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민기
추운 겨울이 점차 지나가고 있어.
너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던 그 날
나한테 조금씩 천천히 덜 좋아할 수 있는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은 그 날
그 날도 여전히 추웠고 지금도 춥네.
너가 사라진 그 겨울은 방황하며 지냈고
그 다음 1년은 너를 싫어해보기로 했어.
그 다음 해는 결국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되더라
내가 조금 덜 좋아했으면 어땠을까?
그냥 좋아하는 마음을 숨긴 채 너를 지금보다는 가까운 관계로 남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어쩌면 이런 결말을 뻔히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해왔던 나와의 싸움이었을까?
누가봐도 나에게 관심이 없어 보이던 너를 외면하고 내 감정만 전달하기에 급급해했던 내가 너무 싫어지더라.
이제는 조금 담담해졌어.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네 생각을 하지는 않게 됐고, 길을 걷다가 너랑 비슷한 뒷모습을 봐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지 않아.
근데 날씨가 너무 추우면 가끔 너는 잘 지내는지 생각하게 돼.
너는 가끔 아주 크게 아팠으니까.
그게 다 잊은 거냐고 물으면 아니야. 그냥 익숙해졌다고 너라는 수평선 상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중이겠지?
사실은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
아직도 기억나.
내가 말을 걸면 네 눈이 다른 곳을 향하던 것
내 농담에 억지로 웃어주던 그 표정
그런데도 나는 계속 너에게 다가갔어.
바보처럼 혹시 모른다는 희망을 버리지 못했거든.
그때는 몰랐어.
사랑이 혼자만의 마음으로는 안 된다는 걸...
아무리 내가 많이 좋아해도 너의 마음이 없으면 그건 그냥 일방적인 집착이 될 뿐이라는 걸.
네가 부담스러웠을 거야. 미안해.
이 편지도 보낼 수 없겠지. 아마 받지도 못할거야.
네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보낸다 해도 네가 읽고 싶어 할지 모르겠으니까.
하지만 쓰고 싶었어. 이렇게라도 마침표를 찍고 싶었어.
수아야, 너는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를 좋아하지 않았던 게 너의 잘못이 아니고 너를 좋아했던 게 내 잘못이니까.
우리는 그저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두 사람일 뿐이야.
언젠가 이 겨울이 완전히 지나가면 나도 봄을 맞을 수 있을까? 그때쯤이면 너를 추억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잘 지내. 어디에 있든.
To. 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