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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바스 Jul 16. 2023

츠타야 (TSUTAYA, 蔦屋書店)

교토의 가게들 : 서점/문구점 편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그 복잡한 장면의 사진이나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다. 그 안에서는 정신없지만, 멀리서 보는 시부야교차로의 모습은 어쩐지 넋 놓고 볼만 한 모습으로 연출된다. 첫 도쿄 여행 중 우연히 이 교차로가 잘 내려다 보이는 곳에 들어선 적이 있다. 도쿄여행의 스폿(spot)으로 사람이 가득한 스크램블 교차로의 신호가 몇 번이나 바뀌는 모습을 지켜봤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스크램블 교차로 보다 더 오랫동안 시선을 머물게 하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곳은 따로 있었다. 시부야거리를 내려다보며 발을 딛고 있던 바로 그 서점, 츠타야(TSUTAYA)다. 일본어를 몰라 그저 이미지 만으로 가늠해야 했지만, 벽면 가득 빼곡한 책들로 꾸며져 스타벅스와 어우러진 독특한 내부는 이전에 본 여느 서점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내가 처음 만난 츠타야였다.








츠타야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츠타야의 창립자인 마스다 무네아키의 책,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를 읽고 나서부터였다. 블로그 글을 그대로 가져다 실은 듯 보이는 그 책은 마스다의 회사운영일지이기도 했는데, 나는 막연히 츠타야를 상상하며 도쿄여행의 거점 중 하나로 점찍어둔 것이었다. 츠타야는 1983년 오사카 히라카타 지역의 비디오와 레코드 대여점으로 출발해 2011년부터는 ‘라이프스타일숍’으로 발돋움해 나가는 중이다. 츠타야는 한국의 교보문고와 비슷한 격이라 할 수 있는데, 츠타야의 독특한 점은 각 지점마다 특색 있는 큐레이션이 있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띈다.



츠타야서점, 교토 오카자키 지점



츠타야가 일본 내 수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는 만큼, 교토에서도 츠타야를 만나볼 수 있다. 여러 지점 가운데 유독 발걸음이 자주 향하게 되는 곳은, 바로 오카자키(Kyoto Okazaki)다. 실내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천천히, 부담 없이 책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로 깔끔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츠타야서점만의 독특한 점은 이곳에서도 빛을 발한다. 책을 구입하기 전이라도 얼마든지 테이블에 앉아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커피와 함께라도 물론이고, 와이파이도 무료다.


자주 들러도 지루하지 않은 것이 이 가게의 가장 좋은 점인데, 방문할 때마다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내 공간은 크게 네 개의 안쪽섹션과 전시 갤러리, 잡지 등의 코너로 구성된 바깥쪽 섹션으로 구성된다. 서가(書架)의 책들은 거의 같지만, 각 공간에서 흔히 평대라고 불리는 매대는 정해진 기간마다 그 구성이 조금씩 바뀐다. 책은 물론이고 구성의 내용과 종류에는 제한이 없다 해도 과하지 않다.  도쿄 인근 츠타야 쇼난지점에서는 서점 중앙에 조리대를 두고, 요리교실이나 워크숍을 열기도 했으니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각 지점은 독특한 특색을 가진다. 내가 처음방문했던 도쿄 시부야지점*은 ‘여행’을 테마로, 일본 문화예술의 거점인 교토 내 오카자키 지점은 '교토의 문화'를 테마로 책, 잡화, 의류, 식품들이 큐레이션 되어 있는 식이다. 특히 교토에서 만들어진 오리지널 제품과 교토를 기반으로 한 예술가의 작품들이 자주 선보여지고 있다. 서점이라고 불리는 이 공간 내 작은 전시회가 매번 열리는 셈이다. 


거기에 교토를 담은 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교토여행자에게도 알맞다. 일본어를 모른대도 괜찮다. 잡지나 사진집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책을 한 권 골라 라테를 한 잔 마시며 여유를 부려보자. 신진 작가들의 작품과 굿즈(goods)를 살펴볼 수 있고, 늘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향이나 도예품, 그림 등도 구경할 수 있다. 


실내가 붐빈다면 바로 옆 오카자키 공원에서 여유를 부리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거기에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헤이안 신사, 교토에서 가장 큰 도리이*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수로각, 맛있는 우동가게, 국립미술관과 교세라미술관, 작은 동물원까지. 바쁜 여행 일정 중 하루쯤 여유롭게 즐기기 손색없는 곳이다. 운이 좋다면 공원에서 각종 수공예품 작가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플리마켓을 구경할 수도 있다. 


*시부야지점 : 정확하게는 츠타야북스토어 시부야스크램블스퀘어지점이다. 

*도리이 : 신사의 대문에 해당하는 격으로 도리이를 기준으로 안쪽으로 들어가면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진다. 이 도리이는 헤이안신사의 것으로 일본의 3대 도리로 알려져 있다. 








교토의 거리를 걷다 보면 <TSUTAYA> 간판을 단,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오래되어 보이는 가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주로 CD나 DVD를 빌려주는 렌탄샵의 형태다. 요즘의 츠타야는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서점’을 전면에 내세워 세련된 ‘현대식 서점’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런 오래된 가게들은 1983년의 츠타야를 상상하게 한다. (그러고 나서야 한참 후에 츠타야 1호점의 사진을 찾을 수 있었다.) 


‘요즘의 츠타야’를 먼저 목격한 나는, 이 오래된 렌탈샵들이 이름만 같은, 행여 가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곤 했는데, 오히려 츠타야의 처음은 아마 이런 모습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오래된 츠타야는 지금의 한국에서는 모두 사라진, 동네마다 꼭 있던 비디오가게나 소설책 대여점을 떠올리게 한다. 


오사카 히라카타, 츠타야 1호점 모습*



일본에는 여전히 DVD나 CD 등을 빌려주는 소규모 렌탈샵인 '오래된 츠타야'들이 여전히 동네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츠타야를 만난다면 여전히 CD나 DVD대여 문화가 존재하는 일본의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렌탈샵이 있는 것이 참 신기하다 싶다가도 생각해 보면 긴자처럼 큰 지점에서도 여전히 음악, 영상 등을 빌려주는 대형렌탈샵을 운영하고 있으니, 어쩐지 이런 오래된 츠타야들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게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 만들어진 지 37년이 훌쩍 지난 츠타야는 머물지 않고 여전히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스타일 샵을 기획하는 중이다. 작은 렌탈샵을 누구나 아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사설 서점으로 시립도서관을 관리하는 일을 맡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츠타야 가전'을 열기도 했다. 최근 교토에서는 기존의 츠타야가 자동차용품점인 APIT와 함께 '츠타야 에이피트 교토 시조점'으로 리뉴얼되었다. 마스다 무네아키의 말은 어쩐지 자꾸만 츠타야의 다음을 더 기대하게 한다. 


"제가 1983년에 츠타야의 전신인 '츠타야 서점 히라카타점'을 열었을 때에도 영화와 음악과 책을 한데 모은 가게를 만들 거라고 하자, 사람들은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영화, 음악, 책 업계에 있는 사람 모두가요."





츠타야 1호점 사진 출처 : https://www.ccc.co.jp

참고도서 : <츠타야, 그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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