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AI Fund 케이스 (1/3)

「협상은 언제 시작되고, 우리는 왜 그 순간을 앞당겼을까」

by James

1. 배경

한국의 증권에서 시작해 국제기구에서의 대정부 투자, 그리고 미국에서 MIT와 Brown University 출신 스타트업에 자문하고 투자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나는 나 자신뿐 아니라 수많은 심사역들의 투자 프로젝트가 놀랍도록 비슷한 방식으로 무너지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아왔다.


특히 창업자와 VC 파트너가 마주 앉는 첫 미팅에서, 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결론을 향해 돌진하는 대화의 유형이 그렇다.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신 뒤 슬라이드 몇 장 넘긴 뒤 바로 숫자를 이야기하는 상황.


“이 밸류는 안 됩니다.”

“그럼 딜 안 합니다.”


딜이 깨진 이유는 말투가 공격적이어서가 아니다. 애초에 협상이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협상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앞서, 협상은 언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가를 먼저 묻고 싶다.


마침 이번 에피소드의 배경이 되는 MIT와 하버드의 Lax와 Sebenius 교수는 협상을 단순히 테이블 위에서 벌어지는 기술로 보지 않았다. 이들이 제시한 3D 협상 프레임워크는, 협상의 성패가 말과 전술 이전에, 협상이 시작되기 전의 세팅에서 이미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누가 협상에 참여해야 하는지, 어떤 이슈를 어떤 순서로 다룰지, 그리고 어떤 선택지를 가진 상태로 테이블에 앉을지를 먼저 설계하는 접근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협상은 테이블에 앉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다.


3D 협상 프레임워크를 더 자세히 보고 싶다면, Harvard Program on Negotiation에 공개된 자료가 있어 첨부한다: Program on Negotiation (PON)




유독 더웠던 그해 여름, MIT가 리딩하고 MIT와 하버드의 교수, 강사들이 직접 참여하는 벤처 펀드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Chat GPT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AI를 공상과학 속 이야기로 받아들이던 시기였다. 여기에 얼리 스테이지, 학교 기반, 교수 중심이라는 조건까지 더해지니, 예상할 수 있듯 이 펀드는 폐쇄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고 공식적으로 크게 홍보되는 구조도 아니었다. 외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조직 역시 아니었다.


2. 협상의 목표

미국 기준으로 산학협력은 학사 일정과 펀딩 사이클에 강하게 연동되어 있어 성수기가 꽤 명확한 편인데, 보통 9월에서 11월 가을 학기에 성과를 내기 위해 여름은 대형 협업을 위한 세팅과 관계 구축의 최적기로 인식된다. 시기상으로 보면 아마 제일 처음 우리에게 온 것은 아니고, 주요 투자자들에게 먼저 연락해 어느 정도 자금을 모은 이후에 우리에게도 이야기가 들어온 것 같았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로 회사 입장에서는 우리가 정확히 원하던 투자 기회였다. MIT는 GPS의 핵심 기술부터 컴퓨터, 인터넷, 암호화, AI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일상에서 당연하게 쓰이는 기술들의 출발점 역할을 해온 곳이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인간의 사고를 기계로 구현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담아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용어를 MIT 연구자 John McCarthy가 직접 제안했을 만큼, AI 연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온 기관이다.


물론 딜 자체의 매력이나 전략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케이스 스터디를 위해 일부만 공유하자면 우리는 당시 동부의 특정 아이비리그 스쿨과의 전략적 협업을 성장시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MIT는 우리의 산학협력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옵션이었다.


스크린샷 2026-01-02 오후 12.25.24.png 물론 토니 스타크의 모교인 MIT가 주도하는 AI 펀드에 출자를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투자자가 얼마나 될까 싶다 (출처: Marvel Studios)

즉,

• MIT를 통한 새로운 기술 및 투자에 대한 익스포저 확보

• AI 최고 권위자 및 연구 생태계와의 지속적 접점

• 우리의 기존 산학협력 포트폴리오와의 연계 확장

‘프로필’만 놓고 보면 정답에 가까웠다.


3. 상대의 목표

MIT와 하버드의 교수진 및 강사들이 주도하는 이 펀드의 목적은 단순한 자금 조달에 있지 않았다. 이들은 전통적인 VC 펀드처럼 빠른 회수나 공격적인 밸류에이션 경쟁에 익숙한 집단이라기보다, 연구 성과가 시장으로 이전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실험이자 설계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이 펀드는 투자 수단이면서 동시에 산학협력의 연장선에 가까웠다.


과거 MIT에서 펠로십을 하던 시절, 컨설팅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교수가 해당 펀드와 연결되어 있었고, 나는 그 교수로부터 출자 기회가 있다는 정보만을 들은 상태였다. 이 단계에서 내가 가장 많이 고민했던 질문은, 상대가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였다.


일반적으로 얼리 스테이지 딥테크에 투자 유치를 원하는 학계 출신의 파운더나, 이러한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투자 기구들의 펀딩을 보면, 이들이 원하는 파트너는 단순히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자라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와 사업화 사이의 간극을 이해하고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존재에 가깝다. 일반적인 투자 용어로 표현하자면, Financial Investor(재무적 투자자)와 Strategic Investor(전략적 투자자)의 차이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커피 로스터리 투자 사례로 비유하자면, 단순히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인지, 아니면 사업 구조와 확장을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인지를 가르는 지점에 해당한다.


특히 초기 AI 기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시점이었기 때문에, 투자자 구성 역시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보다는 해당 생태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 중심으로 신중하게 검토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상대의 관점에서 보면, 이 협상은 ‘누가 더 많은 돈을 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이 구조 안에 들어와도 되는가를 가려내는 과정에 가까웠다.


즉,

• 단기 수익보다 연구 성과의 장기적 확장과 시장 연결을 이해하는 안정적인 투자자군 형성

• 학교와 교수진 중심의 산학협력 구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외부 자본을 유입하는 균형점 탐색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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