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디테일 (2)

개발도상국의 혁신재단 구조조정 번외

by James

이 에피소드의 상당 부분은 코로나 시기에 일어났다. 전례 없는 글로벌 팬데믹은 이후의 세상을 ‘New Normal’이라 부를 만큼 비즈니스 환경을 바꾸었다. 이제는 협상뿐 아니라 비즈니스를 이야기하면서 Zoom 같은 화상 회의를 빼고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물론 이전에도 화상회의는 존재했다. 악수의 의미가 사라진 것도 아니고, 컨퍼런스콜과 이메일, 대면 미팅 역시 여전히 중요한 방식이다. 하지만 팬데믹을 겪으며 Zoom은 이전과는 다른 층위를 만들어냈다. 예전에는 “컨퍼런스콜이 있는데 굳이 화상회의를 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자연스러웠지만, 점점 효율적인 자료 공유와 협업을 위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팬데믹 시기에는 선택의 여지없이 모든 일을 온라인으로 처리하게 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방식에 익숙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온라인 미팅이 어느 공상과학 소설에서 그리듯 대면을 완전히 대체한 것은 아니다. Zoom은 대면의 대체물이기보다는, 효율적인 도구이면서 동시에 전혀 다른 종류의 공간이다.


나는 아직까지 노트와 화이트보드를 선호한다. 사무실에서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팀원들과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전략을 세우는 시간을 좋아한다. 미팅이 끝난 뒤 노트를 덮고 화이트보드를 지우며 함께 회의실을 정리하다가, 누군가 던진 짧은 한마디에 갑자기 아이디어의 실마리가 풀리던 순간들도 있었다. 지우던 화이트보드를 멈추고, 그나마 깨끗한 공간을 찾아 급히 구조도를 다시 그리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New Normal’ 속에서 일하는 나는, 때로는 불과 스무 걸음 거리에 있는 동료와의 미팅도 Zoom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팬데믹 이후 게을러져서가 아니라, 화면 공유나 여러 협업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일 것이다.


이번 협상의 디테일에서 나는 Zoom을 단순히 미팅을 편하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환경으로 다루려고 한다. 환경이 바뀌면, 사람이 보이는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먼저 배경이다. 나는 완전한 가상의 배경은 되도록 피했다. 가상 배경은 깔끔해 보일 수 있지만, 신뢰가 형성되기 전에 보이지 않는 벽을 하나 더 세우는 느낌을 준다. 대신 실제 공간을 사용하되 정보는 최소화했다. 책장은 비어 보이도록 정리했고, 액자는 하나면 충분했다. 배경에 정보가 많아질수록 시선은 분산되고 협상과 대화에서 정작 중요한 메시지가 흐려진다. 물론 뒤의 배경을 정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회사에서 제공한 백그라운드를 쓰거나, 여의치 않으면 최대한 단정하고 프로페셔널한 배경을 사용하는 편이 낫다.


창문을 등지고 앉는 것도 가능하면 피했다. 얼굴이 어둡게 나오면 피곤하거나 방어적으로 보이기 쉽다. 의도와 무관하게 상대는 이미지를 감정으로 받아들인다. 대면 미팅이라면 광원의 위치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Zoom에서는 프레임이 고정된다. 물론 화상 미팅의 목적이 외모를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상대의 외모에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상대는 내가 화면에 보여주는 것만 볼 수 있다. 의도하지 않은 어두운 안색 하나로 상대의 주의를 분산시킬 필요는 없다.


미팅 시작 전 몇 분도 중요했다. 나는 2-3분 먼저 들어가 카메라를 끄고 대기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화상 플랫폼은 누가 입장했는지 표시한다. 어정쩡하게 먼저 들어와 침묵하고 있는 모습은 불필요한 긴장감을 만들 수 있다. 대신 시간을 맞춰 입장했다. Zoom의 경우에는 대기실 기능도 유용했다. 갑작스러운 입장을 막고 누가 들어오는지 확인할 수 있어 흐름을 통제하기 좋다.


입장과 동시에 카메라를 켰다. “잘 들리시나요?”라는 말로 미팅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사소한 문장이지만 세팅에 확신이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냥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면 된다. 문제가 있다면 상대가 말해줄 것이다. 기술적 문제가 생겨도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연결이 끊기거나 버퍼링이 생기면 상황을 설명하고 조치를 차분히 말하면 된다. 우리는 기원전부터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를 해왔지만,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상호작용을 시작한 것은 고작 몇 년 전의 일이다. 상황을 설명하면 대부분 이해한다.


이건 개인적인 습관이기도 하지만, 이 케이스에서는 상대가 먼저 말하기 전까지 화면 공유를 최대한 자제하려 했다. 화면을 먼저 공유하는 순간 대화가 아니라 발표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협상에서 나는 발표자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그래서 첫 질문은 열어두었다. “오늘은 어떤 포인트를 먼저 짚어보면 좋을까요?” 이 질문 하나로 대화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넘어간다.


