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발전해서 스마트폰의 안전신문고 앱으로 여러 가지를 간단하게 신고할 수 있다.
주로 동네 시설의 재정비 요청이나, 불법주차, 불법광고물 같은 것들. 사진만 찍고 등록하면 알아서 처리해 준다. 옛날에 비하면 굉장히 편리해진 것이다.
나도 일 년 동안 열심히 신고했다. 주로 무허가 광고물이나 불법주차를. 동네의 질서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과, 신고 마일리지가 누적되면 준다는 포상에 대한 욕심이 섞여서, 열심히도 스마트폰을 들이대곤 한 것이다.
나무를 괴롭히는 현수막은 사진 한 번이면 된다. 하지만 불법주차의 경우 일분 간격으로 사진 두 장을 찍어야 한다. 차량이 정차 중이라는 증거가 필요하니, 합리적인 규칙이다.
불법주차를 발견하면, 질서를 해치다니! 같은 마음이 듦과 동시에 내 앞길을 가로막는 괘씸한 차량에 복수를 하고 싶어 안전신문고에 꼬박꼬박 신고한 것인데, 올해부터는 그냥 하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다.
일단 주차와 관련된 신고는 마일리지를 주지 않는다. 즉 포상이 없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마주치는 게 불법주차인데, 왜 신고자에게 포상을 해주지 않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렇다 할 설명도 없다. 그러니, 불법주차 신고는 오롯이 신고자의 투철한 자원봉사 정신으로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도 난 했다. 여름의 땡볕 아래서, 겨울의 바람 앞에서. 길고 짧은 일분을 기다려 사진 두 장들을 찍어댄 것이다.
두 번째로 많이 마주치는 게 무허가 광고물, 그러니까 전봇대와 나무 같은 것에 걸어놓은 현수막이다. 이 신고는 건당 1점, 신고 후 만족도 조사에 1점. 총 2점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현수막 신고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이 짓도 일 년을 하니 허무해졌다. 일단 제일 많이 보이는 게 정치인들의 포부 같은 것이 적혀있는 현수막인데, 법령상 정당 현수막은 허가가 없어도 철거 대상이 아니란다. 그래서 나무 사이에, 전봇대와 인도 사이에, 중학교 입구에 마구잡이로 걸려있어도 어쩌지를 못한다. 왜 이딴 법이, 정치인에게 무법지대를 주는듯한 법이 있는지를 모르겠다. 그래서 신고가 안되니 볼 때마다 기분만 나빠지는 것이다.
일반 현수막, 누군가가 대상을 받았다던가 누군가의 가게가 일 주년이다- 같은 홍보용 현수막은 신고가 가능하니, 한 현수막당 마일리지 2점을 받아 가며 신고를 했다. 하지만 이 짓도 일 년을 하니 허무해지는데... 신고를 받는 기관에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단순 철거만 하느냐, 아니면 범칙금 부과 또는 경고를 하느냐고. 돌아온 답변은 단순 철거만 할 뿐 이라더라.
또 법령을 찾아보니... 무허가 광고물의 경고 및 범칙금 부과는 해당 시.군의 재량으로 하는 거란다. 그러니까 나쁜 짓을 한 사람은 있는데 혼은 내지 않는단다. 난잡한 현수막이 난잡하게 걸려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어쨌든 일 년 동안 백건이 넘는 신고를 했고 마일리지는 80점 정도 쌓였다. 문제는, 이게 많이 모은 건지 아닌 건지 기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거다. 인터넷을 조사해 봐도 몇 점 이상은 무슨 상을 받았다니 하는 글도 없었다. 그래서 난, 새해가 되자 약간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과연 상품권이라도 주지 않을까 설레었던 것이다. 안전 신문고 앱의 공지사항 같은 곳에도 작년에 모은 마일리지 포상금이나 비슷한 부류의 글이 등록되지 않았다. 이쯤 되자 진짜 포상을 해 주긴 하는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어쨌든 내가 하고픈 말은 이렇다.
불법주차를 신고해도 보상은 하나도 없는데, 내가 열심히 신고를 한다고 당장 온 동네의 불법주차 차량들이 싹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 내 입장에서는 허무해질 수밖에.
무허가 광고물을 신고해도 경고도 범칙금도 없는 데다, 내가 보상을 받으려면 아마 일 년에 오백 개 이상의 광고물을 신고해야 할 거 같은데, 그러려면 미친 사람처럼 폰을 들고 온 동네를 쏘다녀야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추운 날씨에 주머니에서 폰과 손을 꺼낼 생각이 싹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난 오늘 횡단보도를 가로막고 있는 파렴치한 차량을 무시한 채 지나갔다.
질서도 봉사정신도 좋다. 하지만 지금 얘기한 신고항목들은, 공무원들 본인들이 순찰하며 해야 할 일을 그냥 거리의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나도 욕심 많은 사람인지라, 보상이 없으니 이제 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