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을 지으며, 다시 시작될 한 땀을 위하여
처음 바늘을 잡고 조각천들을 마주했을 때, 이 작은 조각들이 모여 누군가의 어깨를 덮어줄 커다란 이불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손끝에 집중하며 한 땀 한 땀 나아가는 그 시간이 좋아 시작한 바느질이 어느덧 제 인생의 지도가 되고, 신앙의 고백이 되며, 사랑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말 없는 편지가 되었습니다.
지난 20편의 글을 정리하는 과정은 제 삶의 궤적을 다시 한번 퀼팅하는 시간과도 같았습니다. 아팠던 기억의 조각은 단단한 바탕천이 되어 주었고, 기뻤던 순간의 조각들은 화사한 무늬가 되어 글 사이사이를 채워주었습니다. 때로는 바늘에 찔려 아픈 날도 있었고, 실이 엉켜 다 뜯어내고 다시 시작해야 했던 막막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방송통신고 어르신들이 제게 가르쳐 주셨던 '자투리 천의 미학'을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우리 중 누구도 처음부터 완벽하고 반듯한 원단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부족하고 모난 조각들이 서로의 곁을 내어주고 온기를 나누었을 때, 우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명작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제 글이, 그리고 제 작품들이 독자 여러분께 그런 작은 위로가 되었기를 소망합니다.
이제 이 에세이집의 마지막 매듭을 짓습니다. 하지만 바느질의 매듭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조각을 이어 붙이기 위한 준비이기도 합니다. 비록 손마디는 조금 굵어지고 눈은 침침해졌지만, 저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저만의 '인생 퀼트'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때로는 등대가 되어 아들의 앞길을 비추고, 때로는 보름달이 되어 주변에 빛을 나누며, 기도하는 자의 숙명을 기쁘게 이어가려 합니다.
여러분의 인생이라는 귀한 원단 위에도 아름다운 무늬들이 가득 수놓아지길 기도합니다. 시련의 계절을 지나고 있다면 곧 다가올 결실의 9월을 믿으시고, 홀로 외롭다 느껴질 때는 누군가 당신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간절히 기도하고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그동안 저의 서툰 바늘땀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가 올 새해,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따뜻한 차 한 잔 같은 '피파'가 되어, "덕분에 올 한 해도 행복했습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평온한 날들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귀한 인연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