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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바다 Mar 05. 2024

영화 <가타카>를 인용한다

의대 증원 찬성은 능력주의의 부작용?

- 가타카는 어떤 사회?

가타카에서는 유전가가 우월하지 않은 사람들은 차별을 받는다. 가타카 속 사회의 법은 유전적 요소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하나, 그 현실을 그렇지 않다. 주인공 빈센트는 우주로 나가는 것이 꿈이지만, 빈센트는 우주로 나가기엔 유전자적 '부적격자'이다.

주인공 빈센트는 우주비행사라는 꿈을 갖고 있다. 그는  우주비행사를 양성하는 회사에 들어가길 꿈꾸지만, 그 회사는 유전자적 '적격자'들만이 입사할 수 있다. 그나마 그가 들어갈 수 있었던 직렬은 회사 청소부였고 그렇게 그는 우주비행사 양성 회사의 청소부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빈센트는 우주비행사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끝내 그는 고된 노력(유전자 증명서를 조작하고 남(제롬)의 피를 이용하여)으로 우주비행사가 되어 우주로 나가기에 이른다.

영화 속에서는 유전자로 사람들을 판별한다. 그 사람이 지금 보여주는 노력이나 능력이 아닌, 유전자의 잠재력에 따라 사람을 대우한다. 영화 속에서는 어디서든지 상대방의 유전자를 판별할 수 있는 회사들이 즐비해 있다. 덕분엔 사회엔 그에 따른 차별이 만연하다. 차별대우의 극치를 보여주는 곳은 최첨단을 선두로 달리고 있는 우주과학분야이다. 그곳은 오직 선택받은 유전자들만이 발을 담글 수 있다. 가타카의 세상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유전자를 계급으로 하는 '계급사회'이다.

감독은 이런 사회를 주인공 빈센트를 통해 비판하려는 듯 보인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단순히 유전자 편집 기술로 인해 생긴 문제를 말하는 영화인 줄만 알았다. 가령 Ai 등의 기술 발전으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든가 하는 영화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술 등의 발전으로 인간이 소외되는 그런 현상에 집중하지 않았다. 대신에 과거서부터 사회 문제가 됐던 계급제 등을 가져왔다. 아마 감독 눈엔 과학 기술의 발전보다 기존의 사회 문제가 아른거렸나 보다. 빈센트는 그 계급 사회를 자신의 노력(혹은 능력)으로 타파하려고 했고, 결국 승리했다.

-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
우리나라는 영화 가타카 속 사회와는 좀 다르다. 우리나라는 유전자적 계급사회도 아니고, 개개인이 바꾸지 못할 계급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감독이 꿈꿔왔던 능력주의적 사회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굉장히 능력주의에 대한 신화를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는 과도한 능력주의적 사회이다. 어쩌면 감독이 비판했던 유전자적 계급 사회와 비슷한 면모도 있다. 우리나라는 학력이라는 증명서로 개개인의 능력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들의 능력과 학력을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

그런 능력주의가 좋은 것이냐고 묻는다면, 글쎄... 좋은 점도 있겠고 나쁜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능력주의는 신통치 않아 보인다. 내가 볼 땐 과도하게 개인의 능력을 믿은 덕분에 그것이 사회를 분열시킨 느낌이라 해야 할까.

- 의대 증원이라는 진통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는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백이면 백 의사라고 답할 것이다.( 감독이  꿈꿨던 능력주의 사회를 이룩한 우리나라에 영화 가타카 속 우주비행사와 비슷존재가 있다니 참 아니러니하다. 참고로 우리나라 의사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능력'과 '학력'까지 출중하다.) 이는 아무도 부정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수능 1등부터 약 3000등까지의 학생들이 의대를 가길 희망하여 최상위권 학생이 그곳에 들어간다. 그런데 정부에선 그 수를 약 2천 명 더 늘리겠다는 통보를 했다. 우리나라엔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의사협회에서는 반발을 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나름의 합당한 이유를 내세운다. 의사의 숫자가 많아지는 것은 오히려 진료비를 높일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공급과잉으로 인한 의료체계 붕괴도 우려한다.
반면 국민 여론은 국민 건강을 볼모로 자신의 밥그릇 싸움을 하는 의사협회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과거서부터 의료제도 개혁의 필요성이 이야기되었지만, 그때마다 의사협회가 반발하여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 여론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에 찬성하는 편이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옳은 방향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의대의 정원을 늘리는 것을 바닥나고 있는 건강, 의료 보험료를 충당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반 대중은 이런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에 반대하는 의사협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반 국민은 어떤 이유로 의대 증원을 찬성하고 있을까?

