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초라한 내 모습

by 겨울햇살

의외로 프랑스어는 인기가 없었다. 나만의 프랑스어 교재를 찾는 것이 힘들었다. 도서관에도 서점에도 책이 없었다. 책 <어린 왕자(Le Petit Prince)>는 프랑스어로 많이 출판되어 있었지만, 난 도저히 내 교재로 할 수가 없었다. <어린 왕자>는 내용이 순수하니까 졸릴 것 같았고, 약간 자극적인 내용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작가 김영하의 책을 발견했다. 프랑스어로 번역된 책이 있어서 놀랐고, 포켓북의 작은 사이즈라서 기뻤다. 분량이 139p 정도 밖에 안 되었고, 내용도 죽음, 아니 그것보다는 자살에 관한 내용의 책이라니... 상당히 예민한 소재로 중도에 하차할 리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김영하의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나의 프랑스어 교재로 낙점했다.


L'idée que la peur intime dont l'origine reste inconnue

pouvait être contrôlée par l'art

lui apportait au moins une petite consolation,

d'autant plus qu'il devait gagner sa vie avec l'art.

Mais il lui arrive de se demander aujourd'hui encore :

de quoi ai-je peur?


근원을 알 수 없는 내면의 두려움이

예술로 통제될 수 있다는 생각은,

그에게 최소한의 작은 위안을 주었고,

특히 예술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도 궁금해할 때가 있다 :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출처: LA MORT À DEMI-MOTS. KIM Young-ha.110p>


나는 항상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했으며, 그렇게 사는 것이 진짜 삶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나만의 삶 안에서 살다가 문득,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내용처럼 나 역시, 뭔가에서 계속 도망치는 삶을 살고 있었고, 그런 나를 들여다볼 기회가 왔다.


내가 최근에 만나게 된 그 사람은, 가까운 가족이 10명 정도 있었고, 종교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이 10명, 그 종교에서 특히 더 가까운 사람이 10명, 동호회와 친구들을 합쳐 10명, 운동 크루가 10명 정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대략 50번째 사람이다. 나는 순서상 50번째로 나타난 사람이니까.


'아니, 왜 날 만날 시간이 없는 거야?'


이 많은 사람들을 모두 챙겨야 하는 그에게, 50번째인 나는 차례가 너무 멀었다. 만날 수가 없었다. 내가 그렇게 의미가 없는 사람이었던가.


내 안의 세상에서는 내가 첫 번째이지만, 내 밖의 세상에서는 난 그저 한 점에 불과했다. 내가 그저 한 점이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세상, 나는 그런 진짜를 보는 것이 두려워 도망친다. 나만의 세상으로.


'왜 다른 남자를 만나도 내 마음은 채워지지 않을까. 왜 시간이 오래 지나도 그 빈자리는 계속 비어있는 것일까.'


책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 남자주인공은 좋아하던 나비의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기보다는 박제한 나비를 만들었고, 좋아하는 여자를 비디오로 찍어 영상 안에 박제해 둔다. 비디오 아트라는 이름으로.


왜 죽어있는 아름다움을 보려고 했을까.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초라한 진짜를 보는 것이었을까. 삶의 권태로움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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