내... 듣기로... 담고 달솔가의 담유화는 집에서만 두문불출했다 하더군.

근데, 어떻게 피가 튀는 전장에 나올 생각을 했지?"

"그야... 아버님을 대신해서...."

"대담하군. 대담해. 한데, 그대의 목걸이는 신비한 빛을 내던데... 어찌 된 일인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게 말이다. 유화도 그 이유를 알고 싶다. 평소에는 그냥 목걸이인데...

왜 갑자기 신비한 빛이 나느냔 말이다.

유화는 이 목걸이가 자신이 백제 온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뿐이었다.

"저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이제는..."

"집? 그대의 집은 이제부터 궁궐이다."

"네? 그게 무슨???"

"그대는 당분간 궁궐에 머무르면서 지내도록..."


그 이후, 반 강제로 조화전에 갇혀 지내게 된 유화는 죽을 맛이었다.

온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다.

방 안에서 뒹굴뒹굴 거렸다.

"하... 나참... 감옥이나 다를 바가 없네.... 에휴..."

'기회를 봐서... 도망가버려... 도망가도 지가 어떻게 하겠어??? 그렇지???

에이.. 설마... 아버님에게 해코지하려나???? 흠...

내가 아는 근초고왕이 맞다면... 대인배니까... 그러지는 않을 거야... 그렇지???'


방 안에서 뒹굴뒹굴 거리는 것도 싫증이 나서,

조화전 앞마당에 나와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서성이고 있었다.

"아가씨. 어지러워요... 그만 좀 빙글빙글 돌면 안 될까요?"

"싫어. 싫다고... 젠장... 완전 감옥이야..."

"아가씨. 말씀이 너무..."

"왜? 왜? 싫다고. 싫단 말이야..."

유화는 폭발하기 직전이다. 어쩌다가 이곳에 갇혀 있게 되었는지...

"끄~~~ 악"

폭발했다. 갑자기 조용한 궁궐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대전에서 국사를 논의하고 있던 부여구에게 내관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어라하. 어라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급히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디로 말인가?"

"그게... 조화전에 계신 담고 달솔가의 여식인 담유화 소저께서..."

말하기를 얼버무리는 내관이 답답해서,

"그래서 뭐? 어쨌다는 것인가?"

"그게... 조화전 바닥에... 누우셨습니다... 거기서 계속... 소리를... 지르고...."

"뭐라?"

내관의 말을 확인하러 급히 조화 전으로 발길을 옮겼다.


조화전 앞마당 잔디밭에서는 한창 난리가 나고 있었다.

담유화가 조화전 앞마당 잔디밭에 대자로 누워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 내보내 줘... 내보내 줘... 내보내 주란 말이야..."

우렁찬 소리로 조용한 궁궐을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아가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여기는 궁궐이에요.. 아가씨..."

난처한 얼굴의 동이가 유화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조화전 앞을 지키고 있던 수비병들도 난처한 기색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 정도 소란을 피웠으면... 그 어라하라는 작자(?)가 와야 되는데... 왜 안 오는 거야???'

이렇게 유화가 소란을 피우고 있을 때 마침...

부여구가 도착했다.

"뭐가 그리 억울한 게요???"

소리를 지르던 유화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글 돌렸다.

소리친 게 효과가 있었는지... 그렇게 보고자 했던 부여구가 와 있었다.

짐짓 눈을 감으며, 팔짱을 끼고 말했다.

"나에게 자유를 주세요..."

"자유? 왜 그래야 하지? 그대는 남들이 못 와서 난리인 이 궁궐에 와서 호의호식하고 있는데?

짐이 일하라고 시켰던가? 아니질 않소???"

"뭐라고요? 저는 죄인이 아니잖아요... 왜 여기에 가두어두느냔 말이에요..."

"가두기는 누가 가두었단 말이요??? 난 그런 적이 없는데???"

"저 병사들은 뭐죠? 날 못 나가게 하잖아요????"

그러면서 병사들을 가리켰다.

"하하하. 짐은 그러한 명을 내린 적이 없었는데... 아마도 병사들이 그대의 안전을 지키려다 보니 그런 것 같소.

내 그러질 말라 이르겠소. 그럼 된 거요??"

"네..."

그제야 일어서면서 옷에 묻은 잔디와 흙을 툴툴 털어냈다.

"일어난 김에... 나와 산책 좀 합시다."

"네? 산책이요?"


부여구와 유화는 궁궐 후원의 연못 주변을 거닐고 있었다.

말없이 거닐 던 부여구가 연꽃이 흐드러지게 핀 주변가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연못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화가 물었다.

"무슨 근심이 있나요?"

유화를 향해 돌아다보던 부여구는 말없이 유화를 바라봤다.

햇볕이 연목 수면에 반사되어 유화의 아름다운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큰 눈은 소의 눈방울처럼 호수 같았으며, 부여구를 올려다보는 얼굴옆으로

살가운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모습은...마치 월궁의 항아와 같았다.

"그대는...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 듯 하군..."

현대에서 온 것을 알아챈 건지...내심 찔린 유화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에휴...무슨...저는 여기 백제 사람이지요..헤헤..."

그렇게 말하고 있어도...내심 찔렸다.

"혹시...저 북방의 고구려 때문이신가요?"

깜짝 놀라는 얼굴로 부여구가 쳐다봤다.

"그걸...어떻게 안거요???"

"흠...그거야...뻔하지요...백제의 후방인 남방의 마한 세력을 정벌하신 것은,

후방을 안정화 시켜서...저 북방의 강자인 고구려를 도모하실 생각이신 것 같아서요."

"그대는...안목이 뛰어나군...그걸 간파하다니..."

'헤헤...그 정도야 국사 시간에 배운 내용이지...헤헤헤'

국사 시간에 배운 백제의 역사가 이렇게 도움이 될지는 꿈에도 몰랐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어라하 뜻대로 이루어질 거니까요...헤헤헤"

"그걸 어찌 아오???말이라도 고맙군...나흘 후에 바람 좀 쐴겸해서 사냥이나 나갈까 하는데...

같이 가겠소?"

"사냥이요????그럼요...가보고 싶어요...하하하"


부여구와 산책을 다녀온 유화는 밖으로 나간다는 생각에 흥이 나고 들떠서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그런 유화를 보고 동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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