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문(門)-4

제4화. 마한정벌

by 지그프리드

- 서문 -

이 글은 역사적 인물들만 역사에서 차용하고, 나머지 이야기들은 모두 허구입니다.

소설적 상상력이므로, 실제 역사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 등장인물

주요 인물

- 담유화(18세) : 21세기 현대 대한민국에서 살다가... 갑자기 삼국시대 백제라는 나라에 떨어진 소녀

- 부여구(25세) : 백제 13대 어라하. 근초고왕. 냉혈한. 키가 9척에 달하고 무예와 궁술이 뛰어남

- 담고(65세) : 담유화의 아버지. 백제 달솔이라는 직책에 귀족이며, 인자하지만 병약함

- 동이(15세) : 담유화의 시녀. 담유화가 기억을 잃은 것에 대해 안쓰럽다. 항상 챙겨주고 싶음

- 연우랑(40세) : 담고 달솔의 가신이며, 담유화에게 무술을 가르쳐 주고 보호하는 경호원임


백제조정

- 부여융 : 백제 온조계의 마지막 후손

- 내신좌평 진고도 : 백제의 내신(왕명출납) 좌평이며, 최대 귀족세력의 수장임

- 위사좌평 진정 : 백제의 위사(경호처) 좌평이며, 진고도의 동생

- 조정좌평 해구 : 백제의 조정(형벌. 감옥) 좌평이며, 최대 귀족세력이나 온조계를 주군으로 모심

- 병관좌평 : 백제의 병관(군사) 좌평

- 내두좌평 : 백제의 내두(재정) 좌평

- 내법좌평 : 백제의 내법(의례) 좌평

- 목라근자 : 백제 장수. 가락 7국을 평정한 장수

- 사사노궤 : 백제 장수


고구려 조정

- 고사유 : 고구려 16대 태왕이며, 고국원왕

- 막리지 : 고구려 국사를 총괄하던 관직


마한 조정

- 목지국왕 : 마한 수장국인 목지국왕, 목지국의 위치는 대략 익산으로 보임

- 침미다례국왕 : 백제에게 끝까지 저항한 마한 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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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마한정벌


목지국 조정에서는 백제의 침공으로 인해 우와좌왕하고 있었다.

"대왕. 백제군이 코앞까지 왔습니다. 이를 어찌해야 할까요?"

"끙... 사신들을 보냈으나.. 별 효과도 없었군... 군사들은 얼마나 되는가?"

"일천이 채 되질 않사옵니다... 속히 침미다례에게 원군을 보내달라 전하라."

"예. 대왕"

목지국에서는 침미다례의 원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백제군의 대대적인 침공은 마한의 수장국인 목지국 조차 버거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목지국왕은 아직 모르는 것이 있었다.

침미다례의 원군은 목지국 근처에도 못 오고 있었다. 또 다른 백제군이 길목에서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인 셈이다.


백제군은 이제 목지국의 국성인 고사부리성 앞에 진을 치고, 공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부여구가 장수들에게 말했다.

"사사노궤."

"예. 어라하"

"그대에게 저 고사부리성을 함락시킬 영광을 주겠다. 항복하는 자들은 살려줘라. 모두 나의 백성들이다."

"어라하의 명을 받드나이다."

사사노궤 장군은 병사들에게 진군을 명령했다.

"1군은 남문을 맡고, 2군은 뒤를 돌아 북문을 공격한다. 단, 북문은 공격하는 시늉만 한다. 저들이 북문의 공격에 시선을 뺏길 즈음에 1군은 남문을 집중 공격하여 성문을 부순다. 1군. 진군하라"

드디어 백제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2군이 북문을 먼저 공격하자, 남문에 있던 수비병들이 북문으로 지원을 가버렸고, 그 틈을 노려 기다리고 있던 백제군이 남문을 향해 일제히 쇄도해들어갔다.

