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에 건강 방송이 나온다.
인지도가 엄청나지는 않은 적당한 방송인 몇 명과, 흰 가운을 입고 의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앉아서 방송을 진행한다.
이번 주제는 무슨 무슨 문제이니 다뤄봅시다, 하면서 무슨 무슨 문제가 있는 일반인 아줌마나 아저씨의 생활을 취재한다. 그럼 약간은 어색한 목소리로 일상을 연출하며, 자기의 어디 어디가 아프다고 말해준다. 병원에 찾아가서 의사의 진단을 받는 장면은 필수다. 그 병원의 의사와, 방송을 진행 중인 의사는 그 질병에 대해 적당히 조언하거나 경고한다. 그럼 옆에 앉아있던 방송인들은 뜨악 하면서 놀라워한다. 뭘 그렇게 놀라는지. 턱 빠질까 걱정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결국 어디 어디가 아프신 일반인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질병을 이기고 있다면서 운동도 하고 식단도 챙기곤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장면이 나온다. 식후에 꼭 뭘 챙겨 먹는다면서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굉장히 작위적인 장면이다. 연기하는 모습이 뻔히 다 보인다.
그리고 그 순간 티비 채널을 돌려 홈쇼핑을 보면 그 사람이 먹던 건강식품을 팔고 있다. 바로 이거다. 이게 그 건강 방송의 목적이다. PPL, 뒷광고. 뭐라고 부르던지, 이게 원래 목적인 것이다.
방송에서 대놓고 이 제품이 좋습니다, 할 수는 없으니까 교양방송인 척하는 광고 방송을 하는 거다. 지능적인 건지 멍청한 건지. 결국 그 제품 하나를 몰래 홍보하기 위해 진짜인지 모를 의사를 앉혀놓고 한 시간 동안 방송인들과 함께 대본을 읊은 것이다. 그들은 그 건강보조식품의 영양소, 효능, 섭취법을 강조하는 대사를 한다. 작가가 써준 거겠지. 내가 말하는 쪽팔림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곳에 모인 방송인들은 결국 약 광고 방송이라는 걸 알면서 모르는 척, 처음 듣는 척, 궁금해서 물어보는척한다. 보는 내가 다 쪽팔린다. 결국 방송계에 어두운 시청자를 현혹하기 위해 다들 약장수의 바람잡이가 되는 건데. 나라면 쪽팔려서, 자존심 상해서 출연 안 할 거 같은데. 방송인의 프로정신 같은 걸까. 나는 잘 모르겠다.
언젠가 본 건강 방송에서는 치매를 이기려고 유튜브 방송을 한다는 여성이 나왔다. 방송 내내 유튜브를 열심히 촬영하는 모습이 나오며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여지없이 그녀도 식사 후 뭔가를 챙겨 먹고, 그 뭔가는 다른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 중이었다.
내가 너무 의심이 많은 인간인가 싶어서 스마트폰을 들어 유튜브를 검색해 보았다. 방송 내내 나오는 그녀의 유튜버로써의 모습과 이름을 검색해도 그 여자의 치매예방 유튜브 채널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그렇지.
그렇게 얼굴 팔아서, 양심 팔아서 얼마나 받을까.
내 얼굴을 판 것도 아닌데, 건강 방송을 보면 내가 다 쪽팔린다. 어떻게 저렇게 한 시간 내내 아닌척할 수 있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