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는 법과 펴는 법, 그 사이의 삶

놓을 때 비로소 잡을 수 있다

by Sonderist

우리는 대개 손등을 하늘로 향한 채 산다.

무언가를 움켜쥐기 가장 좋은 자세, 혹은 언제든 주먹을 꽉 쥘 수 있는 긴장감으로 하루를 보낸다.


누구나 처음에는 빈손이다. 그때는 무언가를 쥐기보다 손바닥을 펼쳐 세상을 만지는 게 더 익숙했다.

잡았던 것을 금세 놓아버릴 줄 아는 유연함이 있었고, 그만큼 가벼웠다.

하지만 삶의 무게가 더해질수록 우리는 손에 힘을 주는 법부터 배운다. 어느 순간부터 그 긴장은 일상이 되고, 손마디는 주먹을 쥔 채 딱딱하게 굳어간다.

그렇게 굳어버린 주먹으로 긴 세월을 살다 보면, 내 손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모른 채 손바닥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사실 우리는 손에 쥔 것의 실체보다, 그것을 놓쳤을 때 찾아올 상실감을 더 두려워한다.

덜 소중한 것을 인생의 전부라고 착각하며 주먹을 꽉 쥐고 있는 동안, 정작 더 귀한 가치가 다가와도 우리는 그것을 잡을 손이 없어 흘려보낸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에야 지나간 것들의 가치를 깨닫고, 뒤늦은 후회와 조급함에 다음에 찾아오는 돌덩이를 덥석 잡아버린다.


그리고는 후회한다.


그러니 가끔은 내 손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손등을 아래로 돌려 손가락을 펴는 순간 보인다. 지금 내가 쥐고 있는 것이 나를 숨 쉬게 하는 가치 있는 것들인지

아니면 그저 무겁게 짊어지고 가야 할 무의미한 돌덩이들인지 말이다.


삶은 어쩌면 꽉 쥔 한 손과 느슨하게 열어둔 다른 한 손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지켜야 할 가치는 단단히 붙들되, 다른 한 손은 언제든 세상을 어루만지고 더 가치 있는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비워두는 것

그 열린 손이 있어야 지친 나를 토닥일 수도, 타인의 온기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다 정말 놓치기 싫은 소중한 인연이나 기회가 찾아오면, 비워두었던 그 손으로 기쁘게 맞이하면 될 일이다.


갓 태어난 아이가 잼잼을 하며 세상을 익히듯, 우리에게도 그런 유연함이 필요하다.

어른이라는 책임의 무게가 손바닥을 짓누르더라도

가끔은 손바닥을 넓게 펴고 바람을 느껴봐야 한다.

쥐고 있는 것을 놓지 못하면 더 큰 것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은 손이 가진 가장 단순하고도 명확한 이치이지 않은가?


건강, 행복, 베풂 그리고 사소한 사치를 부릴 수 있는 여유로움들

그 모든 것들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때가 아니라, 그것들이 내 손바닥 위에 사뿐히 내려앉을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줄 때 비로소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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