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지옥과 두뇌 뉴런(neuron)의 양자 얽힘

카사노바의 신비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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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의 모든 생각에는 고유한 진동이 존재한다. 그 비밀은 바로 두뇌 속 신경세포, 뉴런에 있다. 비록 우리가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매 순간 우리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에는 각각의 고유한 진동이 있다. 이는 매우 당연한 일이다. 이유는 바로 뉴런의 구조 때문이다. 뉴런은 신경세포체(cell body)와 수상돌기(dendrite), 축삭돌기(axon) 등으로 이루어진 정교한 구조를 지닌다. 이러한 뉴런들은 가까운 다른 뉴런들과 시냅스(synapse)라는 부위를 통해 서로 연결되며, 이 연결을 통해 우리의 ‘생각’이 발생한다. 결국, 우리가 매 순간 떠올리는 모든 생각의 근원은 바로 이 뉴런에 있다. <그림 8-2>는 이러한 뉴런들이 서로 어떻게 신호를 주고받는지를 보여준다.


두뇌 속 뉴런들은 전기화학적인 방식으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하나의 뉴런 세포체에서 발생한 전기적 신호는 축삭돌기를 따라 축삭 말단까지 이동한다. 이러한 전기적 신호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나트륨 이온(Na⁺)과 칼륨 이온(K⁺) 때문이다. 본래 뉴런의 세포체 내부는 전기적으로 음(-)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외부 자극을 받으면 나트륨 이온이 나트륨 채널을 통해 세포 내부로 유입된다. 이 과정에서 뉴런 내부의 전기 상태는 음(-)에서 양(+)으로 변화하며, 그 결과 세포체 내부의 전위가 약 -70mV에서 -50mV로 상승하면서 활동 전위(action potential)가 발생한다. 이때 세포 내부의 이온들은 마치 당구공이 서로 충돌하듯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며 이동한다. 이렇게 축삭을 따라 전달된 전기적 신호는 축삭 말단에서 다시 화학적 신호로 전환되어 다른 뉴런의 수상돌기로 전달된다. 그런데 이 화학적 신호 역시 축삭 말단에 존재하는 칼슘 이온(Ca²⁺) 채널이 전기적 신호를 감지하면서 시작된다. 결국, 우리 두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인 뉴런들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전기(electricity)라는 에너지를 끊임없이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전기가 존재하는 곳에는 반드시 함께 발생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자기력(magnetic force)이다. 과학 시간에 앙페르 법칙과 패러데이 법칙을 배웠다면 전자기력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전기가 흐르는 곳에는 필연적으로 자기력이 함께 발생한다. 이를 전자기력(electromagnetic force)이라고 한다. 전자기력에는 인력과 척력이 존재하며, 이 두 힘의 상호작용으로 진동(vibration)이 발생한다. 따라서 뉴런들 사이에서 전기적 신호가 전달되는 과정에서는 전자기력에 의한 진동이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뇌과학자인 미겔 니코렐리스(Miguel Ângelo Laporta Nicolelis)는 자신의 책 『뇌와 세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19세기 초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가 발견했듯이, 전류는 자기장을 유도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변화하는 자기장 역시 전도체에 전류를 유도한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서 나는 우리 뇌에 존재하는 모든 백질의 루프들이 단순히 전기를 전도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수많은 뉴런 전자기장으로 뇌 전체를 감싸고 있을 것이라고 추론하기 시작했다. 내가 겉질 구조물과 겉질 아래 구조물들을 연결하는 백질을 ‘생물학적 솔레노이드’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뇌와 세계』 중 ―


회색질들 사이를 연결하는 부위인 백질을 ‘생물학적 솔레노이드(solenoid)’라는 표현으로 설명한 점이 인상적이다. 니코렐리스의 말처럼, 전기가 존재하는 곳에는 필연적으로 자기력이 발생한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뇌 기능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구축할 때 마주하게 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방대한 겉질 조직들이 서로의 상호작용을 정교하게 동기화하여 기능적 연속체를 형성하고, 그 결과 뇌가 일상적인 모든 주요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뇌의 백질 루프, 즉 뇌의 다양한 부위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 생물학적 솔레노이드에서 잠재적인 동기화 메커니즘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솔레노이드는 전류가 흐를 때 전자석으로 작동하는 루프다. 내가 보기에 우리 뇌에는 이러한 솔레노이드가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질문한다. ‘백질 다발을 통해 이동하는 활동 전위가 만들어내는 자기장은 과연 우리 뇌 기능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을까?’”


― 『뇌와 세계』 중 ―


이 인용문에서 특히 밑줄 친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의 뇌과학자들은 두뇌 속에 존재하는 1천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매 순간 이토록 다양하고 정교한 생각을 만들어내는지를 아직까지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하나의 과감한 가설이 바로 일부 과학자들이 제시한 신경세포 간의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현상이다. 5장에서 설명했듯이, 양자 얽힘이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입자들이 가까이 있는 입자 못지않게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을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신비로운 현상의 배후에는 신경세포들이 만들어내는 전자기력이 존재한다. 내가 보기에, 세계적인 뇌과학자인 니코렐리스 역시 이러한 양자 얽힘에 대한 자신의 직관적 확신을 위 문장의 밑줄 친 대목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처럼 보인다.


정리하자면, 양자 얽힘과 같은 신기한 현상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먼저 각각의 신경세포가 만들어내는 전자기적 힘이 반드시 존재해야만 한다. 우리의 두뇌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가 뉴런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두뇌에는 약 1천억 개에 가까운 뉴런이 존재하며, 이들 사이의 연결인 시냅스는 수백 조에서 수천 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 매 순간 우리 두뇌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전자기력과 그에 따른 진동이 발생한다. 따라서 뉴런의 활동에 의해 생성되는 우리의 수많은 생각들 역시, 각각에 대응하는 고유한 진동을 필연적으로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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