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 두는 연습

출발 · 떠나기 전, 내가 접어 둔 마음

by Mansongyee


메모지


나는 책상 위에 펼쳐져 있다.
그녀는 오래 자리를 비운다.


그래서 나를 찾는다.
적는다.
전화할 곳.
확인할 날짜.
부탁할 일.


짧은 문장들이
차례로 나를 채운다.


몇 번이나 고쳐 쓰고,
이미 적은 것을 다시 확인한다.


나는 안다.
그녀가 정리하는 것은 일이 아니다.
걱정이다.


혹시 누군가 곤란해지지 않도록.
혹시 비운 자리가
너무 크게 남지 않도록.


그녀는 오래 책임을 살아왔다.
그래서 떠나기 전에도
완전히 떠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나를 반으로 접는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는 얼굴.


나는 남는다.
그녀 대신 여기에서.



나는 이제,

비워 둔 자리를 믿어 보려 한다.


목요일 연재
이전 01화서로 다른 원을 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