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치는 일이 커리어가 될 때
2026년을 맞이하며 남겨진 인연들을 돌아보았다.
카카오톡 친구와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들을 쭉 살펴보고, 소셜미디어에 등록된 친구들도 훑어보다가 문득 -
여전히 후배들과는 연락하지만, 보스들과의 관계는 다소 건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5년 가까이 조직에 몸담아 있었으면서도, 조직형 인재는 아니었던걸까? 하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상사의 안녕보다 팀원의 성장을 더 우선시했던' 리더였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조금 더 냉정하게 돌아보면, 나는 상사를 관리하고 유대감을 쌓는 일들을 짜치는 일이라 치부하며 외면해온게 아니었을까.
꼬마 점장이었던 시절부터 떠올려봐도, 나의 리더십 스타일에는 묘한 온도 차가 있었다.
팀원들이 실수를 하면 배우는 과정이라며 감싸 안았지만, 동료나 상사의 실수에는 타협 없는 높은 기준을 들이댔다.
날 선 피드백을 주저하지 않았고, '프로라면 당연히 이래야 한다'는 엄격함으로 상대를 대했다.
후배들과는 시시콜콜한 고민부터 일상의 농담까지 나누는 정서적 노동을 기꺼이 감내했다.
두, 세시간씩 후배들이 하는 하소연도 들어주고 술도 사주며, 언제든 기꺼이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상사에게는 업무 외에 살가운 스몰토크를 잘 못했다.
팀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맥락 설정에는 능숙했지만, 상사라는 이해관계자에게는 그 에너지를 쓰지 않았던거다.
나에게 상사란 함께 어울리는 대상이라기보다, 결과로만 증명해야 하는 냉정한 평가자라고 생각했던 것.
그래서인지 회사에서는 다들 잘 지냈지만,
팀을 옮기거나 다른 회사로 옮기면 결국... 상사와는 친구가 되지는 못했다.
좋은 친구로 남고 싶은 인연들도 참 많았는데 아쉽다는 생각도 들면서,
감히 내가 어떻게 하늘같은 보스와 친구가 될까 하는 생각도 여전하다.
상사를 어떻게 관리해야할지 ‘상사’, ‘보스’, '리더' 등으로 검색해서 책도 엄청 읽어보고 HBR 아티클도 보고, 유투브도 찾아보며 이 난관(?)을 좀 헤쳐나가려 했다.
보스와의 친밀한 관계는 결코 비굴한 정치질이 아니라 당연히 조직 적응력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전략으로 재정의하고 내 틀어박힌 생각을 좀 조절해보려 했다.
그래서 시간이 좀 지난 지금의 나는 예전과 다르게 행동하려 노력한다.
시간 낭비라 생각했던 짧은 스몰토크가 상사의 불안을 낮추는 투자임을 인정하고 먼저 안부를 묻는다.
내 방식의 보고가 아니라 상사의 언어로 '맥락'을 번역해서 전달한다.
팀원에게만 쏟던 에너지를 상사에게도 배분하는 것, 이것 또한 리더인 내가 감당해야 할 자기 인식의 확장임을 배운다.
내가 저부가가치라 무시했던 그 소소한 소통의 기술들이, 결국 리더십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마지막 조각이 된다.
결국 리더십도 태도의 문제라면, 나는 오늘 상사에게 어떤 태도를 번역해서 전달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