적군들의 화살이 빗발치고 있었으나, 대부분은 백제군 후방으로는 사정권 밖이라 피해는 없었다.

유화는 병사들이 성문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막상 살이 갈라지고 피가 튀는 전장을 목도하니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한 개의 화살이 유화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이미 몸이 얼어붙어있어 유화는 피할 수도 없었다. 겁에 질려 눈을 질끈 감는 순간 누군가가 유화의 몸을 잡아채고 화살을 칼을 들어 떨쳐내었다. 부여구였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유화가 있는 방향을 우연히 보고 있다가 화살이 빠르게 날아오는 것을 보고 얼어붙은 유화를 구하려고 움직였다. 그 바람에 유화가 쓰고 있던 투구가 벗겨지고, 유화의 머릿결이 흩날렸다.

그 순간 유화의 목에 걸려있던 펜던트가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펜던트에서 나오는 찬란한 빛이 유화와 부여구를 휘감았다.

유화가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 유화를 안고 있는 사내를 쳐다보았다. 순간 놀랐으나 이내 살아있음을 알고 안도했다.

"어... 어라하?"

"그대였군... 그대였어... 하하하"

"네? 그게 무슨....?"

이윽고 신기한 빛은 사라지고 주위의 사람들도 놀라서 어라하 주변으로 왔다.

"어라하. 어라하. 괜찮으십니까?"

"하하하. 별일 아니다. 그나저나.. 여기 누구의 여식이 겁도 없이 전쟁터까지 왔단 말인가?? 그대는 누 군인가??? 아냐.. 많이 놀랐겠군.. 일단 쉬고 전투가 끝나면 물어보지"

다시 부여구는 전장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우리 백제군에게 승리의 여신(?)이 왔구나..하하하...저 신비한 빛이 그 증거이니라. 이제 곧 저 고사부리성의 성문은 열릴 것이다. 하하하"

그의 말대로 백제군은 고사부리성의 남문을 부수고 진입하고 있었다.

"사사노궤에게 전하라. 항복하는 백성들은 도륙하지 말고, 목지국왕을 사로잡으라고..."

"예. 어라하."


유화를 부여구의 옆에 있게 했다. 신분이 탄로 나서 유화는 안절부절못했다.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담유화라 합니다. 담고 달솔이 저의 아버님이십니다."

"담고 달솔? 오호라.. 담달솔가의 여식이었군... 그런데.. 그대의 목걸이에서는 왜 갑자기 빛을 내었지??? 그대는 신녀인가??"

"신녀요??? 아닙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왜 목걸이에서 빛이 났는지는..."

"그때 나루터에서 구해줬더니만... 인사도 없이 도망가는 것도 그렇고.. 어젯밤도 그렇고... 그대는 도망가는 것이 특기인가 보군.. 하하하. 전투가 끝날 때까지 그대는 내 옆에 있으라. 아무래도 그대는... 승리의 여신인 것 같으니... 저기를 보시오... 우리 백제의 군사들이 이미 성문을 뚫었소. 하하하"


남문이 부서지면서 백제의 대군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윽고 목지국왕은 이제 목지국의 운명이 다했음을 직감했다. 더 이상 저항을 해봤자 백성들의 피만 더 흘릴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전군에 전하라.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더 이상 병사들의 희생을 두고 볼 수는 없구나."

"대왕... 대왕... 흑흑"

모든 대신들이 흐느꼈다. 저 요서에서 위만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다시 남삼한으로 내려와서 사직을 일으켰으나, 또다시 백제에게 나라를 빼앗기게 된 것이다.

목지국 군사들이 백기 투항함에 따라, 전투는 끝이 났다.

부여구와 유화 등 장수들이 말을 타고 성문으로 들어가고, 목지국 군사들은 포로로 묶여 있었다. 궁성에 당도하니, 패장인 목지국 국왕과 왕족 대신들이 무릎을 꿇고 대기하고 있었다.

