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기억과 스마트폰(1)

감정중독회로(Emotional Addiction Circuit) 독서법

매 순간 우리의 두뇌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매우 적절하게 비유한 설명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외부의 정보를 통제하는 능력, 즉 작업기억이다. 앞선 비유에서 수도꼭지를 여는 정도가 곧 외부 정보를 통제하는 능력에 해당한다.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신다고 가정해 보자. 수도꼭지를 최대한 열어 놓은 채 물을 마신다면 금세 배가 터지고 말 것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두뇌에서 벌어지는 상황 역시 이와 매우 유사하다. 즉, 두뇌의 작업기억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외부 정보가 한꺼번에 밀려들어 오면서, 작업기억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작업기억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잠시 동안만 적어 두는 일종의 칠판(blackboard)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말은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라는 개념을 대중화시킨 심리학자 앨런 배들리(Alan Baddeley)의 설명이다. 작업기억을 ‘정신의 칠판’으로 이해한다면, 앞서 니콜라스 카가 제시한 비유 역시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작업기억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대략 15~30초 정도만 짧게 저장한다. 만약 그 정보가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속으로 되뇌기(repeat), 즉 속발음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뇌어진 정보는 해마로 전달되고, 이후 잠을 자는 동안 적절한 대뇌 피질로 옮겨져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 물론 편도체를 강하게 자극할 정도의 강렬한 감정을 동반한 정보는 되뇌기 없이도 곧바로 해마로 전달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되뇌기를 거치지 않은 정보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이는 마치 칠판에 써 놓은 분필 글씨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희미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칠판에 무한정 글씨를 쓸 수 없듯이, 작업기억 역시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심리학자 조지 밀러(George Miller)는 ‘마법의 숫자 7(Magic Number 7±2)’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즉, 작업기억에 한 번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는 최대 7가지 정도라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의 작업기억은 최대 7가지의 정보를 약 30초간 저장할 수 있는 매우 제한적인 공간이다. 따라서 생존에 중요하거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잘 저장하려면, 작업기억으로 유입되는 외부의 정보를 적절히 통제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는 ‘정보의 수도꼭지 손잡이’를 잘 조절하는 능력이다. 앞선 비유에서 욕조를 채우는 물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라면, 수도꼭지 손잡이는 바로 작업기억의 통제 능력에 해당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중독되면 이러한 수도꼭지 손잡이를 조절하는 능력을 점점 잃게 된다. 그 결과 외부의 수많은 정보가 아무런 여과 과정 없이 그대로 작업기억으로 쏟아져 들어오게 된다. 즉, 최대 7가지를 넘는 방대한 정보가 작업기억이라는 칠판 위에 동시에 쓰이게 되는 것이다. 이미 설명했듯이, 작업기억은 곧 우리의 의식(consciousness) 그 자체다. 만약 작업기억이 이러한 정보의 융단 폭격을 맞는다면, 우리는 명료한 의식을 유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이 상태에서는 예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다단계 사기와 같은 불미스러운 경험을 겪을 수도 있고, 혹은 카사노바의 손쉬운 먹잇감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작업기억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 정보의 수도꼭지 손잡이를 적절히 조절하는 능력은 반드시 길러야 할 핵심 능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독서다.


스마트폰과 달리 독서는 오롯이 문자라는 정지된 시각 자극에만 집중하는 행위다. 동시에 독서는 책에 나오는 단어들을 속발음으로 따라 읽으며, 조용히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문자라는 정지된 시각 자극은 동영상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각 자극에 비해 두뇌에서 처리되는 속도가 훨씬 느리다는 특징을 지닌다. 하지만 독서를 꾸준히 습관화하면, 문자를 처리하는 속도 역시 점차 빨라지게 되고, 결국에는 시각적인 동영상을 처리하는 속도만큼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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