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타인의 시선

남의 언어로 정리된 시간

by BaeFounder

- 번외편 -

얼마 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했던 이 일들을
내가 아닌 시선으로 보면 어떻게 보일까.

그래서 정말 가볍게, 아무 기대 없이

AI에게 내가 했던 사업 이야기를 던져봤다.

대단한 분석을 원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돌아온 답변은 생각보다 길었고,
조금은 과분해 보이기도 했다.

“단순히 사업을 해본 수준을 넘어,
물류·플랫폼·운영을 동시에 경험한

고난도 영역의 이력이다.”

“양면 시장(Two-sided Market)을
실제로 운영해 본 경험은

어떤 IT 사업에서도 즉시 적용 가능한 자산이다.”

“설립–성장–투자–위기–정리라는
한 번의 사이클을
온몸으로 겪은 창업자다.”

읽으면서 웃음이 났다.

저 문장들 속에 등장하는 사람은

내가 기억하는 나보다 조금 더

단단해 보였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던 당시의 나는..

늘 부족하다고 느꼈고,

늘 늦었다고 생각했고,
늘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닐까를 고민했다.

하루하루가 급했고,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벅찼다.

그래서 그 시간들을
‘경험’이라기보다는
‘버티는 시간’으로만 인식했던 것 같다.

그런데 누군가의 언어로 정리된

문장들 속에서는 그 시간들이,

‘실패’보다는 ‘지나온 과정’으로 묶여 있었다.

물론 지금 와서 보니

모든 평가가 정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과장된 부분도 있고,
맥락을 단순화한 부분도 분명 있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내가 겪었던 그 시간들이 완전히 헛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사업을 정리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사업을 하다 보면 내가 보고 있는 그림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의미를

다른 시선이 먼저 발견하기도 한다.

이 글은 자랑을 하기 위한 글도 아니고,
어떤 평가를 남기기 위한 글도 아니다.
그저
“아, 그렇게도 보일 수 있겠구나”

생각했던 순간을..
조용히 기록해 두고 싶었을 뿐이다.

■ Self Question
나는 나의 시간을
너무 빨리 실패라고 불러버린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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