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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바스 Jan 11. 2023

샷 아이디어 vs 프로젝트 아이디어

아이디어 수집함 비우기 #2 : 한입에 먹을까 쪼개 먹을까?


아이디어의 날을 정했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볼 차례다. 앞서 말했듯이 당신은 아이디어 블록을 훑어보기만 하면 된다. 아이디어 블록을 훑어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거 지금 당장 해보고 싶은데?'

'해보고는 싶은데 뭐부터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이제 보니 별거 아닌 아이디어였네'

'지금은 필요 없지만, 언젠가 필요할지도..'












1. 첫 번째 체크박스

: 샷 아이디어, 한 입에 꿀꺽!



먼저 아이디어 이전에 예시로 소개했던 블록을 살펴보자.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오른쪽 상단에 세 개의 동그라미의 용도를 궁금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이디어블록을 훑어보고 구분하기 위한 이것은 체크박스다. 여러분이 마련한 아이디어 수집함에 체크박스가 없다면, 동그라미든 네모든 그려 넣으면 된다. 숫자로 표시하는 것도 괜찮다.




만약 나와 같은 형태의 아이디어수집함을 써보고 싶다면, 아이디어수집함 양식이 포함된 다운로드 링크를 공유할 예정이다. A4용지에 인쇄한 후, 반으로 접어 가운데 스템플러를 찍으면 A5사이즈의 훌륭한 아이디어수집함이 된다.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에 다운로드하여 사용해 볼 수도 있다. 


아이디어수집함을 살피다 보면 ‘이거 한번 진짜 해보자!’하고 마음먹게 되는 아이디어들이 있다. 갑자기 에너지가 솟아오르고, 전에는 영 모르겠던 구체적인 방법들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당장 시도해 보라는 일종의 계시다. 게으른 나는 이런 ‘느낌’을 꽤 중요하게 생각한다. 웬만해선 놓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스피드’다. 해보자고 마음먹었다면 재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만 한다. 당장 실행가능한지 아니면 더 생각을 보태서 발전시키고 싶은지 구분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장 실행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아이디어를 '샷아이디어', 생각을 더 보태고 싶은 아이디어를 '프로젝트 아이디어'라고 부른다. 첫 번째 체크박스는 샷아이디어를 위한 것이다.


샷아이디어(Shot idea)는 데이비드 앨런*의 GTD이론(Getting things done, 할 일 관리기법 중 하나)에서 등장하는 '2분 안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의 개념과 닮았다. 당신이 아이디어수집함에서 샷아이디어를 발견했다면, 다음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아이디어수집함 훑어보기를 멈추고 그 일을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당신의 플래너(일정이 적힌 캘린더 등)에 언제 할 것인지 배치하고 훑어보기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이거 당장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할 수 있는 행동>
1. 아이디어 수집함 훑어보기를 멈추고, 당장 실행하기
2. 자신의 일정(수첩형 플래너, 구글캘린더 등)에 배치하고, 아이디어 수집함 훑어보기를 이어나가기



일정에 배치하는 일도 좋지만, 열정은 금세 휘발되기 마련이다. 더 추천하는 방법은 즉시 해보는 것이다. 즉시 시도해 보는 일만으로도 아이디어데이의 미션을 완수했다고 볼 수 있다. 샷아이디어의 기준은 '단숨에 실행해 볼 수 있는가'다. 


용용 씨는 프리랜서 웹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평소에는 디자인, 웹 마케팅에 관한 아이디어와 그리고 언젠가는 프리랜서가 아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생각나는 것들을 함께 수집한다. 어느 아이데이션데이, 가벼운 마음으로 그동안 모아둔 아이디어들을 살펴보다가 <노션으로 포트폴리오 만들어보기>라고 쓰인 아이디어블록을 발견했고, 즉시 실행해 보고자 마음먹었다. 


만약 용용 씨가 노션(Notion, 크라우드기반의 메모앱)의 기본적인 기능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고,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 할지 그 과정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면, 그래서 당장 노션프로그램을 켜서 착수해 볼 수 있다면 이 아이디어는 샷아이디어에 속한다. 앨런처럼 '2분 만에 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물론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까지는 계속해서 수정이 필요하고,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시도하는 것까지가 첫 번째 목표이므로 훌륭한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시도해 보고 장애물에 부딪힌다면, 그래도 괜찮다. 더 나아갈지 말지는 그때 결정하면 된다. 다시 시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멈춤으로써도 충분하다. 계속해서 완벽한 '마음의 준비'를 찾느라 할까 말까를 망설이는 일보다, 시도해 보기를 연습하는 편이 훨씬 더 낫다. 샷아이디어를 실행하는 일, 그러니까 당신이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고 여겼던 아이디어를 한입에 꿀꺽 삼켜 맛을 보는 일은 당신의 시도하기를 돕고, 실행력을 높인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릿속을 환하게 밝히고, 두 눈을 반짝이게 했던 아이디어를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의 날, 아이디어데이는 그런 날이다. 







