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학교 성적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하고자 한다. 10여 년 전, 내가 근무하던 기관에 50대 중반의 시설 주무관이 있었다. 자녀가 두 명 있었는데, 한 명은 서울대학교에, 다른 한 명은 카이스트에 진학했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지 못했다고 한다. 대신 책을 좋아하던 부인의 권유로 집에 있던 TV를 과감히 치우고, 그 자리에 큰 책꽂이를 만들어 다양한 양질의 책들을 채워 넣었다고 한다. 이후 퇴근하면 자녀들과 함께 큰 소리로 여러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렇게 함께 읽은 책들이 점점 쌓여, 두 자녀가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에는 무려 1천 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고 한다. 당시 두 자녀 모두 학교 성적이 전교 10등 이내였으며, 결국 두 명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에 진학했다.
이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어린 시절, 즉 아직 전전두엽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시기에 스마트폰에 중독되면 독서와 학습과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된다. 따라서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최대한 적극적으로 자녀 교육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 부모는 자녀와 함께하는 독서를 통해 본인과 자녀 모두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최소한 가정에서만이라도 자녀와 함께 독서를 생활화해야만 한다.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집에서만큼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녀 앞에서 직접 책을 읽는 모습을 꼭 보여주길 바란다.
실제로 해보면 알겠지만, EAC만큼 독서를 습관으로 만들어주는 독서법은 거의 없다. 우리 모임의 회원들 역시 가족과 함께 EAC를 실천하며 독서를 생활의 일부로 만들었다. 특히 EAC는 요즘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을 완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잠시만 밖에 나가 보아도 현대인의 스마트폰 중독이 얼마나 심각한지 금세 알 수 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에 몰두해 있다. 이는 아마 나를 포함한 독자 여러분의 모두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남녀노소,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스몸비’라는 단어가 괜히 등장한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조차 이미 스마트폰에 깊이 빠져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어린 시절에는 전전두엽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스마트폰을 통해 빠르고 자극적인 영상에 계속해서 노출되면, 전전두엽은 제대로 발달하기가 어렵다. 전전두엽은 인간의 이성을 담당하며, 오랫동안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부위다. 따라서 이 부위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면 ADHD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로 과거에 비해 ADHD 진단을 받는 아동의 수가 증가했다는 통계도 존재한다. 이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불리는 스마트폰이 가져온 아이러니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의 또 다른 주제인 남녀 간의 연애 관계에서도 스마트폰은 매우 위험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의 핵심은 바로 속도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데이팅 앱들이 난립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자신의 외모와 조건을 과장해 가며 가능한 한 빠르게 이성을 만나 관계를 맺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카사노바처럼 행동하게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국가 차원에서라도 스마트폰 사용을 일정 부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유럽의 일부 선진국처럼, 어린이들만이라도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자, 세계 최고의 문자를 창제한 세종대왕의 귀한 후손들을 스마트폰이라는 흉기로 망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실제로 EAC를 실천해 보면 알겠지만, 이 독서법은 분명 여러분의 귀한 자녀를 지긋지긋한 스마트폰 중독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다. 우리 모임에 참여했던 회원의 증언에 따르면, EAC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오히려 스마트폰을 싫어하게 된다고 한다. 독서라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즐겁고 건설적인 중독을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을 아쉬워할 정도라고 한다.
만약 여러분의 자녀가 지금처럼 스몸비로 살아간다면, 내가 겪었던 것처럼 머지않아 다단계 사기꾼의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혹은 이상한 사이비 종교에 빠질 수도 있다). 이는 전전두엽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결과, 즉각적인 도파민 쾌감만을 좇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다단계나 사이비 종교의 지도자들은 그 분야에서 융이 말한 일종의 ‘자기 실현’을 이룬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들이 가진 강력한 두뇌 신경 활동은 일종의 텔레파시처럼 작용해, 사고력이 약한 스몸비들을 자신의 생각대로 조종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독서를 통해 수많은 간접 경험을 쌓아야만 한다. 책을 통해 다양한 삶과 사고를 경험해야만 한다.
사실 독서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도파민이라는 쾌감 호르몬을 분비시킬 수 있다. 다만 스마트폰에 비해 그 속도가 훨씬 느릴 뿐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독서보다는 스마트폰에 더 쉽게 중독되는 것이다.
이러한 빠른 쾌감 자극을 제공하는 미디어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인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욕조를 물로 가득 채운다고 상상해 보라. 이는 작업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같은 도전이다. 미디어는 정보 흐름의 속도와 강도를 조절함으로써 이 과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정보의 수도꼭지는 방울이 떨어지듯 천천히 흐르며, 우리는 독서의 속도를 통해 이를 통제할 수 있다. 오로지 문자에만 집중함으로써 우리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전달하고, 스키마 형성에 필수적인 풍부한 연관 관계를 구축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