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사전적 정의
어른들은 말한다. 겸손이 미덕이라고, 그래서 진정한 의미에서 겸손을 깨달토록 가르친다.
"네가 진짜 잘해도 가끔은 잘 못한다고 말해라"
"칭찬 받으면 '아닙니다.' '과찬이십니다.'라고 대답해라"
"사양과 낮춤이 곧 미덕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어느때나 늘 진실일까?
이번 시간에는 겸손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파악해본다.
가장 공신력 있는 매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겸손을 이렇게 정의했다. '나를 내세우지 않고, 남을 존중하는 행위'
해당 정의만 봐도, 우리는 겸손의 의미를 상당부분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먼저 첫 번째 부부인 '나를 내세우지 않는 행위'는 사실, 내가 낮아져야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우리는 '나를 깎아 내리는 행위'와 '나를 내세우지 않는 행위'를 오인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상당 부분 나를 포함한 어른들이 겸손의 의미를 그릇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사실, 나를 깎아내리는 것만큼 확고하게 나를 드러내지 않는 방법은 없다. 사람은 때로 가만히만 있어도 오해를 받는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자꾸만 나를 깎아내리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가까울 수도 있다. 또한 아까 말했듯 보는 입장에서도 상대방이 '잘 하는' 행동에 대해 질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를 내세우지 않는 대신 나를 깎아 내리며 확실한 방식으로 겸손을 표현하곤 한다.
여기에도 역시 중요한 지혜가 담겨있다. 겸손의 반대 정의는 교만이나 거만 같은 것들이 있다. 잘난체하고 뽐내는 것을 교만이라고 본다. 신기하게도, 둘 다 교만할 교, 교만할 만, 거만할 거, 거만할 만자를 쓰고 있다. 교만이란, 그 자체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신기한 단어다. 이런 단어들의 뿌리깊은 속성을 보자면, 의미를 분해하지 않아도 우리 마음 속에서 깊이 자리잡고 있는 내제된 특성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교만의 의미를 제대로 보면, 잘난체를 의미하고, 거만의 의미는 상대를 업신여기는 행위, 즉 자기보다 아래라거나, 상대방의 말과 행동, 혹은 남긴 것을 깎아 내리는 인식을 뜻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그토록 싫어하는 겸손의 반댓말은 나를 드러내고 남을 깎아내리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즉, 나를 드러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남을 존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깊은 통찰을 얻게 됐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릴까. 교만이 침묵이라니. 전혀 상관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래 내용들을 보면 공감되는 지점들이 있을 것이다. 사전적 정의를 넘어 파생되는 세 가지 정의에 대해 더 알아보자.
인정받아야만 일하는 사람이 있다.
인정받지 않아도, 침묵을 유지하고, 자기 일을 하는 사람. 곧 말로써 나를 드러내려하지도 않고, 행위로써도 그러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할 뿐이다. 그래서 그저 그런 침묵의 유지일뿐 아니라, 그 침묵 속에는 건드리기조차 어려운 단단함이 묻어 나온다.
그래서 겸손한 사람은 칭찬을 통해 일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 자신의 동기, 스스로와 다툼을 통해 성장한다. 그래서 겸손한 사람의 성장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드러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응석이 아닌, 바위같은 묵직함 속에서 진정한 겸손이 나온다. 이 바위같은 묵직함은 고독한 반복을 만들어낸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이 자신의 거울을 바라보기 때문에 상대적이기보다 절대적이고, 그런 절대적인 기준을 통해 자신을 늘 평가한다.
'오늘 내가 지키기로했던 일을 다 마쳤는가' '오늘 하루 포기하지 않고 내가 계획했던 하루를 살았는가' 이런 지표들을 보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진짜 겸손한 사람이고, 어른들이 말했던 것을 다른 의미에서, 또 진정한 의미에서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동시에 겸손은 실천이기도 하다.
겸손한 사람은 남과 나를 분리하여 생각한다. 남이 성실하고 열심히, 그리고 잘 하고 있다면 굳이 상대를 비꼬거나 내리지 않는다. 자신이 그 사람보다 높을 이유도 없기 때문에 SNS로부터도 상당히 자유롭다. 다른사람의 교만이나 거만을 오히려 칭찬할 수 있다. 이는 앞에서 말한 단단함과도 관련이 있다.
이런 객관성은 상대를 자연스럽게 존중하는 행위이며, 나를 드러내지 않는 행위다. 다른 사람이 "나 이거 잘했지"하고 칭찬을 요구할때, 특별히 '나도 이거 잘했는데'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겸손한 사람들은 칭찬을 받을 때도, 특별히 거절하지 않는다.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순간. 오히려 상대의 통찰과 인정을 무시하는 발언이 된다는 것을 안다. 오묘한 차이지만, 사양의 언어가 남기는 불쾌의 감정이 있다. 그래서 겸손은 거절과 부인이 아닌 "맞아요" 내지는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같은 존중만을 남긴다.
칭찬에 움직이지 마라, 비난에 흔들리지 마라
묵묵히 자신의 일을 반복하고, 누군가 나를 알아봐 줄때까지 기다리라
상대를 깎아내리지 말고, 나에게 찾아온 기회를 인정하라
그리고 그 은인에게 고마움을 표시해라.
이것이 시대를 통과하여 우리에게 남기는 진짜 겸손이다.
멋진 글로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가 rebirth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