이윽고, 부여가 말에서 내려 단상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내신좌평 진고도가 항복한 목지국왕에게 말했다.

"목지국왕은 어라하 앞에 나와 항복의 예를 다하라."

처연한 표정의 목지국왕이 부여구를 바라보면서 항복의식인 삼배구고두례를 행했다.

"어라하께 이 목지국의 백성과 땅을 바치나이다. 패주가 무슨 할 말이 있으리오. 부디... 자비를 베푸셔서 목지국의 백성들의 목숨만을 살려주소서... 이 늙은이가 두 손 모아 간청하나이다... 흑흑흑.."

흐느끼며 땅에 엎드렸다.

이윽고 부여구가 말했다.

"나의 백제와 그대의 목지국은 모두 옛 조선의 백성들이었다. 내가 왜 나의 백성들을 도륙하리오. 비록 전투에서는 졌으나, 그대 목지국왕은 진정한 대왕이었다. 나의 안위보다 백성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어진 군주이셨소. 마땅히 본받을 만 하오. 목지국의 백성은 나이 백성임을 만천하에 알린다."

부여구의 말에 모든 목지국 백성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백제의 포로가 되어 노예가 될 줄 알았으나, 백제국의 어라하는 모두를 자신의 백성으로 받아들인다 하질 않는가?

"대 백제국 어라하. 만세!!! 만세!!!"


목지국을 병합한 파죽지세의 백제군은 다음 목표인 마한의 소국들을 점령해 나갔다. 수장 역할을 한 목지국이 무너지면서 나머지 소국들은 기세가 꺾였고, 전투 의지를 잃어버렸다.

비리국, 벽중국까지 정벌되면서, 마한 잔여 세력은 침미다례만 남았다.

별다른 저항 없이 항복한 마한 열국들과는 다르게 침미다례는 결사적으로 항전하고 있었다.

그 사이 가락지역에 보냈던 목라근자에게는 가락국의 수장인 금관국을 정벌하라 명령을 내렸다.

이윽고 목라근자는 안라 국, 반파국을 연이어 항복을 받아냈고, 금관국까지 정벌하고 승리의 장계를 보내왔다.

"어라하. 가라국들을 정벌하러 갔던 목라근자 장군이 승전보를 보내왔나이다."

"잘했군. 잘했어. 역시 목라근자이군. 목라근자에게 전하라.

가락국은 항복만 받고, 사직은 보전해 줘서 신라를 견제하게끔 하라.

일부 점령군만 남기고 여기 침미다례 전선으로 합류하라 전하라."

"예. 어라하. 어라하의 명을 받드나이다."

'저 침미다례는... 어쩔 수가 없군...'


고립무원이 된 침미다례는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여 있었다.

코앞에 백제의 대군이 진을 치고 성을 포위했기 때문이다.

연일 어전회의를 개최하고 있으나, 모두들 침통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대왕. 이제 침미다례의 운명은 다한 것 같습니다. 결단을 내리소서. 목지국까지 항복을 했나이다. 들리는 소문에는 가락 7국까지 모두 백제의 발아래 들어갔다 하옵니다."

"끙... 어찌한단 말인가??? 저 악독한 부여구를 암살할 자객을 보내라."

"예? 자객을 말입니까? 실패하면.. 부여구의 노여움만 살 것입니다..."

"부여구만 없애면... 저 백제군은 철군할 것이다."

침미다례의 왕의 명령에 따라 야밤에 자객을 부여구의 진중으로 침투시켰다.


깊은 밤. 백제군의 진중에는 부여구가 유화와 함께 약간의 수비병과 함께 진중을 순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어라하가 일일이 병사들의 어려움을 챙기는 모습에 그러한 모습에 백제 병사들은 사기가 올라갔다.

"유화 그대는 배짱이 좋군."

"네? 배짱이라니요?"

"이런 전쟁터에 여인의 몸으로 아버지의 군역을 대신하려 들다니 말이야.

