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에게, 01

From. 민기

by 그 소년

수아야 안녕.


이 문장을 쓰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 오랜만이라는 말을 붙일지, 그냥 안부만 물을지,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말지를 한참 고민했거든. 결국은 가장 무난한 말로 시작해보려고 해.

요즘 나는 별일 없이 지내고 있어.
하루는 조금 바쁘고, 하루는 유난히 길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끝나 있더라. 늘 나에게 궁금한 것 없던 수아였으니까... 이 정도만 말해도 충분할 것 같아.

사실 이 편지는 무언가를 전하려고 쓴 건 아니야.
다만 앞으로, 너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을 가끔 이렇게 적어보려고 해. 보내지 않을 거고, 답장을 기대하지도 않을 거야. 그냥 그동안 혼자만 끄적였던 말들을 말이 되게 만들어보는 연습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혹시라도 이 글을 네가 보게 된다면, 부담 갖지 않았으면 해.
지금은 정말 안부 정도만 전하고 싶었거든.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랄게.

그리고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말 정도면 충분한 첫 인사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다음에 또, 별일 없는 날에 편지를 남길지도 모르겠어.
그땐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를 하게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아무튼 잘 지내.
이건 그냥 안부야.


수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