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 로봇 '아틀라스'가
인류에게 남긴 엄청난 질문

대답은 우리 아들 백일 떡에 담겨 있었다.

by 주재훈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움직임은 경이로웠다.

1조 원이 투입된 이 기계는 사람과 똑같은 손으로

복잡한 부품을 옮기고,

360도 카메라로 주변의 모든 위험을 감지한다.

하지만 내 눈길을 끈 건 화려한 스펙이 아니었다.

현대차 관계자가 던진 한마디였다.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기술을 통해

인류가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 질문은 며칠 뒤,

내 집 현관문 앞에서 예상치 못한 무게로 다가왔다.


이웃이 사라진 시대

아들의 백일이었다.

어머니는

“백일 떡은 이웃과 나눠야 아이가 복을 받는다”며

떡 상자를 내미셨다. 나는 망설였다.

요즘 세상은 이웃이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층간소음으로 칼부림이 나고,

현관문 너머의 타인은 잠재적 위협이다.

나는 효율적인 판단을 위해 생성형 AI에게 물었다.

이웃에게 떡을 돌리는 게 좋을까?

AI의 답은 냉정했다.

"권장하지 않습니다."

통계적으로

요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방문을 꺼리며,

호의가 경계나 불편함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이유였다.

데이터의 세계에서 떡을 돌리는 행위는

리스크만 크고 기대 수익은 낮은,

명백한 '오답'이었다.


하지만 나는 AI의 '정답' 대신

어머니의 '비효율'을 택했다.

어머니의 단호한 연륜이 한몫했다.

나는 아내가 쥐어준 떡 상자를 들고 복도로 나섰다.

그날따라 아파트 복도는 서늘했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남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인터폰 너머로

"누구세요?"라는 날 선 목소리가 들렸다.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두꺼운 경계의 벽을 세우고 있었다.

나는 용기 내어 아들이 100일이 되어

떡을 나눠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조심스레 문이 열렸다.

겨우 마주한 이웃의 얼굴엔

당혹감과 의심이 교차했다.

이런 식으로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사라진 시대니까.


내가 웃으며 떡을 전달하자

경계심으로 팽팽하던 공기가 툭 하고 끊어졌다.

이웃은 얼떨떨해하면서도 백설기 떡을 받아 들었다.

그들의 서툰 고맙다는 인사가 복도에 울렸다.

기적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다음 날, 벨이 울렸다.

문 앞엔 샤인 머스캣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

아랫집에서는 아기 옷을 선물로 건네 왔다.

AI가 계산한 '확률'에는

절대 등장하지 않았던 장면이었다.


백일 떡이 남긴 대답

앞으로 로봇이 위험하고

반복적인 노동을 대신해 주는 시대라면,

우리는 기술로 무엇을 이뤄내야 할까.

현대차가 던진 질문의 답은 아마도

떡 상자를 들고 서 있던

나를 반겨준 이웃의 미소 속에

이미 들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함께하는 용기다.

더럽고 치사한 인간들이 망쳐놓은 세상 탓에 생긴

인간혐오를 다시 한 발자국 딛고 일어서는 일.

불안 속에서도

낯선 이의 문을 두드리는 그 투박한 용기를,

우리는 이제 되찾아야 한다.

1조 원짜리 로봇이 수만 대 보급되어도,

백일 떡을 주고받는 마음은

로봇이 대신해 줄 수 없으니까.

기술이 노동을 가져간 그 빈자리에,

다시 누군가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편안한 마음이 고이길 바랄 뿐이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