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연애방정식-8

제8화. 위험한 거래, 혀끝에 걸린 비밀

by 지그프리드

○ 시놉시스: "칼 대신 서류를 든 셰프"

동생 연호가 입사 직전 거액의 사기를 당해 잠적하자, 연우는 동생의 빚을 갚고 그가 돌아올 자리를 만들기 위해 호텔 셰프 자리를 포기합니다.

남장을 하고 성운그룹 전략기획팀에 입사한 그녀.

하지만 하필 그녀의 상사인 태준은 매일 점심 메뉴의 염도까지 체크하는 까다로운 미식가입니다.

사고 친동생을 대신하기 위한 여주인공의 고군분투기입니다.


○ 등장인물

- 한연우(26세) : 촉망받던 천재 수 셰프(Sous Chef). 5성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최연소 타이틀을 거머쥐기 직전이었으나, 사라진 남동생 연호의 사고를 수습하고 그의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사직서를 던집니다. 칼을 잡던 손으로 이제는 볼펜을 잡고 성운그룹 신입사원으로 잠입합니다.

- 강태준(32세) : 성운그룹 본부장이자, 미식가들 사이에서 '악마의 혀'라 불리는 완벽주의자. 정체를 숨긴 재벌 3세로, 스트레스를 요리로 푸는 비밀스러운 취미가 있습니다.

- 한연오(26세) : 한연우의 쌍둥이 남동생, 어릴 때부터 사고를 치고 다닌 사고뭉치입니다.

- 강승준(32세) : 태준의 형. 태준이 능력을 인정받는 것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제8화. 위험한 거래, 혀끝에 걸린 비밀


승준은 연우를 다시 자신의 집무실로 불렀다.

이번엔 태준이 회의로 꼼짝 못 하는 시간을 정확히 노렸다.

그는 연우 앞에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한연호, 아니... '한연우' 씨라고 불러야 하나?"


연우는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승준은 여유롭게 소파에 기대어 앉아 연우를 위아래로 훑었다.


"왜 그런 눈으로 봐? 내가 말했잖아, 내 눈은 못 속인다고. 남동생 대신 입사한 거? 아니면 태준이 꼬시러 온 꽃뱀?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네가 '사기 입사'를 했다는 사실이지."


연우는 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원하시는 게 뭡니까?"

"간단해. 이번에 내가 추진하는 'VVIP 프라이빗 론칭 파티' 기획팀으로 합류해. 태준이한테는 '파견 근무'라고 둘러댈 테니까."

"네가 기획하는 메뉴들이 이번 파티에서 호평을 받으면, 네 정체는 당분간 비밀로 해주지. 하지만 거절하면... 당장 내일 아침 인사팀에 네 이름으로 된 고발장이 접수될 거야. 네 동생 인생까지 같이 끝나는 거지."


연우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태준을 배신하는 꼴이 되지만, 지금 당장 정체가 들통나면 태준에게 더 큰 피해가 갈 것이 뻔했으니까....

다음 날, 연우가 승준의 팀으로 파견 발령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태준은 폭발했다.

그는 연우를 본부장실로 불러들였다.


"한연호!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내가 강 전무 근처엔 가지도 말라고 했을 텐데, 네가 직접 파견 요청서에 사인을 해?"


태준의 눈은 배신감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자신이 그토록 감싸고 보호했는데, 정작 연우는 가장 경계하라고 했던 형의 손을 잡은 것이니까...


"죄송합니다, 본부장님... 전무님 프로젝트가 제 커리어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연우는 태준의 눈을 피하며 거짓말을 했다.

태준은 기가 찬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연우에게 다가갔다.


"커리어? 고작 입사 몇 달 된 신입이 커리어를 따져서 나를 배신해? 너... 정말 그런 놈이었어?"


태준은 연우의 어깨를 강하게 쥐었다.

화상 흉터를 걱정하고, 재킷을 벗어주며 마음을 쓰던 자신의 모습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좋아. 가 봐. 가서 강승준 밑에서 얼마나 대단한 기획을 하는지 지켜보지. 대신, 한 번 나간 사람은 내 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명심해."


태준은 차갑게 등을 돌렸다.

연우는 본부장실을 나오며 눈물을 참아야 했다.

태준을 지키기 위해 태준을 배신해야 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우의 가슴을 난도질했다.


승준은 태준을 진심으로 아끼는 형이었다.

연우가 여자임을 눈치챈 것도 태준이 신입사원에게 유독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내 동생이 드디어 사랑을 시작했나?'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승준은 연우의 정체를 비밀로 해주는 대신, 자신의 메뉴 기획 프로젝트에 스카우트하는 제안을 했다.


"태준이 녀석한테는 비밀로 할게. 대신 이번 론칭 파티 메뉴 기획, 자네가 완벽하게 해내야 해. 내 동생이 고른 사람인데 실력 좀 보자고."


연우는 승준의 팀에서 밤낮없이 메뉴 기획자로 활약하며 자신의 능력을 뽐냈다.

태준은 그런 연우가 형에게 스카우트된 것이 못내 섭섭하고 질투가 났지만, 형의 사업이 워낙 중요했기에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드디어 호텔 론칭 파티 당일. 승준은 연우에게 기상천외한 요구를 했다.


"연우 씨, 오늘은 '신입사원 한연호'가 아니라 내 비즈니스 파트너로 참석해 줘야겠어. 정체를 숨기고 있는 자네가 남자로 참석하면 태준이가 계속 지켜볼 거 아냐? 차라리 완벽하게 여장... 아니, 원래 모습으로 꾸미고 오면 아무도 못 알아볼걸?"


연우는 펄쩍 뛰었지만, 승준의 설득과 파티의 분위기를 위해 마지못해 드레스를 입고 화장을 하게 되었다.

쇼트커트이었던 머리는 가발로 길게 늘어뜨리고, 화려한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연우의 모습은 태준이 알던 털털한 신입사원이 아닌, 눈부시게 아름다운 '천재 셰프'의 모습 그 자체였다.


파티장은 화려했고, 연우는 승준의 곁에서 노심초사하며 태준의 눈을 피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태준이 멀리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연우는 급히 샴페인 잔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승준은 장난스럽게 태준을 불러 세웠다.


"태준아! 여기 인사해. 이번 메뉴 기획을 도와준 내 특별한 파트너야."


태준의 시선이 연우에게 멈췄다.

연우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아 고개를 숙였지만, 태준의 눈동자는 이미 연우의 얼굴을 뚫어지게 살피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한... 아니, 연우라고 합니다."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지만, 태준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

"연우... 씨라고 하셨나요? 왠지 목소리가... 그리고 눈매가 제가 아는 누군가와 무척 닮았군요."


태준은 연우에게 한 걸음 다가왔습니다.

연우는 뒷걸음질 치려 했지만, 승준이 연우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며 여유롭게 대처했다.


"야, 태준아. 너 너무 빤히 본다. 아무리 네 스타일이라도 내 파트너한테 무례하잖아."


태준은 승준의 손이 연우의 허리에 닿아 있는 것을 보고 묘한 불쾌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태준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연우에게서 나는 향기였다.

매일 오후 3시, 탕비실에서 나던 그 시나몬과 로즈메리 향이 이 아름다운 여인에게서도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준은 연우의 손을 낚아채듯 잡아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연우의 손바닥에 박힌 '쉐프의 굳은살'을 느끼는 순간, 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이 손...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한연우 씨, 혹시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없습니까?"


연우는 태준의 강렬한 눈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태준은 긴가민가하면서도, 자신의 심장이 이 낯선 여인 앞에서 한연호(연우)를 볼 때처럼 거세게 뛰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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