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땜과 경고
액땜(厄땜)
명사
앞으로 닥쳐올 액을, 다른 가벼운 곤란으로 미리 겪음으로써 무사히 넘김.
나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그리고 25년의 마지막 날, 사고가 났다.
상대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픽시 자전거를 타던 중학생이었다.
나는 머리를 바닥에 세게 부딪혔고, 사고 직후의 상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난생처음 교통사고라는 걸 겪었고, 난생처음 응급실에도 가보고 CT도 찍어봤다.
다 지나고 보니, 나는 제법 크게 다쳤지만
그래도 아이가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12월 31일에 난 사고라 그런지, 시사하는 바가 크게 느껴진다.
이건 26년에 내가 정말 멋있어지고, 괜찮아지기 위한 일종의 ‘액땜’일까?
아니면 그냥
이제 정신 좀 차리라는 신의 강력한 ‘경고’일까.
경고(警告)
명사
앞으로 닥쳐올 위험을 미리 알려 주어 조심하게 함.
12월에는 유독 신을 많이 찾았다.
그녀가 만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길,
둘이 헤어지길,
그리고 결국 다시 내게 돌아와 주길
그런 기도를 자주 했다.
‘그 사람이 불행하길’ 같은 극단적인 바람까지는 아니었지만,
못난 기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서 이번 사고가
“이제 그만하고 놓아주라”는 신의 경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이 모든 건 그냥
사건사고에 의미를 씌우고 있는
어리석은 나 혼자뿐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의 나는
그 의미 부여라는 것 하나만으로
겨우 삶을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