대화가 시작된 이후에는 Zoom 특유의 과장을 경계했다. 고개를 크게 끄덕이거나 과한 리액션은 오히려 불안해 보일 수 있다. 화면에서는 모든 제스처가 실제보다 크게 보인다. 특히 숫자나 구조를 이야기할 때 상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끼어들면 거의 항상 흐름이 끊긴다. 겹쳐 말하는 순간 대화의 리듬은 사라진다.


시선도 의식적으로 관리했다. 나는 모니터를 여러 개 쓰는데, 미팅을 할 때는 상대의 얼굴이 보이는 화면을 웹캠이 달린 모니터에 띄워 두었다. 정확한 비율을 정해 둔 것은 아니지만, 상대가 이야기할 때나 중요한 순간마다 의식적으로 카메라를 한 번씩 바라보았다. 그 정도만으로도 대화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상대는 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카메라 프레임도 중요했다. 카메라는 눈높이보다 약간 위에 두었다. 실제 비즈니스 미팅에서 서로를 한참 아래나 위에서 내려다보며 이야기하는 일은 거의 없다. 얼굴만 화면을 가득 채우지도 않았다. 너무 가까우면 압박이 되고, 너무 멀면 무관심해 보인다. 어깨선이 보이는 상반신 정도의 프레임이 가장 안정적이었다.

이 모든 디테일은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기술이라기보다는, 불필요한 오해와 불편함을 만들지 않기 위한 장치였다. 상대가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를 얼마나 제거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도 좋다.


Zoom 같은 화상 환경에서는 그 방해 요소들이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된다. 배경의 정돈 상태, 빛의 방향, 시선의 위치, 화면 공유의 타이밍 같은 것들이다. 이런 디테일은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어긋났다는 인상이 생기면 미묘한 불편함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앞에서 말했듯 Zoom 같은 온라인 환경에서 상대는 결국 작은 화면 속 프레임 안의 나만을 보게 된다. 그 프레임 안에서 전달되는 모든 신호가, 대화의 일부가 된다.


그 무렵 나는 대형 금융사들이 화상 미팅을 어떻게 다루는 지도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지, 어떤 헤드셋을 지급하는지 같은 물리적인 장비도 중요했지만, 내가 특히 관심을 둔 것은 Zoom 인터뷰 가이드라인이었다. 채용은 회사의 문화를 바깥에 처음으로 드러내는 자리이고, 동시에 불특정 다수의 지원자가 참여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막 졸업한 이들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복잡한 설명보다 가장 본질적인 원칙을 가장 쉽고 단순한 방식으로 정리해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사례는 Goldman Sachs의 Zoom 인터뷰 가이드였다. 환경을 정돈하라, 기술에 익숙해져라, 침착함을 유지하라 같은 기본적인 내용이었다. 화려한 장비나 특별한 연출을 강조하지도 않았다. 결국 그들이 말하고 있던 것은 하나였다. Zoom이라는 환경이 아무리 새롭게 느껴져도, 신뢰를 만드는 방식은 여전히 단순하다는 것.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디테일이라는 점이었다.

이미지: 인터뷰 가이드를 바탕으로 자체 제작

참고: Goldman Sachs 줌 인터뷰 가이드 아래는 일부 항목의 간단한 번역.


전원부터 완벽히 준비하라

노트북은 완충 상태로 두고, 가능하면 전원에 연결해 예기치 않은 종료를 막는다.


대면 인터뷰처럼 입어라

줌도 공식 인터뷰다. 골드만 엔지니어링은 비교적 캐주얼하지만, 기본은 비즈니스 캐주얼.


제시간보다 일찍 입장하라

온사이트 인터뷰처럼, 시작 전에 이미 대기 중인 상태를 만든다.


항상 화면에 보여라

카메라는 켜두고, 눈높이에 맞춰 얼굴과 어깨가 보이게 세팅한다.


장소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라

조명이 충분하고 조용하며, 시선을 분산시키는 요소가 없는 공간을 고른다.


온전히 집중하라

이메일, 휴대폰, 다른 기기 모두 끄고 면접관에게 백 퍼센트의 주의를 준다.


기술 문제에도 침착하라

연결이 끊기거나 버퍼링이 생겨도 당황하지 말고, 상황과 조치를 차분히 설명하라.


재부팅도 전략이다

간단한 재시작으로 해결될 수 있다. 해결이 안 되면 즉시 리크루터에게 알린다.


문제 대응 태도도 평가 대상이다

기술적 문제를 어떻게 설명하고 해결하려 하는지가, 당신의 프로페셔널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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