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에서 있었던 일
왁자지껄한 대학교 MT 현장.
늦은 밤까지 나름의 멤버십 트레이닝이 한창이다.
술 마시는 애들, 보드게임하는 애들, TV 보는 애들, 수다 떠는 애들, 일찍 꿈나라로 간 새 나라의 친구들까지.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유정아, 나가자!’
민철이 한 여학생을 향해 은밀하게 신호를 보냈다.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신호를 받은 유정이 자연스레 자리를 뜬다.
얼마 후,
“아, 여기 너무 덥네. 잠깐 바람 좀 쐬고 와야겠다.”
민철도 탈출 성공!
민철과 유정, 둘은 비밀 CC다.
“어우, 우리 유정이 많이 기다렸지? 일로 와. 오빠가 안아줄게.”
“하지 마. 누가 보면 어쩌려고?”
달라붙는 민철을 밀어내며 유정이 말했다.
“해은이한테 아직 너랑 사귄다고 말 안 했단 말이야.”
해은은 유정의 절친, 민철을 짝사랑 중이다.
그렇게 고민 상담을 많이 해줬는데, 어쩌다 보니 민철과 자신이 연인이 되어버려 도저히 해은에게 고백할 수 없었다.
“그랬구나. 우리 그럼 조용한 데 가서 데이트나 할까? 저기는 아무도 안 올 것 같은데?”
민철은 불빛 하나 없는 나무숲을 가리켰다.
“저기는 너무 캄캄한데?”
“그러니까 아무도 안 오겠지. 오빠 못 믿어?”
유정은 민철의 보호를 받으며 칠흑 같은 나무숲으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자, 이제 여기까진 아무도 안 올 것 같은데.”
“뭐 하려고?”
“뭐하긴? 뽀뽀해야지!”
“싫어!”
“일로 와.”
그렇게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어 가는데.
‘스슥... 스슥.. 샥.. 스슥..’
“무슨 소리 안 들려?”
유정이 민철을 밀어내며 말했다.
“음? 무슨 소리?”
“잘 들어봐. 저기서 소리 났잖아.”
칠흑 같은 어둠 속. 유정의 손가락이 한 곳을 지목했다.
“잠깐만, 누가 있는데?”
무언가 발견한 유정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모자를 눌러쓴 검은 그림자, 삽으로 땅을 파는 것과 같은 이상 행동, 무언가 중얼거리는 소리.
깊은 밤, 불빛도 없는 곳에서.
이건 너무나도 비정상적이었다.
“나 너무 무서워. 민철아, 돌아가자.”
잔뜩 겁먹은 유정이 민철의 팔을 끌어당겼다.
“잠깐만. 뭐 하는지는 알아보고 가야지.”
반면 민철은 호기심이 생겼다. 체육학과 에이스답게 체력적으로는 자신 있었기 때문에.
‘스슥... 탁!... 퍽... 탁...’
이번에는 어딘가에 불규칙적으로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중얼거리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하지만 워낙 캄캄하고, 거리가 멀어 좀처럼 알 수 없었다.
“안 되겠다. 유정아, 우리 조금만 더 가까이 가보자.”
두 사람은 검은 형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아주 조용하게 그곳으로 다가갔다.
최대한 몸을 숙이고, 다음 엄폐물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뎠다.
“민철아, 나 더는 안 되겠어. 다리가 너무 떨려.”
유정이 거의 울먹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띠로당땅 띠로리로~♪ 띠로당땅 띠로리로~♪’
유정의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고, 그것과 동시에 검은 형체가 정확하게 유정과 민철을 발견했다.
희미하게 그의 얼굴이 보인다. 그는 웃고 있다.
“에이, X 됐다. 유정아, 뛰어!”
민철이 유정의 손을 잡고 냅다 뛰었다.
검은 형체는 무슨 말을 중얼거리며, 그들을 바짝 추격했다.
“아악! 민철아…!”
공포로 굳어버린 유정의 다리가 접질려 넘어졌다.
“유정아, 괜찮아?”
유정을 부축하기 위해 다가가는 민철.
그 순간, 검은 형체가 쏜살같이 달려와 그들에게 도달했다.
“헥헥.. 거 학생! 좀 기다려보라고..”
그는 굉장히 숨이 찬 듯 헐떡이고 있었다.
“내가.. 휴대폰을 잃어버렸거든.. 불 좀 비춰줄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네?”
민철과 유정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 내가 음식물 쓰레기를 땅에 묻다가.. 휴대폰을 떨어뜨려버렸거든... 밤에 무슨 일인가 싶겠지만서도, 냄새가 웬만큼 지독해야지.. 아이고.. 허리야...! 그나저나 젊은 학생들... 달리기 한번 빠르네그려...”
그제야 얼굴이 보인다.
“펜션 사장님…?”
민철과 유정은 비로소 안도했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친구들에게 이 에피소드를 들려준다면 두고두고 놀림거리가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