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 안되신단다

by 승현

얼마 전에 운전 중 통화하는 버스 운전사를 안전신문고 앱으로 신고했다.
나는 운전석과 가까운 뒷자리에 앉아있었고, 운전사는 열심히 전화를 받았다. 그 순간을 놓칠세라 난 스마트폰을 꺼내 영상을 촬영하고, 앱으로 신고했다. 물론 차량 안이었기 때문에 차 번호가 보이지 않으니, 실내 창문에 붙어있는 차량번호와 버스 정보가 적혀있는 안내판도 같이 촬영했다.


며칠 후 돌아온 답변은, 차량번호가 식별되지 않으니 처벌 없이 종결이랍신다. 이게 무슨 소리야.
저 안내판은 신용을 못하시나 보다.
그럼 실제 차량 뒤에 붙어있는 번호판을 찍어야 한다는 건데, 그럼 내릴 때 영상을 한 번 더 촬영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면 끊어 촬영한 거라 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신고를 종결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들었다. 이미 여러 차례의 여러 가지 신고에서 융통성도 없이 끝내버리는 경험을 한 나로서는, 별별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여기까지 오니 내가 뭐 하러 신고 따위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졌다. 이거 하나 제보한다고 세상이 갑자기 밝아지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뭐라도 이득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얻는 것이라곤 혼자만의 뿌듯함일 것인데 그 조차도 빡빡한 규율 때문에 제대로 얻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에게 남아있는 작은 동기조차 박살 나버리는 기분이다. 이게 뭐라고 참.

손 시린데 스마트폰 후다닥 꺼내서 신고한 내가 바보 같아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냥 대충 넘어가라고 하는 건가. 그런 건가.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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