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실험과 카사노바의 오디세우스 계약
카사노바의 생존심리학
by 카사노바의 생존 심리학 Mar 18. 2026
카사노바의 생존심리학
마시멜로 실험을 아는가? 심리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들어봤을 유명한 실험이다. 1968년 월터 미셸(Walter Mischel)이라는 심리학자가 3~5세 정도의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마시멜로의 유혹을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어릴 시절의 인내심, 즉 의지력의 정도가 성인이 된 이후의 사회적인 성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실험의 결과는 정말 놀라웠다. 마시멜로의 유혹을 이겨낸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월등히 높은 사회적인 성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뉴질랜드의 아이들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32세가 될 때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가 정말 흥미롭다. 이 연구에서는 마시멜로보다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의 의지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마시멜로 실험과 마찬가지로 어릴 적 의지력 점수가 높았던 아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거의 모든 방면에서 의지력 점수가 낮았던 아이들을 압도했다. 반면 의지력이 낮았던 아이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 알코올이나 마약에 빠지기 쉬웠고, 저축도 거의 하지 않았으며, 10대 때의 성적인 유희로 편모나 편부로서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어린 시절의 의지력은 성인의 사회적인 성공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이는 바로 앞에서 설명한 미토콘드리아 ATP와 관련지어서도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하다. 앞장에서는 우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ATP가 한정되어 있다고 했다. 또한 ATP가 부족하면 의지력 또한 약해진다고도 했다. 과거 마시멜로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 또한 성인처럼 하루에 쓸 수 있는 ATP가 한정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ATP는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의 성공과 실패를 어떻게 갈랐을까? 유혹을 못 이긴 아이들은 자신의 ATP를 눈앞에 있는 마시멜로 하나를 먹은 후에 느끼는, 순간적인 만족감에 모두 써버렸던 것이다. 반면 유혹을 이긴 아이들은 15분만 기다리면 맛있는 마시멜로를 1개 더 먹을 수 있다는, 즉 미래의 만족을 위해 아낀 것이다. 이처럼 두 그룹의 아이들을 가른 결정적인 차이는, 순간적인 충동을 참는지와 그렇지 못한 지에 따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의지력에 따른 ATP의 실체인 것이다.
이쯤에서 나는, 이 마시멜로 실험에 따른 의지력의 차이를 카사노바라는 남성에게 접목하여 설명하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카사노바의 의지력은 어떨까? 잘 알다시피, 카사노바는 순간적인 유희를 위해 수많은 여성에게 트라우마를 남긴다. 따라서 단 한 명의 여성으로는 도저히 매력을 못 느끼는 카사노바라는 남성은 분명 의지력이 약하다고 봐야만 한다. 그런데 내가 수없이 지켜본 여러 카사노바에게는 또 하나의 치명적인 습관이 있었다. 바로 낭비벽이었다. 외부로 나타나는 우리의 수없이 많은 행동들은 사실 두뇌 전전두엽에서 담당하는 의지력 하나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카사노바가 여성에게 금방 싫증을 느낀다는 것과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주머니에 들어온 돈을 바로바로 써버리는 낭비벽 모두 의지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지금껏 내가 만났던 거의 모든 카사노바들이 그러했다. 카사노바는 화려한 젊음이 사라져 버린 중년에 모두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물론 개중에는 돈이 많은 평범한 여성을 만나 몰래 불륜을 하는 한심한 카사노바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들 또한 무절제한 유희로 대부분 몸이 망가져 버린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의지력 ATP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만일 카사노바 남성이 어렸을 때 마시멜로 실험을 했다면, 분명 그 자리에서 마시멜로를 먹어치운 후, 더 많은 마시멜로를 내놓으라고 난동을 피웠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에 형성된 의지력은 거의 불변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어린 시절의 경험이 성격과 삶의 방향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한 프로이트의 생각이 맞는 것도 같다.
그렇다면 의지력이 약한 사람들은 그냥 이대로 한심하게 살아야만 할까? 다행히 아주 좋은 사례가 있다. 바로 나(필자)다. 확실히 나는 카사노바적인 대단히 충동적인 인간이다. 어릴 때부터 의지력(자제력)이 대단히 부족해 학교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다). 공무원이 된 이후에도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여러 바보 같은 연애로 가족들을 힘들게 했다. 이러던 내가 어느 날 친척의 권유로 가족들과 소위 ‘오디세우스 계약(Odysseus contract)'을 체결하게 된다.
오디세우스 계약에 대해서는 들어봤을 것이다.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귀향하는 길에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자신을 돛대에 단단히 묶어라고 지시한다. 즉, 미래에 유혹에 넘어갈 자신의 모습을 예상하고 미리 자신을 묶어 둔 것이다. 20년 전부터 내가 가족들과 맺은 계약이 바로 이 오디세우스 계약이다. 여느 카사노바들처럼, 나 역시 낭비벽이 심하다. 따라서 나는 힘들게 일해 번 돈을 엉뚱한 곳에 낭비하지 않기 위해 나의 월급통장을 형에게 맡기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에도 나의 위치를 가족들에게 실시간 알리는 앱을 깔아 두어, 이상한 유희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단속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오디세우스 계약을, 의지력이 약한 자녀를 둔 부모들 역시 꼭 해보기를 권한다. 아무리 예전과 달리 부모가 자녀를 구속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구속을 당한 자녀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회적으로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오디세우스 계약을 통해 자녀에게 강제로 이식되는, 일종의 프로이트의 초자아와도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