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학 박사이지만 대학 강의는 그만둘 결심을 하는 이유

나는 왜 빨간색이 싫을까

by nlab


지금 나는 수술을 앞두고 있다. 아프다… 하혈을 한다… 두 번의 임신과 두 번의 자연분만을 하고 난지 오랜 시간이 지나갔다. 벌써 아이들은 자기 삶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내 자궁은 제거될 예정이다. 무엇과 맞바꾸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수술은 반드시 해야 하고 내 삶의 질을 더 이상은 추락시킬 수가 없다. 빈혈은 친숙하지만 고통스럽고, 철분제 복용 후의 내 위는 자꾸만 긁힌다.

나는 왜 빨간색이 싫을까… 퍼스널 컬러, 색채 심리, 컬리리스트 과정을 갈고닦고 강의 현장에 접목하면서 나는 레드가 싫은 이유를 끊임없이 탐구했다. 이제야 이유를 알겠다. 블러드 포비아! 피 공포증! 피의 색이 두려워 싫어한 건데… 정말 정점을 찍어준다. 자궁이 토해내는 새빨간 피를 마주하고 있자면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 곧 죽어도 이상할 것 같지 않다. 이렇게도 많은 피를 흘려도 되는가… 정기적인 피검사의 피마저 아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8로 떨어지면 나는 어지럽고 얼음을 아작아작 씹곤 했다. 피를 철철 흘리는 날들에는 훼로바정을 두 알씩 먹으면서 괜찮고 싶어 했다. 자궁 하나를 지키려고 너무 폭풍 같은 레드를 내 옆에 두었다. 새빨간 피를 안 보고자 나는 미레나를 시도하고 실패하고, 임플라논을 팔에 끼웠다가 뺐고, 클래라정을 2년 이상 복용했고, 야즈정도 복용했다. 결국 폐경을 유도하는 주사까지 2회 맞고는 현재 3회 차가 내일이다. 지금은 혈압이슈까지 생겨서 매일 같은 시간에 혈압약을 먹고 있다. 나는 폐경이 되기를 고대하는 사람을 그만하기로 했다. 폐경 고대! 역시 나의 꿈은 고대였다. 꿈은 왜 자꾸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가… 결국 나는 문제가 되는 자궁이를 제거할 거다! 의사 선생님께 허락도 받았고, 수술 날짜도 잡았다. .



몸이 안 좋은 건 역할 갈등의 극대화를 불러일으킨다. 나는 내가 졸업한 학교에서 하던 뿌듯한 강의를 그만 둘 결심을 하였다. 그리고 내 몸과 마음을 돌보고 새로운 운동도 해보고 시간적 여유를 갖고자 했다. 그런데 역시나 나는 엄마이다. 큰 아이는 발레 전공자였고, 갑자기 난 로드매니저이자 지갑이 되었다. 나는 하혈 중임에도 무대에 서는 아이를 보며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래 내가 제일 자신 있는 건 운전이다. 주차이다. 시간을 잘 지키는 거다. 아이를 위해! 어린 시절 엄마의 공부중독 때문에 힘들었을 아이에게 보상이라도 해주듯 나는 나를 갈아 넣었다.



요리도 청소도 아직도 내 전공이 아니다. 엄마인데도 그렇다. 이 세상 엄마들은 정말 대단하다. 어쩌면 그렇게 멀티태스킹을 잘할까? 나는 아무래도 주차만 잘하는 듯하다. 그런데 자신 있던 운전도 무서워지는 현실이 슬프다. 사실 요리는 정말 못하고 장보기는 세상에서 제일 싫은 일중 하나이다. 그냥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 난 스타일 미학은 좋아하지만 혀의 미감은 그다지 없는 듯하다. 뚝딱뚝딱 기상천외한 요리를 단시간에 몇 가지씩 선보이던 남편 덕분에 굶지는 않았지만 위염을 얻었다. 역시나 내 인생은 기회비용을 철저하게 깨닫는 인생이다. 어쩌면 그게 내 삶의 이유인가 싶을 정도이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록은 동색이다.


초록은 동색이고, 기회비용은 두려운 존재이다.

초록은 동색이라 퍼스널 컬러는 난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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