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찾는 인간이해 #11>
리더십을 다루는 많은 고전은 대개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어떻게 사람을 통제하고 조직을 장악할 것인가.
한비자는 엄격한 법과 통치 원리로 신하를 다스리라 말하고,
마키아벨리는 때로는 사자처럼 두렵게, 때로는 여우처럼 영리하게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당 태종과 신하들의 대화를 엮은 정관정요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
“리더는 어떻게 자기 자신으로부터 조직을 지켜낼 것인가.”
정관정요가 말하는 조직 운영의 핵심은
리더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독단을 막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있다.
조직이 무너지는 가장 흔한 징후는 리더의 주변에 예스맨만 남는 순간이다.
리더가 똑똑할수록, 그리고 강력할수록 아랫사람은 점점 입을 닫는다.
정관정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황제인 당 태종이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다.
“나의 허물을 반드시 지적하라.”
그리고 위징과 같은 신하는 목숨을 걸고 황제의 실정을 비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 태종의 개인적인 인품이 아니다.
그는 단순히 비판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비판하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을 조직 운영의 원칙으로 만들었다.
리더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오류를 바로잡는 간언을 제도처럼 운영한 것이다.
이것은 리더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조직 전체의 판단력을 높이는 가장 고단수의 리더십이다.
정관정요에서 자주 등장하는 또 하나의 화두가 있다.
창업과 수성.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왜 더 어려운가?
창업의 시기에는 모두가 긴장한다.
공동의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힘을 합친다.
하지만 조직이 안정되는 순간
리더의 마음속에는 교만과 안일함이 자라기 시작한다.
조직이 커지고 안정될수록 리더는 자신의 성공 경험에 갇히기 쉽다.
이때 리더가 싸워야 할 대상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자신 안에서 자라나는 오만함이다.
정관정요가 말하는 수성의 리더십은 결국 지속적인 자기 검열이다.
어제의 성공이 오늘의 실패 원인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조직의 관성을 의심하는 태도다.
당 태종은 이런 말을 남겼다.
구리를 거울로 삼으면 의관을 바로잡을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신의 득실을 알 수 있다.
리더에게 조직원은 단순히 일을 시키는 대상이 아니다.
리더 자신의 상태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만약 조직원들이 눈치를 보며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조직원의 문제가 아니다.
리더라는 거울에 먼지가 쌓였다는 신호다.
정관정요에서는,
리더십이란 타인을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 나를 끊임없이 닦아내어
조직 전체의 시야를 맑게 유지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조직의 시야도 함께 맑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