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너이면서 네가 아닌 거야

울지 못 했던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by 겨울햇살

울고 싶은 데, 울지 못하는 사람들.

세상이 변해서,

이제는 울어도 괜찮다고 아무리 말해도

여전히 울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


영화 <파리넬리>의 주인공 파리넬리. 그는 '카스트라토'라고 하는 남성 소프라노였는데, 변성기 전에 거세를 해서 성인이 된 후에도 여성의 높은 음역을 소리 낼 수 있었다. '카스트라토'는 바로크 시대에 인기 있었지만, 아편 시술의 부작용이 컸고, 성공하는 사람도 극소수였다고 한다. 예술가로서 힘겨웠던 그의 삶은 노래에 담기고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La scia ch'io pianga

(라샤 끼오 삐앙가)

- 나를 울게 하소서


la du ra sorte e che sospiri la li berta

(라 두 라 쏘르떼 에 께 쏘오스피리 라리 베르따)

- 비참한 나의 운명! 나에게 자유를 주소서


e che sospiri e che sospiri la li berta

(에 께 쏘오스피리 에 께 쏘오스피리 라 리 베르따)

- 나에게 자유를 주소서

...

<참고: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울게 하소서' 중>


그는 참고 참았던 세상의 모든 울음을 한꺼번에 터트려 준다. 사람들을 대신해서. 그리고 나를 대신해서.


내가 아니면서 나인 것. 내가 아닌데 나를 보듯 주인공을 본다. 파리넬리가 노래할 때, 어떤 아픔이 느껴지고, 그것은 언젠가 나에게도 있었던 아픔인 것 같다. 그는 혼신을 다해 노래하며, 보란 듯이 힘차게 울어주는 것 같다. 내가 우는 것처럼. 그러면 이제 파리넬리는 파리넬리가 아니다. 그는 내가 된다. 그리고 나는 내가 아닌 파리넬리가 된다.


Celle qui est dans la cassette,

(셀뀌에 덩라 까셑)

c'est vous et ce n'est pas vous.

(쎄부 에 쓰네빠 부)

C'est moi et ce n'est pas moi.

(쎄뫄 에 쓰네빠 뫄)

C'est vorte travail,

(쎄 보트 트하바이)

mais j'y ai mis ma patte,

(메 지에 미마빳)

en le filmant et en le montant.

(엉르 필멍 에 엉르몽떵)


비디오 안에 찍혀 있는 것 말이야.

그건 너이면서 네가 아닌 거야.

그건 나이면서 내가 아니기도 하고.

그건 네가 한 작업이긴 하지만,

거기에 내 의도가 들어가 있어,

촬영을 하면서, 그리고 편집을 하면서 말이야.

<출처: La Mort À demi-mots. Kim Young-ha. 120p>


'그건 나의 작품인 거야'


김영하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대화 중, 여자주인공은 자신을 촬영했던 비디오를 보여 달라고 한다. 하지만, 남자주인공은 단번에 거절한다. 그 이유가 비디오 안에서 배우가 연기하고 있지만, 감독의 의도대로 촬영하고 편집했기 때문에, 이렇게 완성된 예술은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배우의 작품이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너는 너를 파괴할 권리가 없지'


작품의 권리가 감독에게 넘어갔다. 책 제목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 달리 너는 너를 파괴할 권리가 없다. 배우인 '너'는 이 영상이 마음에 안 들어도 지워버릴 수가 없다.


마치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이 흘러가는 것과 같다. 원하던 인생이 아니라고 해도 버리는 것 조차 쉽지 않다.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하다. 내 인생의 감독인 그 누군가는 누구일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모습은 '살(煞)'이 된다. 살(煞)의 한자는 생명을 죽인다는 殺(죽일 살)과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살(煞)은 본래의 모습을 약화시킨다는 의미이다. 급살 맞아 사람이 죽기도 하지만. 모질고 독한 '살'의 기운은 내 인생에 끼어들어 나를 마구 헝클어 놓는다.


누군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노래인 '비나리'. 영화 <기생충>, <옥자>와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의 ost를 작업한 음악가 정재일은 경기민요인 '비나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새로운 음악을 만들었다. 사물놀이와 현악 4중주, 판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데, 축원에 들어가기 전에 너무나도 많은 살들을 나열한다.


...

몽중살 직성살(꿈속에서 오는 살, 타고난 살)

살 풀어서 거리살(이동하는 과정에서 오는 살)

원근에 이별살이오(사람과 헤어지는 살)

부모 돌아가 몽상살(부모의 죽음으로 인한 살)

몽상 입어 거상살이오(상중에 생기는 살)

거상 벗어 탈상인데(상중이 끝난 평범한 일상)

장인삼춘 복채살(제사에 쓰인 돈에 관련된 살)

동네방네 불란살(싸우는 살)

이웃지간 훼살살이요(이웃 간에 헐뜯는 살)

도적 난 데 실물살(물건을 잃어버리는 살)

흙을 달아 토살이니(흙의 기운을 받은 살)

돌 달으면 석살이라(돌의 영향을 받은 살)

산 나무 목신살(살아 있는 나무가 주는 살)

죽은 나무 동토살이라(죽은 나무가 주는 살)

산에 올라 산신살(산신의 기운으로 인한 살)

들에 내리니 들롱살(들판에서 방랑하는 살)

물로 내려 용왕살이요(바다와 강으로 인한 살)

바깥 마당에 벼락살(갑작스러운 재난살)

앞 마당에 회룡살이요(용이 돌아다니는 살)

지붕 마루는 용충살(집의 기운과 관련된 살)

혼인 대사 주당살(혼례나 제사에 영향주는 살)

마루 대청에 성주님살(집을 지키는 신과 관련된 살)

건넌 방에는 거농살(집안 구조와 관련된 살)

안방에 접어 들어(안방으로 들어가니)

이벽 저벽 벽파살(벽에 금이 가면서 생기는 살)

내외지간에 공방살(부부사이가 멀어지는 살)

애기 난데 삼신살(삼신할미와 관련된 살)

횟대 밑에는 넉마살(옷을 걸어둔 곳에 생기는 살)

거리거리 서낭살(길에서 생기는 살)

...

<참고: 정재일 '비나리' 중>


왜 날 울지 못하게 막는 것인가.


나는 이 모든 살을 뭉치고 뭉치고 뭉치면서

월미도 앞 강에 던질 것이고

살을 풀 것이며

바다에 나갈 것이다.


내 눈물이 해롭다고 말하는 그대에게.

나의 삶은 끝까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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