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문득 화가 났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 글에서도 이미 이야기했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근데 사회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네가 삶을 충만히 살지 못하는 이유는 '노오력'이 부족해서라고 계속 말하는 것 같다.
내가 삶을 '충실히' 살지 못하는 이유는 정말 '열심히' 살지 않았기 때문일까?
왜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해도 안되는 게 있다'는 말을 하면서 동시에 '네가 지금 불행한 것을 사회나 구조와 같은 탓으로 돌리는 건 잘못된 거야!'라고 말하는 걸까?
나도 한 때는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봤지만 그것과 내 삶이 행복해지는 것에는 솔직히 말하자면 별 관련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주판을 아무리 열심히 튕겨도 계산기에 안되는 것처럼, 삽으로 아무리 땅을 파내도 포크레인 '딸깍'에 안되는 것처럼, 부산행 열차를 열심히 타러간다고 서울에 갈 수 없는 것처럼
분명히 '열심히'가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왜 화가날까? 나도 아직 그 '노력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패배주의자, 비관주의자로 비춰질까 두려워서, 분명 내 잘못만은 아닌 것 같은데 구조적 환경적 문제는 어쩔 수 없으니까, 뭐 그런 이유들로 결국엔 화살이 나로 향하게 될 때가 많다. 그래서 화가 나는 것 같다.
내가 싫고 분노하는 것은, 열심히 사는 것 그 자체라기보다는 타의에 의한 '열심히'이다.
그리고 나는 '어른이라면 하기 싫은 일도 열심히 해야한다.', '뭐든지 열심히 하면 결국 남는 게 있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언제가 될지 몰라 불안하지만, 분명한건 이제 하기 싫은 일은 AI가, 로봇이 대신해 줄 세상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보라는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이야기를 할지 모른다. 클릭 한 번이면 끝날 계산을 주판으로 열심히 계산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결과보다 과정을 보는 건 그런 일에 적용되는 일이 아닐텐데?
주저리 주저리 화가 잔뜩 나서 쓴 글이다.
엄밀히 따지면 사실 그 누구도 나에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강요한 적이 없다. 설령 강요했다고 할지라도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자유가 있다.
그런데도 화가 멈추지 않는 건 결국엔 내 내면에서 계속 앞으로 변화할 세상에 대한 기대보다는 끊임없이 어디선가 주입된 '열심히 살아야 한다.', '지금 네가 불안한 건 열심히 살지 않아서이다.'같은 목소리가 멈추지 않아서이다.
차라리 질문에 명확한 답이라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라도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