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연애방정식-12(완결)

제12화. 넥타이를 풀고, 진심을 입다

by 지그프리드

○ 시놉시스: "칼 대신 서류를 든 셰프"

동생 연호가 입사 직전 거액의 사기를 당해 잠적하자, 연우는 동생의 빚을 갚고 그가 돌아올 자리를 만들기 위해 호텔 셰프 자리를 포기합니다.

남장을 하고 성운그룹 전략기획팀에 입사한 그녀.

하지만 하필 그녀의 상사인 태준은 매일 점심 메뉴의 염도까지 체크하는 까다로운 미식가입니다.

사고 친동생을 대신하기 위한 여주인공의 고군분투기입니다.


○ 등장인물

- 한연우(26세) : 촉망받던 천재 수 셰프(Sous Chef). 5성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최연소 타이틀을 거머쥐기 직전이었으나, 사라진 남동생 연호의 사고를 수습하고 그의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사직서를 던집니다. 칼을 잡던 손으로 이제는 볼펜을 잡고 성운그룹 신입사원으로 잠입합니다.

- 강태준(32세) : 성운그룹 본부장이자, 미식가들 사이에서 '악마의 혀'라 불리는 완벽주의자. 정체를 숨긴 재벌 3세로, 스트레스를 요리로 푸는 비밀스러운 취미가 있습니다.

- 한연오(26세) : 한연우의 쌍둥이 남동생, 어릴 때부터 사고를 치고 다닌 사고뭉치입니다.

- 강승준(32세) : 태준의 형. 태준이 능력을 인정받는 것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제12화. 넥타이를 풀고, 진심을 입다.


성운그룹 전략기획본부의 아침은 평소보다 더 소란스러웠다.

오늘은 성운그룹이 야심 차게 준비한 신규 호텔 외식 브랜드의 '최종 프레젠테이션'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원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어제까지 책상을 지키던 막내 신입사원 '한연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박 대리님, 한연호 씨 오늘 무단결근인가요? 본부장님도 아침부터 안 보이시고..."

"글쎄, 요새 본부장님이랑 분위기 묘하더니 드디어 사고 친 거 아냐?"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고 강태준 본부장이 위풍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

평소보다 더 날카로운 슈트 핏이었지만, 그의 곁에는 늘 붙어 다니던 '안경 쓴 미소년 직원'이 없었다.


"오늘 프레젠테이션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기획자가 직접 진행하겠습니다."


태준의 소개와 함께 회의실 문이 다시 열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그곳에는, 짧은 가발을 벗어던지고 단정한 긴 머리를 묶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한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는 남동생의 헐렁한 슈트 대신, 몸에 딱 맞는 세련된 화이트 오피스 룩을 입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전략기획팀 신입사원,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의 메인 메뉴 기획을 맡은 한연우입니다."

사무실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습니다. 박 대리는 들고 있던 펜을 떨어뜨렸고,

오 대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저... 저 얼굴, 한연호 아냐?!" "여자였어? 세상에, 본부장님이랑 그 소문이 그래서...!"


연우는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완벽하게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셰프로서 쌓아온 현장의 감각과 태준 곁에서 배운 비즈니스 전략이 합쳐진 최고의 기획안이었다.

박수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태준이 연우의 옆으로 다가와 섰다.


"질문이 많으실 줄 압니다. 한연우 씨는 사라진 남동생을 대신해 잠시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었습니다.

사적인 사정이 있었지만, 그녀가 보여준 업무 능력과 기획력은 우리 성운그룹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임을 증명했습니다."


태준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연우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또한, 저 강태준의 개인적인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채용 과정에서의 혼선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하지만 이 유능한 기획자를 놓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태준의 파격적인 고백과 공식적인 커밍아웃에 회의실은 환호와 경악으로 뒤섞였다.

태준은 당황해하는 연우를 보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이제 붕대 감지 마. 숨 쉬기 힘들잖아."


[에필로그: 85도의 연애 방정식]


몇 달 뒤, 연우는 이제 성운그룹의 정식 '메뉴 기획 팀장'으로 승진했다.

남동생 연호는 무사히 돌아와 태준의 지원 아래 팀내에 업무를 시작했다.


오후 3시. 연우는 습관적으로 85도의 온도를 맞춘 커피 한 잔을 들고 본부장실 문을 두드렸다.

이제 그녀의 손등에는 셰프의 굳은살 대신, 태준이 선물한 반짝이는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본부장님, 커피 가져왔습니다."


태준은 서류를 밀어놓고 연우를 끌어당겨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팀장님, 이제 커피 말고 다른 서비스를 받아야겠는데."

"업무 시간이에요, 강태준 본부장님."


연우가 웃으며 밀어냈지만, 태준은 그녀의 허리를 꽉 안으며 고개를 목덜미에 묻었다.


"한연호일 때보다 한연우일 때가 훨씬 더 향기롭네. 셰프님, 오늘 저녁 메뉴는 뭐야?"

"음...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나라는 이름의 메인 요리?"


태준의 웃음소리가 본부장실에 가득 찼다.

남장 여자의 좌충우돌 사기 입사극은, 그렇게 가장 완벽하고 달콤한 '연애 방정식'의 정답을 찾아내며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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