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도의 비용 : 타인의 얼굴

절제와 엄격함을 밖으로 꺼내야 했던 날

by Lila

상대를 몰아붙이는 순간, 말의 속도는 빨라지고 문장의 끝은 단단히 닫힌다. 표정을 지운 채 눈빛을 고정하면 약점을 읽는 감각이 서늘하게 켜진다. 상대가 피하려는 지점을 찾아내어 서면으로 못을 박는 일. 시공 불량과 재시공 검토, 확답을 요구하는 문서들 앞에서 나는 내키지 않는 마음을 덮어두고 가장 날카로운 언어를 골라야 했다.


어려운 건 문서를 작성하는 기술이 아니었다. 내 안의 유연함을 접고 절제된 엄격함을 '연기'해야 하는 불편함이었다. 단단함을 증명하기 위해 부드러움을 희생해야 하는 순간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공기와 눈빛은 본래 나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잠시, 나에게 없는 톤을 빌려 입었다.


결과는 남았으나 비용 또한 선명했다. 에너지는 소모된 것이 아니라 낯선 마찰로 과열되었다. 뻣뻣해진 목 뒤를 만지며 깨닫는다. 오늘의 피로는 노동 시간이 아니라, 낯선 태도를 유지해야 했던 긴장에서 왔음을.


오늘을 잘했다고도, 힘들었다고도 정의하지 않기로 한다. 일을 끝내는 방식이 곧 삶의 방식은 아니기에. 임무를 위해 잠시 날 선 각도로 서 있었을 뿐이다. 이제 남은 건, 틀어진 그 각도를 다시 내 쪽으로, 가장 편안한 쪽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이 기록은 혼자가 아니다.

같은 톤의 글이 매거진 〈마음의 각도를 풀다〉에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