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연애방정식-7

제7화. 위험한 제안

by 지그프리드

○ 시놉시스: "칼 대신 서류를 든 셰프"

동생 연호가 입사 직전 거액의 사기를 당해 잠적하자, 연우는 동생의 빚을 갚고 그가 돌아올 자리를 만들기 위해 호텔 셰프 자리를 포기합니다.

남장을 하고 성운그룹 전략기획팀에 입사한 그녀.

하지만 하필 그녀의 상사인 태준은 매일 점심 메뉴의 염도까지 체크하는 까다로운 미식가입니다.

사고 친동생을 대신하기 위한 여주인공의 고군분투기입니다.


○ 등장인물

- 한연우(26세) : 촉망받던 천재 수 셰프(Sous Chef). 5성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최연소 타이틀을 거머쥐기 직전이었으나, 사라진 남동생 연호의 사고를 수습하고 그의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사직서를 던집니다. 칼을 잡던 손으로 이제는 볼펜을 잡고 성운그룹 신입사원으로 잠입합니다.

- 강태준(32세) : 성운그룹 본부장이자, 미식가들 사이에서 '악마의 혀'라 불리는 완벽주의자. 정체를 숨긴 재벌 3세로, 스트레스를 요리로 푸는 비밀스러운 취미가 있습니다.

- 한연오(26세) : 한연우의 쌍둥이 남동생, 어릴 때부터 사고를 치고 다닌 사고뭉치입니다.

- 강승준(32세) : 태준의 형. 태준이 능력을 인정받는 것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제7화. 위험한 제안, 강승준의 초대


승준이 본부장실을 나간 뒤에도 태준의 미간은 펴질 줄 몰랐다.

태준에게 연우는 자신의 까다로운 입맛을 유일하게 맞추고, 화상이라는 아픔을 가진 보호 해주어야 할 '특별한 부하직원'이었다.

그런 연우를 승준이 건드리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연호 씨, 방금 강 전무가 한 말은 신경 쓰지 마. 그 사람은 사람을 장난감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으니까."

"아... 네, 본부장님. 명심하겠습니다."


연우는 얼떨결에 대답했지만, 승준의 날카로운 눈빛이 잊히지 않았다.

셰프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상대가 진정한 미식가인지, 아니면 그저 권력을 즐기는 자인지. 승준은 전자에 가까웠고, 그래서 더 위험했다.


승준은 태준과 달리 노골적으로 화려한 삶을 즐기는 인물이었다.

그는 태준이 아끼는 신입사원 연우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것은 서류 냄새가 아닌, 자신과 같은 미식가의 향기였다.

사건은 성운그룹이 주최하는 신규 호텔 외식 사업 론칭을 위한 '메뉴 품평회'에서 터졌다.

태준과 연우가 실무진으로 참석한 자리였다.


"어이, 거기 신입. 일로 와서 이것 좀 맛보지?"


상석에 앉아 있던 승준이 연우를 가리켰다.

테이블 위에는 최고급 셰프들이 만든 샘플 요리들이 놓여 있었다.

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제지하려 했지만, 승준이 한발 빨랐다.


"태준아, 네 팀원이 그렇게 미각이 예민하다며? 우리 호텔 사업인데, 젊은 사원 의견도 들어봐야지. 안 그래?"


연우는 얼떨결에 승준의 앞에 섰다.

승준은 차가운 수프 한 접시를 내밀었다.


"이 수프, 뭐가 부족한지 맞춰봐. 못 맞추면 자네 상사인 태준 본부장 체면이 좀 깎이겠는데?"


연우는 당황했지만, 눈앞의 수프를 보는 순간 셰프의 본능이 꿈틀댔다.

한 입 머금은 순간, 연우의 머릿속에 레시피가 그려졌다.


"그게... 제 생각엔 베이스는 완벽하지만, 마지막에 들어간 오일의 향이 너무 강해서 주재료인 관자의 풍미를 죽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레몬 제스트를 살짝 더했다면 뒷맛이 훨씬 깔끔했을 텐데... 아, 죄송합니다. 제가 요리 만화를 너무 많이 봐서..."


연우는 급히 말을 흐리며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승준의 눈은 번뜩였다. 그가 찾던 '천재적인 감각'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하! 레몬 제스트라니. 너,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승준이 연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태준아, 이 친구 탐나는데? 내 직속 기획팀으로 보내주면 안 되냐? 내가 연봉 두 배로 줄게."


태준은 그 꼴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우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뒤로 잡아당겼다.

형제 사이에 팽팽한 기류가 흘렀다.


"형, 농담이 지나치고 예의도 없네. 인사권은 내 소관이야. 그리고 한연호 씨는 내 업무 스타일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비서야. 대체 불가능한 인력을 뺏어가는 건 비즈니스 매너가 아니지."


