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사인하던 날, 나는 다시 시작했다

절망은 끝이 아니라 방향이었다

by 얼웨즈 Always
인생은 용기를 내는 사람의 편에 선다


해병대 훈련을 마친 아들의 수료식을 앞둔 날, 전자책 출간 승인 메일을 받았다. 좌절과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계약서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명서였다. 오십 후반의 도전은 그렇게 또 하나의 수료를 맞이했다.




아들의 해병대 수료식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새벽에 포항으로 출발해야 했기에 업무를 일찍 마치고 귀가했다. 분주하게 가방을 챙기며 빠진 것은 없는지 확인하던 중, 휴대전화에 메일 알림이 떴다.


전자책 제작 플랫폼 e퍼플에 투고했던 원고가 승인되었으며, 제작을 위해 계약서를 확인하고 서명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 문장은 짧았지만, 그 안에는 몇 달간의 시간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탈자를 잡기 위해 밤을 새우고, 문장을 고쳐 쓰며 스스로를 의심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이 나이에 무슨 도전이냐’는 마음속의 목소리와 싸우며 원고를 다듬어 왔다.


원고 등록을 마친 바로 다음 날, 노트북이 고장났다.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원본 파일은 복구할 수 없었다. 화면이 꺼진 자리에는 공백만 남았고, 그동안의 노력이 사라진 듯한 상실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원고를 등록해 둔 상태였기에 최소한의 결과는 남아 있었다. 하루 차이였다. 그 하루가 모든 것을 갈랐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준비와 실행은 우연을 기회로 바꾼다는 사실을.


“성공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고, 실패는 치명적인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할 용기다.”
— 윈스턴 처칠


이 문장은 단순한 격언이 아니었다. 고장 난 노트북 앞에서, 좌절을 선택할지 계속할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나는 계속하기로 했다.


새로 마련한 PC에 첫 문서를 저장하며, 습관을 바꾸었다. 수시로 백업을 했다. 실수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실패를 교훈으로 남기지 못한다면, 그것은 진짜 실패가 되기 때문이다. 그 컴퓨터에 처음 저장한 파일 이름은 ‘희망’이었다.


아들의 수료식과 나의 출간 계약은 우연히 같은 시점에 놓였다. 아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견디고 한 단계 성장했고, 나는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견디며 한 문장을 완성해왔다. 서로 다른 자리였지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훈련을 마친 셈이었다.


“절망 속에서도 별을 바라보라.”
— 오스카 와일드


노트북이 멈춘 순간은 분명 절망이었다. 그러나 그 사건은 내가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사라질까 두려웠던 것은 파일이 아니라, 다시는 도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었다.


오십 후반은 더 이상 늦은 나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선택의 책임을 스스로 지는 나이였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고, 환경을 핑계로 미룰 수도 없는 시기. 그래서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나는 단지 출판 절차를 진행한 것이 아니었다. ‘계속 쓰겠다’는 다짐에 이름을 적은 것이었다. 그 서명은 과거의 나와 결별하는 표시이자, 앞으로의 나에게 보내는 약속이었다.


아들의 수료식이 끝나면 그는 다시 새로운 임무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한 권의 전자책 출간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삶을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삶을 더 치열하게 살아내겠다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노트북은 고장날 수 있다. 계획은 어그러질 수 있다. 그러나 방향까지 잃을 필요는 없다. 절망은 멈추라는 신호가 아니라, 다시 점검하라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오십 후반의 도전은 특별하지 않다. 다만, 멈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는 이제 안다. 희망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은 하루의 축적이라는 것을.


계약서에 사인하던 날, 나는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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