-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협회를 비판하는 대중의 인식
가타카에서 '적격자' 높게 대우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도 최고의 학력과 지식을 겸비한 의사를 존중한다. 이는 능력주의 사회에서 최고 엘리트들이 받는 보상이다. 그들의 능력에 따라 보상해 준다는 능력주의적인 사회 인식 덕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고의 지적능력자들만이 의대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의사들에게 등을 돌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 이 상황이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높게 평가된 지식과 능력을 겸비한 자가 자신의 안위만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작금의 의료체계가 변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는데 반대로 그들의 이권 때문에 변화를 완강히 거부하는 의사협회가 싫을 뿐이다.

- 의사협회는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가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게 반대하는 모든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이권을 보호하려는 게 나쁜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마 많은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대체 (비록 공공의 건강은 조금 희생될지라도) 자신의 이권을 보호하는 것이 뭐가 나쁜 것이란 말인가?
우리나라는 과거서부터 능력을 계층 사다리로 여겼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그 사회. 그게 많은 사람들의 꿈이었다. 의사는 당연히 그런 관점에서 보면 계층을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의 최정점으로 보였다. 하지만 현재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투자는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의사'라는 직업은 그만큼 (금전적이든, 명예적이든) "뽕"을 뽑아야 하는 직업인 것이다.
나는 의사협회가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크게 문제 될 것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의사'를 단순히 계층 사다리의 정점, 혹은 개인의 능력으로 이루어낸 쾌거(능력주의의 최정점)로 만들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 개인의 능력주의를 넘어서
'의사'는 사회적인 역할이 지대한 직업이다. 단순히 그들이 학력이 높아서, 능력적으로 출중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공중의 건강과 안녕을 맡고 있다. 나는 그들이 단순히 그들의 능력, 배경 등이 우월했기 때문에 의사가 되었다는 그런 관념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상황을 능력주의적인 사회의 한계로 보면서도 '의사'를 단순히 능력주의적인 대상으로 바라본 상황에 대해 개인과 국가에게도 어느 정도는 책임이 있다고 본다. 간단히 말해 단순한 능력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과 '의사'를 이기적 대상으로 바라본 것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정부에서는 의대 정원 늘리기와 더불어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별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역효과만 낳을 것 같다. 단순한 의대 정원 늘리기는 의료민영화를 낳을 것이다. 민간 의사의 수를 늘린다고 필수 의료과(응급의학과, 외과, 내과, 소아과 등 생명에 필수적인 과)에 종사하는 의사의 수가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수 의료과 의사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은 한 다른 돈이 되는 과의 경쟁만을 부추겨 그곳의 파이만 커질 것이다. 또한 공공의대의 개설로 지방에 의사들을 묶어두려고 하는 것(공공의대 졸업자의 경우 의무적으로 10년 동안 지방에 있어야 한다.)은 공공의대를 나온 의사의 의욕을 낮춰 의료서비스의 질을 낮출 것이다. 게다가 이로 인해 공공의대를 나온 의사들을 향한 편견도 증가할 것이다.
나는 사관학교형 의대 개설이 지금의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다. 이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의대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참고하도록 하자.) 현재 우리나라엔 육군, 해군, 공군 사관학교 등이 있다. 이 학교들은 우리나라에서 나름 최고의 학교로, 졸업자는 졸업과 동시에 직업 군인의 길로 나간다. 즉, 공무원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에도 공무원 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고 이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단순히 '의사'(혹은 어떤 직업)를 능력주의의 수단으로 보는 것을 막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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