게다가 그때 나루터에서도 도망가고 말이야.."

"그건??? 제가 경황이 없어서...."

"하하하... 재밌어. 재밌어. 게다가 그 신비한 빛이 나는 목걸이도... 아마도 이건 백제의 흥복이 아닐 수가 없군."

그들이 대화하는 도중에 부여구를 향해 어둠 속에서 수리검이 날아왔다.

침미다례 왕이 보낸 자객이 기회를 틈타 부여구를 급습한 것이다.

그런데, 그때 담유화의 목걸이에서 또다시 눈부신 빛이 발현되었다.

날아오던 수리검은 맥없이 튕겨져 나가 버렸다.

모두들 자객이 던진 수리검에 놀랐지만... 오히려 눈부신 빛이 자객의 공격을 막아내는 모습에 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어라하. 어라하. 괜찮으십니까? 자객을 잡으라. 자객이 있다. 군사들은 자객을 잡으라."

부여구도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대가 나를 또 살렸구나. 내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말라."

유화도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위험할 때만 목걸이에서 빛을 발할 수가 있는지... 누구의 목숨이 위험할 때인가?

유화 자신인지... 아니면.. 이 부여구라는 임금인지...

하지만 확실한 것은... 두 사람이 같이 있을 때만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그런 상념에 빠져있을 때.. 부여구의 말에 화들짝 깨어났다.

"뭐.. 뭐라고요? 내가 왜???"

유화의 말에는 대꾸도 안 하고 부여구는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날 늦은 밤에 긴급 작전회의가 열렸다.

"어라하에게 자객을 보낸... 저 침미다례 놈들을 지금이라도 도륙을 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어라하. 이대로 놔두면 안 됩니다."

"모두들 진정하라. 이 내가 건재하질 않은가? 전쟁은 사사로운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니다."

"네...."

"자. 더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겠군. 인시를 기해서 총공격을 감행한다. 사사노궤 장군.

이번에도 그대가 선봉에 서서 저 침미다례를 함락시키라."

"예. 어라하. 어라하의 명을 받드나이다."


그날 동틀 무렵에 백제군은 침미다례의 국성을 사방에서 포위하여 일거에 성벽을 공격했다.

침미다례는 그동안 백제군의 포위로 군사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그에 따라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이윽고 치열한 전투가 끝나고 침미다례의 왕과 신하들이 포로로 백제군 진영 앞에 끌려와 있었다.

"그대 침미다례 왕의 고집으로 그대의 병사들과 백성들의 많은 희생이 있었다.

목지국이 짐에게 투항했음에도 끝까지 저항한 것은 그대들의 수장인 목지국 대왕의 명령을 어긴 것이다.

이에 짐은 그대에게 그 책임을 물어 침미다례 왕을 참한다.

다만, 침미다례의 백성들은 이제부터 짐의 백제의 백성이 될 것이다."

그때 항복했던 목지국왕이 부여 구앞에 나아가 간청을 했다.

"어라하. 비록 침미다례의 왕이 불충하게도 어라하의 명을 듣질 않았으나, 이는 그가 침미다례의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부디 자비를 베푸셔서 저 침미다례왕도 어라하의 은덕을 받도록 윤허해 주소서."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던 부여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침미다례 왕은 고개를 들라."

침미다례 왕이 힘없이 고개를 들어서 부여구를 바라봤다.

"백제국의 신하가 된 목지국 국왕의 간청을 받아들여, 그대 침미다례 왕의 목숨은 거두지 않는다.

다만, 짐의 명령에 불응한 죄를 물어 유배형에 처하노라. 내법좌평은 짐의 명을 이행하라."

"예. 어라하"

"어라하 만세! 대 백제국 어라하 만세!!!!"


가락 7국을 정벌하고, 마한 54국을 복속시킴으로써 부여구의 남방 경략은 완성되었다.

일부의 점령군을 남기고, 백제 한성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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