태준은 연우를 데리고 품평회장을 빠져나왔다. 복도를 걷는 태준의 발걸음이 무척 빨랐다.


"한연호 씨."

"네, 본부장님."


태준이 멈춰 서서 연우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은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어딘지 초조해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 강 전무가 부르면 나한테 보고하고 가. 그 인간은 사람의 재능을 부품처럼 쓰는 사람이야. 너처럼... 성실하고 섬세한 사람은 감당하기 힘든 부류라고."


태준은 여전히 연우를 '지켜줘야 할 부하직원'으로 정의하고 있었지만, 그를 형에게 뺏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난생처음 '인재 확보'라는 명목의 강한 집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태준은 승준의 접근 이후 부쩍 예민해졌다.

그는 '유능한 인재를 지킨다'는 명목하에 연우를 본부장실 바로 앞 책상으로 옮기게 하고, 모든 외부 미팅과 현장 시찰에 연우를 밀착 수행시켰다.


"한연호 씨, 오늘부터 내 스케줄 관리와 현장 보고는 자네가 전담해. 형... 아니, 강 전무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고."


태준의 지시는 단호했다.

하지만 태준이 잠시 회장님과의 독대로 자리를 비운 사이, 승준이 그림자처럼 연우의 뒤에 나타났다.


승준은 멀리서 연우의 뒷모습을 관찰했다.

남동생의 수트를 입었지만, 긴장할 때마다 가늘게 떨리는 어깨선과 하얀 목덜미, 그리고 결정적으로 계단을 오를 때 살짝 드러나는 가벼운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았다.

수많은 여자를 만나온 승준의 '바람둥이 촉'이 강렬한 경보음을 울렸다.


"한연호 씨, 잠깐 나 좀 보지?"


승준은 연우를 비상구 복도로 불러 세웠다.

인적이 드문 곳, 승준은 연우를 벽으로 몰아붙이며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니다.


"너, 남자 아니지?"


연우의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태준의 묵직한 추궁과는 결이 다른, 정답을 다 알고 묻는 듯한 승준의 비열한 미소였다.


"전무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저 한연호 맞습니다."

"아니, 내 눈은 못 속여. 너한테선 수컷의 냄새가 전혀 안 나거든. 피부 결, 눈빛, 그리고 아까 내가 어깨를 툭 쳤을 때 움츠러드는 그 반응... 이건 완벽하게 여자야. 너, 강태준 옆에서 무슨 꿍꿍이지?"


승준은 연우의 셔츠 깃 근처로 손을 뻗었다.

연우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의 손을 쳐내자, 승준의 눈빛이 더욱 번뜩였다.


"역시 맞군. 강태준 그 고지식한 놈이 남자 비서한테 저렇게 집착할 리가 없지.

너, 내 동생 약점이라도 잡으러 온 스파이야?"

"그 손 떼!"


복도 끝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던 태준이 이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태준의 눈에는 형인 승준이 힘없는 신입사원 연우를 벽에 몰아넣고 겁을 주며, 심지어 신체적 접촉까지 시도하는 파렴치한 상황으로 보였다.

태준은 성큼성큼 다가와 승준의 멱살을 잡을 듯이 밀쳐내고 연우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


"강승준! 적당히 하라고 했지. 내 비서한테 손끝 하나 대지 마."

"태준아, 너 오해하는 모양인데... 이 친구 정체가..."

"닥쳐! 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흔들어서 나를 자극하고 싶은 모양인데, 한연호 씨는 건드리지 마. 이 친구는 형 같은 인간이 함부로 대할 사람이 아니야."


태준의 눈에는 분노와 함께 연우를 향한 강한 보호욕이 서려 있었다.

승준은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강태준, 너 정말 눈치 없구나? 아니면 알면서도 즐기는 건가? 그래, 어디 끝까지 가봐. 나중에 네가 보호하던 게 뭔지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


승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승준이 사라지자 태준은 연우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한연호 씨, 내가 분명히 경고했을 텐데. 강 전무가 부르면 나한테 보고하라고. 왜 혼자 여기 와서 이런 수모를 당하고 있는 거야?"

"죄송합니다, 본부장님... 저는 그냥..."


태준은 연우의 흐트러진 셔츠 깃을 거칠게 바로잡아주었다.

그의 손길은 거칠었지만, 그 안에는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질투와 불안함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태준은 연우가 승준에게 약점을 잡혔거나, 혹은 승준의 유혹에 흔들린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내 말 똑똑히 들어. 너는 내 사람이야. 내 허락 없이 다른 놈한테 휘둘리지 마. 그게 남자든, 여자든."


태준은 연우를 '남자'라고 부르면서도, 정작 자신의 행동은 질투에 눈이 먼 '연인'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연우는 태준의 오해에 가슴이 아팠지만, 자신의 정체를 직감한 승준의 위협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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