2. 두 번째 체크박스

: 프로젝트 아이디어, 쪼개먹거나 나눠먹거나


일단 해보자고 마음은 먹었는데 어떻게 시도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가 왕왕 생긴다. 한 입에 꿀꺽! 하기에는 그 맛도 가늠이 안되고, 어디부터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아이디어들 말이다. 단숨에 하기는 어렵지만  어떻게든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가는 그런 아이디어들,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아이디어들을 이제부터 ‘프로젝트 아이디어(Project idea)'라고 부를 것이다. 


- 뭔가를 시도해 보기에는 아이디어가 너무 빈약해서 조금 더 생각을 해보고 싶다
- 이 아이디어에 관해 떠오르는 생각은 이것저것 있는데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
- 일단 시작하고 싶긴 한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든다면, 그게 바로 프로젝트 아이디어다. 지금 검토하고 있는 아이디어블록이 프로젝트 아이디어라고 생각된다면, 그래서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두 번째 체크박스에 체크하고, 훑어보기를 멈춰보자.


다시 웹디자이너 용용 씨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용용 씨가 노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 일단, 노션이 어떤 툴인지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게 될 것이다. 그다음에 필요한 일은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나가는 일이다. 검색해 보면서 대충 어떤 과정을 통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는지 파악하게 되고, 따라 해 볼 수 있는 래퍼런스들도 몇 개쯤은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페이지를 따라서 한번 만들어보자' 같은 결론을 낸다. 프로젝트 아이디어는 대개 이런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모든 아이디어블록이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다음 해야 할 일을 설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이 작은 아이디어블록을 조금 더 보살피는 일이다. 아이디어에 살을 붙여 적당히 부풀리고, 근육을 키워주는 일이다.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발견했다면 빈 종이와 펜을 준비하자. 노트도 물론 좋다. 그리고 다음 네 단계를 거치면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게 된다.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다루는 단계>
1단계 : 아이디어 부풀리기
2단계 : 튼튼하게 하기
3단계 : 퍼스트스탭 찾기
최종 단계 : 첫 발 내딛기


1단계부터 최종단계를 순서대로 따르되, 필요 없다면 전 단계를 뛰어넘어도 상관없다. 이 과정에서의 목표는 아이디어의 크기와 모양을 적당한 형태로 만들어서 필요하다면 잘게 쪼개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것이다. 퍼스트스탭(First step)을 찾는 것이다. 샷아이디어가 그렇듯이, 퍼스트스탭을 찾아서 한발 내딛고, 물꼬를 트는 일이야 말로 가장 빠르게 내 아이디어를 실행해 보고, 더 좋은 방법을 찾는 지름길이다. 


아이디어 수집함을 만들고, 비워가는 과정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


1. 아이디어 수집함을 만들고, 시시때때로 아이디어 블록을 쌓는다

3. 아이데이션의 날을 정하고, 아이디어 수집함을 훑어본다

3. 샷아이디어 또는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발견한다

4. 샷아이디어는 당장 하거나 플래너에 배치한다

5. 프로젝트 아이디어는 프로젝트 형태로 발전시켜 실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든다.



*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다루는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 글에서 이어진다.








* 데이비드 앨런 : 생산성전문가로, 시간관리 방법 중 하나인 GTD(Getting things done)의 개념을 만들어 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의 뇌는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 이전 글 링크

아이디어 수집함 만들기 #1 : 섬광 같은 아이디어가 내 일상을 스칠 때

아이디어 수집함 만들기 #2 :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하지 않는다

아이디어 수집함 만들기 #3 : 아이디어 수집함 만들기

아이디어 수집함 만들기 #4 : 아이디어 수집에 관한 규칙

아이디어 수집함 비우기 #1 :  아이데이션의 날


✔︎ 현재 글

아이디어 수집함 비우기 #2 : 샷 아이디어 vs 프로젝트 아이디어 - 한입에 먹을까, 쪼개 먹을까 


✔︎ 이어지는 글 예고

아이디어 수집함 비우기 #3 : 프로젝트 아이디어 다루기

아이디어 수집함 비우기 #4 : 애매한 아이디어 처리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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